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한자와 나오키 1 - 당한 만큼 갚아준다 ㅣ 한자와 나오키
이케이도 준 지음, 이선희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19년 6월
평점 :
일드(일본드라마)에 한참 빠져있을 때 본 작품 중 하나가 한자와 나오키다.
제목만 보고 ‘한자’와 ‘나오키’로 이해하고,
학교 한자 선생님의 이야기인가 하며 봤다가 허를 찔린 작품이기도 하다.
영화 골든슬럼버의 사카이 마코토의 순한 이미지만 알고 있다가
드라마 한자와 나오키에서의 사카이 마코토의 연기 변신에 깜짝 놀라기도 했다.
드라마의 원작을 만났다.
사전 서평단을 위해 특별 제작된 한정판 『한자와 나오키』
당한만큼 갚아준다는 부제와 어울리게
살벌한 표정의 한자와 나오키.
버블 경제 전
꿈과 희망을 안고 은행에 입사한 다섯 학생 중 하나였던 한자와 나오키.
도쿄중앙은행 오사카 서부 지점 융자과장 한자와 나오키는 위기에 처한다.
5억 엔을 융자해 준 서부오사카철강이 부도를 낸다.
“한자와, 너도 문제야. 왜 그런 대출을 통과시켰어?”
“통과 시킨 게 아니야. 지점장이 혼자 앞서 나갔어.”
“너의 지점장. 그 대출을 네 실수라고 주장하고 있어.”
한자와의 상사 아사노.
그는 모든 원인은 분식회계를 간파 못한 한자와 개인의 능력 부족에 있으며,
자기의 책임은 없다고 손을 쓰고 있었다.
사면초가에 몰린 한자와,
행방을 알 수 없는 히가시다 사장을 찾아 채권을 회수하는 길 뿐이다.
<1> 한자와 나오키
주인공 한자와 나오키는 온탕과 냉탕을 오가는 사람이다.
당하면 두 배로 갚아주겠다며 이를 가는 냉혈한으로 보이다가도,
아내에게 약하고 (드라마의 아내 하나와 원작의 하나는 느낌이 다르다. 드라마 쪽이 현모양처. 나는 원작의 아내가 마음에 든다.), 그럴만한 사람에 대해서는 예의를 갖추고,
가끔 돌발 행동(아내에 대한 소심한 복수, 사투리 구사 등)을 한다.
“사장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리겠심더.”
“좋았어! 그런데 한 가지 부탁이 있는데……. 어설픈 간사이 사투리는 안 썼으면 좋겠네.”
p197
"나도 도쿄중앙은행의 행원일 뿐이지. 즉 당신과 똑같은 일개 직원에 불과해. 경영과는 아무 관계가 없어. 내 주머닛돈이 나가는 것도 아니고, 하지만 나는 한 사회인으로서 당신이 저지른 일을 용서할 수 없어. 아무리 귀찮고 힘들더라도 당신이 저지른 일에 대해선 반드시 책임져야 할 거야.“ p227
<2> 은행
생활과 밀접한 기관인 은행.
은행이라는 하나의 회사, 은행이라는 시스템을 이용하는 개인인 ‘나’에 대해 생각하며 읽었다.
그 말은 곧 은행의 상식이 세상의 비상식이라는 거잖아! p134
날씨가 좋으면 우산을 내밀고 비가 쏟아지면 우산을 빼앗는다 ― 이것이 은행의 본모습이다.
대출의 핵심은 회수에 있다―이것도 역시 은행의 본모습이다.
돈은 부여한 자에게 빌려주고 가난한 자에게는 빌려주지 않는 게 철칙이다. 세상이란 원래 그런 법이다. p218
시장에서 도태되지 않기 위해서 지금 은행에게 가장 중요한 일은 거래처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지키는 것이다. p219
<3> 조직과 구성원
은행과 은행을 구성하는 행원들.
그들의 모습을 떠올리며, 우리 사회와 사회를 구성하는 구성원인 ‘나’를 상기시켰다.
로봇 같은 개인, 쓰고 버리는 개인이 아닌 인간미가 있는 조화를 이루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도 고민되었다.
은행의 원칙은 공은 내 것, 실수는 부하직원 것이니까. p251
은행이라는 조직은 어디나 벌점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이번 실적의 공은 다음 전근으로 사라지지만 벌점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다. 그런 특별한 회로가 작동하는 조직이 바로 은행이다. 그곳에 패자 부활 제도는 존재하지 않는다. 한 번 가라앉은 것은 두 번 사기 떠오르지 않는 토너먼트 방식이다. 그래서 한 번 가라앉은 것은 사라지는 수밖에 없다. p332
<4> 뭐니 뭐니 해도 money
돈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
돈은 최소한의 삶을 위해, 주변을 돌아보기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무엇을 위한 돈인가를 자꾸만 생각하게 한다.
회사에게 돈은 피와 같다는 말이 있다.
이 회사의 자금이, 피가 어떻게 흘러서 어디로 사라졌는가. p108
돈에는 색깔이 없다. 하지만 돈의 흐름을 살펴보면 앞뒤의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부풀린 매입대금은 은행에서 충당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즉, 한자와가 대출해준 5억 엔은 히가시다의 숨겨둔 재산으로 형태를 바꾼 것이다. p196
<5> 국세국(국세청)
영세기업들을 뒤흔드는 뛰는 놈 은행.
은행의 머리 위를 나는 국세국.
조폭 같은 국세국의 모습에 놀랐다.
"셔터 내리게 해 줄까?“
잘못된 엘리트 의식과 일그러진 선민사상의 산물로, 한심한 자들이 권력을 가지면 이렇게 된다는 패턴의 전형적인 모습이다. 인기 TV 드라마에 나왔던 인정 많고 너그러운 조사관은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 p154
<6> 기대되는 다음 이야기
“영업2부. 그룹은 어디라도 좋아. 단, 차장이야.” p383
도쿄중앙은행 영업2부 한자와 나오키 차장.
로봇 아닌 인간미 흐르는 행원,
꿈 많은 회사들을 많이 도와줄 수 있는 높은 지위에 앉게 되기 까지
어떤 고난과 역경이 그 앞에 펼쳐질지 다음권이 기대된다.
한자와 나오키보다 더 관심이 가는 도마리의 행보 역시 계속 지켜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