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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 장미
정이담 지음 / 황금가지 / 2019년 6월
평점 :
"마녀 사냥 교본을 아세요?
왜 인간은 마녀를 필요로 했을까? 그런 질문을 던져요.
이 책이 왜 알려지지 않았을까요?
하필 마녀를 재판하는 책을 선택하고, 널리 주장한 사람들은 누구였을까요?
왜 그들은 진실을 폭로하는 책은 감추었을까요?
신기해요.
여긴 단지 사람에 대한 이야기가 적혀 있는데, 이상하죠.
마녀를 만드는 책은 널리 읽히고, 사람을 증명하는 책은 잊혀졌다는 게." p245
괴물 장미라는 제목
뱀파이어 퀴어 로맨스라는 장르
애니메이션 <강철의 연금술사>가 연상되었다.
어머니를 되살리기 위해 인체연성을 하다가 대가를 치른 형제. 원래의 몸으로 되돌아가기 위한 여정을 담은 애니메이션. 알과 애드는 뱀파이어는 아니다. 하지만 왠지 자연스레 떠올랐다.
책을 펼치며 불안한 마음도 들었다. 읽지 말까 하는 생각도 있었다.
제발 할리퀸(할리퀸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는 미안하지만) 류의 소설이 아니길 빌었다.
열아홉 살의 메리 제인.
엄마는 어릴 적에 가출했고, 아빠는 술주정뱅이다.
아빠 대신 주유소에서 일하고, 아빠의 폭언에 폭력까지 시달리지만 기다린다.
고물상에 주운 카메라에 자기의 진실을 담고,
다른 사람들이 자신을 믿어줄 나이가 될 때 까지……
큼지막한 공간에 그림을 그리는 것,
벽화는 메리 제인이 삶을 견딜 수 있는 유일한 창구였다.
화려한 황금 장미, 마지막 한 장의 꽃잎을 그리려던 찰나에
메리 제인이 있던 지하도에서 메리 제인은 사건과 만나게 된다.
며칠 후 메리 제인은 그녀를 만난다.
친구를 만나러 가던 그녀, 바네사.
메리 제인은 바네사를 그녀의 집으로 안내 한다.
“혹시 죽이고 싶은 사람 있어?” p27
왜 남자와 여자가 아닌, 여자와 여자인가?
『괴물 장미』는 뱀파이어 퀴어 로맨스라는 장르의 소설이다.
퀴어,
퀴어, 성소수자를 지칭하는 포괄적인 단어로,
레즈비언과 게이, 바이섹슈얼, 트랜스젠더, 인터섹스, 무성애자 등을 두루 일컫는 말이라고, 네이버 지식 사전은 정의 한다.
“황금색 장미를 그리고 싶었어요. 그렇지 않으면 죽을 것만 같았어요.
나는 이걸 피워낼 수 있는…. ‘인간’이라는 걸…. 잊고 싶지 않았어요.“
“메리, 네가 원한다면….나는 널 위해서 얼마든지 괴물이 될 거야.” p58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저울질 했을 때 균형을 이를 수 있는 상대.
완력에 의한 제압, 사회적인 장치에 의해 강제할 수 있는 어느 한쪽이 아니라
인간 대 인간으로 대면하고,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안전한 사이라
퀴어라는 장르를 통해 여성의 이야기를 펼쳐나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여자만이 느끼는 불공평한 세상, 그 공감에 대하여 그렸다.
언니, 여긴 공범자들이 가득한.
수많은 타살들의 나라니까….
나 하나쯤 괴물이 된다고, 뭐가 달라지겠어요. 그렇죠? p85
"내가 인간이었을 때…가축만도 못했었어. 그들이 날 마녀라고 불렀을 때에서야…
쉰여섯번이나 고문당했던 날 말이야…. 사실 그들이 이토록 나를 두려워했구나. 깨달았어. 내가 더러운 게 아니라…그들에게 과분한 존재였기 때문에 그랬다는 걸 알았어. 이 진실을 읊으면서 버텼다고.“
“알아. 리사, 넌 끝까지 살아갈 자격이 있어.” p154
소설 속
주요 인물들은 여자다.
주인공 메리 제인,
뱀파이어 바네사와 리사,
경찰관 데보라,
기자 재클린.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여성들.
소설이지만 사회 속의 여성들의 모습을 그린다.
그녀가 처한 현실, 그녀 안에서의 내적 갈등도 자연스레 녹아있었다.
"저도 결혼하면 사회부에서 밀려날까요? 이전 선배들이 어땠는지 기억하세요?
전 아직 남편을 기르긴 싫은데…. 주변 선배들은 업무를 그렇게나 잘 해냈는데도, 이중고에 시달리더라구요. 몸이 나빠지거나 아이에 대한 죄책감 때문에 그만두고…. 하루는 출장을 가는데 아이가 ‘엄마는 언제든지 날 떠날 거잖아.’라고 했대요. 그 말이 어찌나 가슴을 후벼 파던지. 부모자식이라는 건 대체 뭔가 싶더라니까요…“
“데보라, 이번에 제대로 한 건 한다면 일요일에 제가 하루 종일 아이들을 봐 줄게요! 편히 데이트라도 즐기세요! 아니면, 아, 다음달 특집 기사는 임산부 파별 금지법을 다룰까요?”
