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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
린지 C. 깁슨 지음, 박선령 옮김 / 지식너머 / 2019년 1월
평점 :
[Flashback]
문항 가득한 종이가
내 앞에 놓여졌다.
15세 이전의 나의 기억에 관한 질문들이었다.
부모님과 나에 관한 것들.
쉽게 대답할 수 없는 항목들이 많았고,
쳐다만 보았다.
대답할 수 없는 항목의 점수는 0점이었고,
0점 처리되는 항목의 수가 늘어날수록 왠지 모를 죄책감과 답답함이 느껴졌다.
그날 저녁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엄마, 미안한데 그때의 엄마가 나를 어떻게 여겼는지 전혀 기억이 없어.”
엄마는 일단 나를 안심시켰다.
그리고 내가 0점 처리했던 문항들에 대해 엄마의 기억을 더듬고, 엄마의 나에 대한 생각과 감정, 행동을 이야기 해 주었다.
어린 나로선 몰랐던, 어른이고 엄마였던 여자인 우리 엄마의 이야기.
뻥 뚫린 듯 했던 과거의 조가들이 하나 둘 맞춰졌다.
내 15세 이전 엄마와 나의 퍼즐이 말이다.
☆
아이를 낳고, 아이를 키우고,
엄마도 나도 공유했던 지역을 떠나 각각 전혀 새로운 곳으로 이사했다.
아이를 키울 때
친정 엄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언급했었던 엄마와 나의 퍼즐 맞추기는
아이들의 탄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부재한 감정
내가 아이들을 거부하고픈 감정이 일 때마다
그 때 그 시절 엄마는 어땠는지 질문했다.
엄마는 담담하게 기억을 더듬어 알려주었다.
당신이 동생과 나에게 주지 못했던 것에 대한 상황을 설명하곤, 때론 사과도 했다.
친정 엄마는 생계의 전선에 뛰어들어 우리에게 해 주지 못한 정서적인 부분을 너는 꼭 해 주라고 당부할 때도 있었다.
서로 엄마와 딸이자, 여자와 여자, 오랜 시간 함께 했던 친구로
치유와 성장이 될 수 있는 그런 사이가 되었다.
☆
<감정이 서툰 어른들 때문에 아팠던 당신을 위한 책>은
‘나’보다는 내 부모님과 동생을 위해 읽고 싶었던 책이다.
부모와 딸, 그리고 귀여운 손녀들.
손녀의 존재로 대화가 오가고, 온기를 나눌 수 있는
현재를 살아갈 수 있는 나.
하지만
부모와 아들.
대화의 부재, 공동점도 공감도 떨어지는 사이에서
시간이 지날수록 골이 깊어지는 서먹함과 서운함에서 오는 상처들을
어떻게 잘 아물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하던 시기에 발견한 책이었다.
정서적 친밀감은 상대방이 여러분을 판단하려는 게 아니라 잘 알려고 노력할 때만 생길 수 있다. P20
누군가 시간을 들여 여러분의 경험을 귀담아 듣고 이해할 만큼 관심을 가져준다는 느낌에 의해 지속된다. P36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부모 밑에서 자란 아이들은 정서적 친밀감은커녕
정서적 단절을 겪고 생존을 위해 부모에게 받아들여지도록 감정을 억누르거나 어른아이로 성장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 미성숙한 부모로 자라고 되고, 정서적 대물림은 반복된다.
아이들은 자기와 주변 사람들을 실제와 다른 존재로 변화시킬 방법을 찾으면 어린 시절의 고통과 정서적인 외로움을 치유할 수 있다고 여기곤 한다. 모든 치유 환상의 주제는 바로 그것이다. 그래서 모든 이들의 치유 환상은 “…라면 좋을 텐데”라는 가정법으로 시작한다. P145
하지만 이런 무의식적인 환상은 문제를 오히려 키우는 예가 많다.
일례로 내가 상담한 한 여성은 우울해하는 아버지를 행복하게 해 줄 수만 있다면 자유로운 삶을 살면서 자기가 원하는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은연중에 믿고 있었다. 아버지가 계속 우울하게 지내더라도 자기는 자유롭게 혼자만의 삶을 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 한 것이다. P147
가족 간의 화해와 평화, 정서적 유대를 중요시 하다가 간과하거나,
가족 구성원이 다 ‘나’ 같은 생각이 아니라는 사실을 지적한 대목이 있었다.
“애나, 당신은 어머니와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 온갖 방법을 다 동원했어요. 어머니와 감정적인 친밀감을 느끼고 싶어하는 건 정말 당연한 일이지만, 아무래도 당신 어머니는 그걸 받아들일 수가 없는 모양이네요. 당신은 그냥 관계를 맺으려고 애쓰는 것뿐이지만, 어머니 입장에서는 그게 본인의 평형 상태를 뒤흔드는 중대한 위협일지도 몰라요.” P244
기대치를 바꾸고
관찰자의 입장에서 관계를 맺는 팁도 제시한다.
1. 자기 의견을 얘기한 다음 흘러가는 데로 놓아둔다.
2. 관계가 아닌 결과에 초점을 맞춘다.
3. 관여하지 않고 관리만 한다.
한걸음 물러서서 부모를 바라보고,
부모를 이해가 아닌 존재를 인정하는 것
부모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도 되고
부모에게 그런 의지가 없다면 자식이 무리한 일방적 대화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어깨에 힘 빼도 된다고
그리 말해주는 책이라 좋았다.
때로는 연락을 중단하거나, 한계를 두어 선택할 수 있는 자유인,
일인분의 성숙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