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 - 가슴과 배꼽 아래의 변화에서부터, 요동치는 사춘기 내 마음과 친구 관계의 어려움까지 내 몸.마음 안내서
소냐 르네 테일러 지음, 김정은 옮김 / 휴머니스트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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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아주 먼 옛날 같은 30여 년 전,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고학년으로 넘어가던 나는
몸과 마음의 격동의 시기인 사춘기를 글로 배웠다.

정확히 얘기하면 그림과 글이 담긴 만화책으로 말이다.

지금의 문방구는 어떤지 모르겠으나
그 시절 문방구에는 문구, 문제지 외에 불량식품과 잡지, 만화도 취급했었다.

문방구 구석에서 발견한 만화
정확히 생각은 안 나지만 『○○이는 사춘기』와 같은 제목으로 기억한다.

예쁜 이층집아빠 엄마와 살고 있는 (형제자매가 있었나?) 초등학생 여자아이가 주인공이었다.

초등학생 여자아이의 학교 안과 밖의 에피소드와
제2차 성징과 함께 시작되는 주인공의 몸의 변화와 고민들이 나오는 만화였다.

그리고 에피소드 사이사이에
관련된 성교육 강좌가 들어있었다.

지금까지도 인상 깊었던 장면은
가슴이 나오고 나서 여자아이가 엄마에게 받은 상자였다.

물론 그 상자 안에는 브래지어와 위생 팬티, 그리고 생리대가 담겨있었다.

부모님은 맞벌이에
외할머니 외할아버지 밑에서 큰 나는
글로 배운 성교육 덕분에

‘내가 병에 걸렸나?’ ‘어떻하지?’ 당황하지 않고
‘아~ 이거구나!’하며 어른의 도움 없이
내 나름대로 대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때는 변화하는 내 자신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저 여자라서 불편하다, 왜 이런 시스템인거지?
빨리 그날이 끝났으면 하는 마음과 부끄러운 마음뿐이었다.

두 아이
두 딸아이가 커 가면서
새로운 고민들이 늘어간다.

뱃속에서는
한사람의 인간을 키운다는 거에 대한 책임감과 두려움을 가졌다

태어나서는
수유에서 목욕, 육아에 대한 정보가 궁금했다.

걷기 시작하면서
온갖 장애물과 사고에 대해 고민하고 지레 겁먹었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에 가고부터는
적응과 첫 사회생활에 대해 고민했다

초등학교 입학 후에는
처음인 학교생활과 사람과의 만남에 대해서 걱정했다.

그리고 이제는
서서히 나타나는 아이의 몸과 마음에 대한 불안감이 스멀스멀 일었다.

우리 아이는 아직 이지만
우리 아이의 친구, 나의 지인들의 들려주는 이야기에 귀가 쫑긋했다.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자 먹은 마음도
주변의 이야기를 듣고 온 날은 흔들린다.

나도 모르게 아이의 달라진 점을 눈으로 쫓고 있다.

그러던 차에 만난 책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

변역된 제목도 원래의 제목도 마음에 들었다.
Celebrate your body (and its changes.too!)

‘나름대로’ 분석하려 애쓰고,
듣고 보고 느끼던 정보 하나하나를 퍼즐 맞추듯 끼워 이해하려 했던
어린 시절의 ‘나’와는 다를 거라는 기대로 책장을 펼쳤다.
저자는 사춘기는 모든 사람의 모든 몸이 겪는 자연스러운 일이고,
흥미진진한 기차 여행에 비유한다.

어디로 향하는지 안다면, 사춘기는 훌륭한 여행이 될거야.
어른이 되기 위해 네 몸이 하는 놀라운 일들을 느끼고 배우는 완벽한 시간이 될거야.
p13

어른의 몸으로 성장하는 시기이자 생식기능이 만들어지는 시기인 사춘기는
‘나’답게 ‘나’를 더 사랑하고 긍정하는 시간이다.

책은
아이들의 몸 그 중에서 가슴과 배꼽 아래의 변화,
아이들의 마음 (감정과 친구 관계),
몸과 마음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공급하는 방법과
믿을 수 있는 어른들과 안전한 공간에 대해 서술하고 있다.

사춘기에 몸 밖에서 많은 변화가 일어나는 동안, 몸 안에서도 흥미로운 변화가 많이 일어나.
바로 감정의 변화지. 이 시기에 몸에서 만들어내는 호르몬은 어린이 되는 과정에서 책임과 압력을 받을 때, 네 감정을 강화시킬 수 있어. 몸 안에서 그리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새로운 일들이 너를 감정적으로 몰고 갈 수도 있어. 또한 분노와 슬픔, 좌절감과 피로를 동시에 느끼기도 할 거야. 자신에게 친절하고 인내심을 가지렴. 네 몸은 엄청난 변화를 겪고 있으니까. 자신을 더 사랑해주길 바라. P16

나도 적으로 생각하는 ‘지방’을 다시금 생각하는 구절이 있었다.

