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엄마" 라는 단어만 들어도 눈물이 나고 가슴이 너무 아픈건 저만 그렇게 느끼는게 아니겠죠? 하지만 시즈코상 : 그럼에도 엄마를 사랑했다 책을 읽으며 생각이 드는것은 지은이는 눈물이 나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6개월전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생사를 오가며 한치 앞도 알 수 없는 긴 터털을 지나는 듯한 때를 돌아보면 지금의 저의 엄마는 조금씩 호전되는 양상이라 마음은 무겁지만 그래도 희망을 간직한채 믿고 하루 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딸이지요.
중환자실에 한달가량 있다 가족들을 알아보시긴 하나 발음이 어눌한 상태였고 딸의 이름을 부르지 못하는 모습이 어찌나 가슴이 아프던지요. 꼭 치매 환자처럼 말을 띄엄띄엄 천천히 하며 반복해서 하였지요. 내가 내가.. 무엇을 이야기 하고 싶어서 그 다음 말에 아주 힘을 내 보이지만 어머니의 발음을 명확하게 알아듣기에는 너무도 어려움이 컸으니깐요. 그래도 몇십년을 산 딸의 이름은 잊어버리지 않을줄 알았어요.
하지만 내 이름이 뭐지? 내가 누구지? 엄마는 말씀이 없으시고 저를 뚫어져라 쳐다봅니다. 그리고 내 이름을 이야기 해 주면 성만 따라한다든지 다른 사람의 이름을 대어 너무도 슬퍼지는 순간입니다. 그렇게 많이 불렀던 제 이름을 왜 모를까요... 너무나 가슴이 아파오지요. 하지만 지속적으로 이름을 알려주면 이름을 기억할 수도 있을거라는 희망을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어요. 오른쪽은 편마비로 움직일 수도 없는 상태라 운동을 해야 하지만 기운도 없고 알츠하이머성 치매라 운동에 대한 의욕도 없지요. 어머니를 볼 때마다 조금만 힘내라고 하지만 본인은 얼마나 힘들까요?
자식들을 위해 평생 일만 해 오셨던 엄마는 이제 아픔으로 잠시나마 침상에서 쉬려고 하나 봅니다. 그리고 이제 하던 일을 하지 않으시게 되어 오히려 엄마의 쉼을 응원해야 하는것이 맞는것인지도 잘 모르겠어요. 한번을 쉬지 않고 달려온 길이라 하느님은 일부러 쉬시라고 아픔을 주셨나 봅니다. 그리고 힘들고 기억해 내고 싶지 않은 일들을 머릿속에서 삭제 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 보았어요. 언제쯤이면 엄마는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을까요? 대화라도 된다면 이 고통이 조금이나마 나을까요? 매일 매일의 변화속에서 오늘의 나를 알아는 볼까? 하고 기대를 하게되는 하루입니다.
남아선호사상이 유독 높은 시기에 딸로 태어남으로 인한 무게를 지은이는 견뎌내고 있어요. 어머니로 부터 받는 서러움 이 서러움을 어떻게 간직하며 살아갈까요? 그러한 어머니를 이제는 사랑으로 들여다 보게 되어요. 그리고 그 분의 어려웠던 상황을 그 나이가 되어 이해심으로 메꾸는듯 보였어요. 모질게 상처되는 말들과 아무렇지 않게 툭툭 내뱉는 이야기, 그리고 그 행동들은 지은이에게는 얼마나 고통이 되었을지 상상이 가지 않아요.
엄마가, 엄마가 아닌 사람이 되고 난 뒤에서야 처음으로 나는 엄마와 둘이서 다정한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나는 제정신인 엄마를 한 번도 좋아해 본 적이 없다. 언니, 집이 그리운 적 있었어? 아니, 전혀
불쌍한 엄마, 불쌍한 우리, 인생이란 이런 거라고 알아차렸을 때는 이미 때가 늦은 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