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부 매뉴얼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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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사람만 아는 작가, 루시아 벌린
그녀를 몰랐다면 지금이 바로 기회』

나, 루시아 벌린 모르는데?
청소부_매뉴얼 제목만으로는 모르겠어?

호기심 때문에
웅진지식하우스의 오리지널 독자 서평단을 신청했다.

사후 11년만에 떠오른 문학 천재
생전 집필한 76편의 단편

그 중 일부가 담긴 가제본 <청소부_매뉴얼>을 마주했다.

우리는 살면서
좋은 날, 나쁜 날의 기억을 여러 가지 형태로 담아 둔다.

맛으로, 향으로,
글로, 그림으로, 사진으로, 영상으로 말이다.

아름답거나 끔찍하거나 슬프거나 하는 감정과 함께.

sns에 올라오는 사진.
찰나의 순간, 대부분 가장 아름다운 순간.

기계 저 너머에서
타인의 찰나의 순간을, 영원의 순간으로 착각해
자괴감을 안겨주는 경험이 있을 것이다.

루시아 벌린의 단편은
찰나의 순간이 아닌 그 행간의 연속적인 삶을 글로 담았다.

그냥 흘려버렸거나
그냥 흘러넘쳤던
사람과 사건과 삶들이 기록되어 있었다.

사실
너무나 이국적이었기에
이해가 안 되었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읽었다.

단편과 어울릴거 같은
내가 보았던 모든 영화의 장면과 인물을 불러모아
머릿속에서 재현하며 읽기도 했다.

그저 매일을 살아가기에
의식하지 못한 나날들 속에
스치듯 안녕한 만남, 말, 행위, 사건들을
루시아 벌린의 단편 속에서 짚어갔다.

모순

살고 싶지 않는 마음과 살고 싶은 마음
사랑하지 않는다 하지만 사랑하는 관계 등

『청소부_매뉴얼』에서 내가 발견한 것은
인간의 모순이었다. 모순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도 발견했다.

“네 할아버지 썩 잘하셨더구나.” 엄마가 말했다.
“엄마, 아직도 할아버지 미워하는 건 아니지?”
“무슨 소리. 당연히 미워하지.” 엄마가 말했다. p26
<H.A. 모이니핸 치과>

"사는게 끔찍하죠, 아버지?“
“엄, 그렇다마다.”
아버지가 브레이크를 풀었다.
휠체어가 벽돌 길을 따라 굴러가기 시작했다.
나는 잠시 그냥 바라보며 주저했다.
그러나 곧 담배를 던져버리고 본격적으로 굴러내려가려던 휠체어를 붙잡았다. p106
<환상통증>

응급실에서는 수많은 사람이 생멸을, 젊고 생산적인 생명을 건진다. p136

집시들의 죽음은 대개 호상이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만…간호사들이나 경비원들의 생각은 다르다.
<응급실 비망록 1977>

우리 몸 속을 들여다볼 수 있다면 얼마나 놀라울까.
조깅하는 사람들은 피가 힘차게 순환하는 것을 보며 더 열심히 뛸 것이다.
연인들은 더 열심히 사랑할테고,와! 저 정액이 이동하는 것 좀 봐!하면서.
식품도 개선될 것이다. p149
<잃어버린 시간>

그들에게 받아들여졌다는 느낌은 그들이 그녀를 좋아한다거나 그녀가 그들과 잘 맞는다거나 그런 것이 아니었다. 단순히 그들에게 왔기 때문이다. p180
<모든 달과 모든 해>

읽고 난 다음에도 계속 여운이 맴도는 단편이다.
인간의 모순과 삶에의 주관적인 의미 부여에 대해 생각해보게 한다.

한번으로는 안된다.
두 세 번은 읽어야, 그래야 루시아 벌린에 대한 감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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