결국 데보라는 크게 웃고 말았다.
“말이라도 고마워요.” P196
양성평등을 원하는 여성들
양성평등을 느끼지 못하는 남성들
스릴러와 로맨스의 서사 구조라는 큰 축에서 개성 있고 현실적인 인물들이 움직임을 따라가며 계속 생각하게 한다. 여성으로 산다는 것에 대해서….
그녀들의 고충에 끄덕이고, 격하게 공감하는 나를 발견했다.
남자, 그들이 바라보는, 생각하는 여자들에 대하여 쓰여 있다.
“남자도 없이…. 지들끼리 애먼 데까지 온 거면… 뻔하지 뭐….”
“지들이 뭘 어쩌겠어. 보아하니 몸 좀 굴러볼 꼴이라니까.” p74
"이런 일하나 융통성 있게 처리 못하면 어쩌자는 건가?“ p182
우리집 남자와 아이들과 함께 양성평등 수업을 들었던 적이 있다.
강사는
모 광고 영상을 보며
등장했던 스포츠 스타 세 사람의 이야기 중 이상한 부분은 없었냐고 물었다.
교실 안에서
교실 안에 자리잡은 (아이들 제외)
여성들을 느꼈고, 대다수의 남성들은 못 느꼈던 일화이다.
남자 스포츠 스타들은 자신의 실력에 관한 이야기 했고,
여자 스포츠 스타는 자신의 전문 분야가 아닌 여성의 매력을 이야기했다.
우리집 남자도 그 중 하나였다.
우리집 여자(나)도 놀랐고,
우리집 남자도 놀랐던 이야기. 그 후로는 의식하며 이야기 나누고, 살아가고 있다.
소설 속에서는
더 많은 남성들이 여성들을 바라보고 시선과 적나라한 대화들이 담겨 있다.
같은 인간인데,
오히려 위대한 일(아이를 낳는 것)을 하는 존재인데,
그들 역시 어머니인 여성을 통해 세상과 만났는데
그럼 여성들을 존중하고, 색안경 없이 대해야 하는 게 아닐까?
지금도 계속되는 마녀 사냥
“사람들이 죽어 나가는데, 권력이 있는 자들은 다른 말만 하더라.
결국 시체들이 수두룩했지. 아이고, 소수가 금을 얻는데, 인류는 병을 얻었더라!
이게 나와 나의 역사야. 알아?“ P103
"마법을 행하는 이들은 대부분 여성입니다. 여자(Femina)라는 말은 믿음(Fides)과 적다(Minus)에서 유래한 말입니다. ‘더 적은 믿음’이란 뜻이지요. 우리의 위대한 스승들 또한 이 확도한 진리를 가르칩니다! 안타깝게도, 이 여성들은 자신의 유약함을 이기지 못해 악마의 꾐에 빠지는 불경을 저질렀습니다." p134
“우린 매일 같이 의문하며 살아 있는 존재야.” p120
‘너희는 그게 누구라도 상관없었어. 너흰 우리를 불사르기로 결심했고, 이 운명에 처음부터 선택권은 없었어. 너흰 우리가 누구인지, 진실이 무엇인지, 상관없었던 거야…!“ p135
비단 성소수자 뿐 아닌 사회적 약자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뉴스 기사가 뜨면 그 밑에 수많은 댓글들이 달린다.
댓글은 기사에 대한 의견, 반론 뿐 아니라 기사와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댓글을 다는 이의 공격대상에 대한 글도 많다.
어느 특정 인물이나 지역, 아니면 단체 등
‘이게 여기서 왜 나와?’하며 얼굴 붉히게 되는 글들도 무척 많다.
새로운 모습의 마녀가 탄생되며, 마녀 사냥이 계속 되고 있다.
잊지 않는다는 것, 이야기를 계속 한다는 것에 대해 생각하다.
"천 명의 여자가 살면, 한 명의 삶이 돌아온다.“ p278
"마침 나도 천 명 째의 그림을 완성했어요. 아시죠? 언니가 죽고 나서부터, 나는 아주 많은 얼굴들을 떠올리게 되었어요. 한 번도 마주한 적 없었지만, 분명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실존했던 이들이었고…. 끊임없이 그들의 얼굴과 목소리가 아우성쳤어요. 나는, 기억의 방식으로 그들을 살렸어요.“ P281
블편한 사실을 마주하고,
진실을 확인하고,
진실을 전하는 것.
그것이
살아가는 내가 할 수 있는 예의이자 행동.
『괴물 장미』를 읽은 후 느낌은
사람들이 편견 없이 이 소설을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시작은 가벼웠으나 마지막은 무거운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