'지방‘을 다른 사람을 놀리거나 수치스럽게 만드는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모든 모잉 좋다는 걸 잊어버린 게 분명해. 이처럼 ’지방‘은 나쁜 평가를 받아.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야. 모든 사람에게 지방은 꼭 필요하거든. 사춘기에 건강한 몸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근육과 체지방을 키울 필요가 있어. 네 몸이 사춘기를 잘 겪기 위해 지방은 꼭 있어야 해. p32

비교하고, 정상을 강요하기 보다는
저마다 다르기에 한 사람이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리미티드 에디션, 보물 같은 존재임을 아이들 마음에 심어줘야겠고 생각했다.

'진짜‘ 소녀란 건 어디에도 없어. 네가 소녀라고 느끼면, 넌 소녀인거야! 날씬한 소녀나 통통한 소녀나 똑같아. 다른 몸보다 나은 몸 같은 건 없어. 무슨 일이 있어도, 네 몸은 너를 위해 완벽하게 의도된 몸으로 자라고 있으니까! p33

사춘기를 맞아한 딸에게
나는 어떤 엄마가 되고 싶은가 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한 글이 있었다.

“난 브래지어가 갖고 싶어서 계속 기다렸어. 브래지어가 너무 멋졌거든. 5학년 때 엄마가 브래지어를 살 때라고 했고, 브래지어 두세 개를 잘 어울리는 속옷과 함께 사주셨어. 그러고 나서 우린 멕시코 식당에서 점심을 먹었지. 엄마 덕분에 특별한 날이었어.” -니콜 H.

거기기가 아닌
생식기의 정확한 명칭과 위치를 이해하기 쉽게 수록해 놓았고,

탐폰, 생리대, 생리컵 등 위생용품 들의 종류와 착용방법도 그림과 함께 설명하고 있다.

사춘기 아니
인생 전반에 걸쳐 맛보아야할 무지개(음식)에 관한 내용도 좋았다.

무지개를 먹는다는 게 뭘까? 사춘기를 겪는 몸이 건강한 음식을 잘 먹고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인데, 진짜로 무지개를 먹는 건 아니고 무지개 색깔의 자연 음식으로 구성된 무지개 식단을 먹는 걸 말해. 사춘기 몸에 필요한 비타민과 미네랄이 들어 있지. p106

엄마인 나도 가끔은 내 감정이 주체가 안 된 나머지
감정의 지배를 받아 몸을 움직이는 경우가 있다.

이 시기에 어떤 감정을 경험하든, 넌 중요하고 똑똑하고 능력 있는 사람이란 걸 알고 있어야 해. 어떤 느낌이 들더라도 넌 충분히 좋은 사람이야. 이 느낌이 영원하지 않다는 걸 항상 기억해! 감정은 매우 빨리 변한단다. 휴, 심호흡하고 기다려봐! 단지 사춘기의 일부니까 괜찮아. p126

미성숙한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하는 얘기겠지만,
읽고 있는 내가 위로받는 문장이었다.

‘한 순간의 점일 뿐이야~’하는 노래 말처럼.
‘이 또한 지나가리라‘ 라는 구절처럼.

사춘기에 궁금한 것을 물어볼 수 있는 어른을 찾고,
그들에게 조언을 구할 때의 방법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신뢰할 수 있는 어른이란 일단은 ‘어른’이어야 해.
너를 보살피고 네가 안전하고 건강하기를 바라는 사람이야.
그런 어린의 말이 늘 듣기 좋지만은 않겠지. 하지만 네가 가장 좋아지길 바라는 사람이 그들이라는 건 알 거야. p138

그리고 나 어릴 적엔 없었던 소셜 미디어에서 안전하기 지내는 법이 나와 있다.



엄마인 나의 사춘기는
무덤덤하고 때론 귀찮았으며, 깨끗하지 못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우리 집 작은 두 사람들(딸들)과 만나고 나서
여자로서의 나의 몸이 더 소중하고 예쁘다고 생각되었다.
아이들의 사춘기를 함께 기뻐하고, 축하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가
몸과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는 사춘기에
스스로를 돌보고, 나의 몸을 사랑하고 축하해 줄 수 있는 아이가 되길
나 역시 아이의 사춘기, 변화하는 몸과 마음을 기뻐하고 격려해 줄 수 있는 엄마가 되길

아니 되었으면 한다.

소녀들을 위한 내 몸 안내서를 읽는 내내
딸 뿐 아니라
나 자신의 몸을 축복해주고 응원해주려는 마음이 들었다.

머지않아 찾아올 완경기,
내 마음속 기차여행을 준비해야겠다.
즐기는 기차여행, 행복한 기차여행이 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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