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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 그동안 말하지 못했던 우울, 불안, 공황 이야기
제시카 버크하트 외 지음, 임소연 옮김 / 더퀘스트 / 2019년 8월
평점 :
절판
40대를 살기 시작하며
그릇을 닦으며
내 몸을 닦으며
문득 평소와는 다른 생각이 들었다.
오래된 배관에 물 때와 이물질이 끼듯
나의 몸, 나의 마음에도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물 때와 이물질이
어느새 고여 있다는 생각 말이다.
몸과 마음이라는
‘나’라는 사람을 평생 담는 그릇.
그 그릇을
오래되었지만 새롭고 아름다운 그릇으로 간직하는 방법이
궁금했다.
좋은 음식, 영양제, 규칙적인 운동,
좋은 생각, 좋은 행동 등.
하지만 마음의 문제에 관해서는
벽에 부딪히곤 한다.
내면의 나와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외적인 관계 속에서
항상 좋을 수만은 없고,
티클 만큼 작은 불편함이
마음 속에 거대한 파도를 일으켜
나 뿐 아니라 내 사람들까지도 모두 날카로워지게 만든다.
나만 이런 것일까?
내 마음이 이상해서
모두를 힘들게 하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바람 쐬고 오면 괜찮아질 거야.
책의 제목이 끌렸다.
혼자 멍하니 있다 보면
마음이 괜찮아지는 (상황이 괜찮아지는 게 아닌, 내 마음이 진정되는)
그런 경험이 있기에 더욱 끌렸다.
책은 작가 31인이
마음의 병에 관한 쓴
자기 고백서다.
내가 이상해서가 아니라
우울, 불안, 공황은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것이고,
너의 잘못으로 일어난 일이 아니고,
끝이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고 있다.
다시 강조하지만, 내가 정신건강 전문가는 아니다. 하지만 내 경험에 관해서라면 전문가라 할 수 있다. 나는 이 자리를 빌어 내 인생과 경험담을 나누고 싶다. 도움이 될 수도 안 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읽는 동안 지루하지는 않을 것이다. p171
도움이 필요한 것을 아는 것과 실제로 도움을 요청하는 것은 완전히 별개의 일이다. 나는 내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비교적 쉽게 인정하는 편이다. 하지만 제길, 필요한 도움을 요청하기까지가 진짜, 정말 어렵다. 나는 그게 그렇게 싫다. 도움을 요청하면 내가 약해질 것 같고, 혼자서는 엉망이 된 머릿속을 정리하지 못하는 실패자처럼 느껴진다. p93
버지니아 울프의 ‘안전한 공간’ 개념을 정신건강에도 대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인간이라면 모두 삶을 살아가는 데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자신의 문제를 이야기할 안전한 공간이 필요하고, 자신의 뇌가 제대로 작동하고 있는지, 균형이 깨진 화학물질은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사회의 생산적인 구성원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적어도 나에게는 그러한 안전한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다. p94
우리는 모두 자기 자신에게 친절해지는 법을 배워야 한다. 머릿속 말도 안 되는 생각, 나를 기만하는 생각, 숨이 막힐 듯 나를 억누르는 생각과 싸우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리고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왜냐하면 안타깝게도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습이 꼭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뇌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되,말이 안 되는 말을 할 때는 뇌에 맞서 싸울 줄도 알아야 한다. p105
당신도 여기 이렇게 살아있다.
내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은 이거다. 불안은 정말 끔찍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필요한 도움을 받으면 분명 좋아진다. 정말 그렇다. p127
이제까지도 그런 위험은 늘 존재했다. 그렇지 않았던가?
미래의 나는 언제나 나와는 다른 사람이었다. 모든 사람들이 다 그렇다. 미래의 내가 무슨 짓을 할지는 아무도 알지 못한다. 미래의 나를 믿어야 하는 유일한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나라는 존재가 과거에도 늘 있었다는 사실 뿐이다. 우리가 무언가에 대해 누군가를 믿어야 하는 이유도 마찬가지다. p195
하루를 조금씩 이겨낼 것이다. p347
영화에서, 소설에서 일어나는
기적은 책에 없었다.
유명한 작가인 그들도
나 같은 평범한 사람과 다르지 않았다.
그들 스스로 의식적으로,
안되면 전문가와 처방약으로,
주변의 사람들의 도움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조금씩 이겨냈다.
살아냈으며,
살아가고 있다.
책을 읽는 내내
SES의 노래 <달리기>의 가삿말이 떠올랐다.
지겨운 가요 힘든 가요 숨이 턱까지 찼나요
할 수 없죠 어차피 시작해버린 것을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입이 바싹 말라 와도
할 수 없죠 창피하게 멈춰 설 순 없으니
단 한 가지 약속은 틀림없이 끝이 있다는 걸
천유주 작가의 그림책 <내 마음>
홀로 덩그러니 앉아있던
공원 계단의 소년이
사실은 혼자가 아녔던 것처럼
마음의 이물질, 마음의 때로
앞이 보이지 않을 때
괜찮아질 수 있는 나만의 방법, 나만의 경험을
찾아 나가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