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원 - 희망의 날개를 찾아서
소재원 지음 / 네오픽션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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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겁고 어두운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외면하지 말자고 분명히 말한다.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입은 아이와 주변 사람의 이야기를 각각의 인물 시점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절박함이 느껴져서 차마 눈을 감을 수가 없다. 진심이라는 것이 마음으로도 느껴졌기 때문이다.

 

 

“설명할 필요는 없겠지만, 해야겠다. 첫째, 너는 아이와 가족들이 함께 식탁에 모일 수 있는 가장 기본적인 권리를 빼앗았다. 둘째, 너는 아이에게 아름다운 왕자님이 나오는 동화를 증오하게 만들었다. 셋째, 부모라는 위대한 이름에 평생 동안 죄를 안게 하였다. 넷째, 웃음으로 가득해야 할, 사랑만으로 가득해야 할,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일 수 있는 두 눈을 간직한 여덟 살의 특권을 빼앗아버렸다.” (54)

 

 

반장이 그 사람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을 들으면서 과연 무슨 생각을 했을까. 반장은 자기가 지금 사람이 아니라 짐승을 패고 있다고 말한다. 범죄자에게도 ‘인권’이 있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다. 만약 그러한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에게 말해주고 싶다. “자신의 인권이 존중받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인권 또한 존중해야 한다.”고. 아이가 누릴 수 있었던 천진난만함이 사라졌다. 많은 것을 꿈꾸고 상상할 수 있는 나이다. 그것을 잃어버린 채 사람이 무서워 안으로만 숨는 모습을 보고 무슨 말을 할 수 있으랴.

 

 

그리고 이 책에서는 유독 영화가 많이 나온다. <시티 오브 조이>, <이터널 선샤인>, <메멘토>, <시네마 천국>, <쇼생크 탈출>, <아이 엠 샘>,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여인의 향기> 지금까지도 사랑받고 있는 주옥같은 고전이다. 각각의 영화는 아무런 의미 없이 인용된 것이 아니다. 가족이 처한 상황에서 서로 이해하기 위한 방법이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지만 비로소 알게 된 것이 있다. 그중에서 <이터널 선샤인>에 대한 언급이 기억에 남는다.

 

 

화가 말하려는 것은 어떤 기억이든, 사랑하는 사람과의 기억은 소중하다는 것이었다. 설사 그것이 고통의 기억일지라도. (101)

 

가족이라는 단어와 직결되는 것이다. 기쁨과 슬픔을 모두 공유할 수 있는 공동체, 가족. 함께 이겨내자는 작은 다짐. 아버지가 아이의 곁으로 돌아가기 위해서 하는 노력을 도저히 눈물 없이는 볼 수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드디어…….

“아빠, 집에 가자.” 라는 말을 한다. 이 말이 그토록 소중한지 잘 몰랐다고 앞으로는 서투르게 보내지 않겠다고 울면서 아버지가 말한다. 엄청나게 동의했다. 가장 울컥한 순간이었다. 이런 모습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바로 가족의 힘이 아닐까. 이 가족을 진심으로 응원한 수많은 사람과 함께 일어설 수 있었다. 놀이공원까지 태워준 택시기사나 캐릭터 복장으로 놀이공원에 들어갈 수 있게 해 준 매표소 직원, 이런 사람이 있었다.

 

 

영화를 보는 사람도 있겠지만 책도 추천한다. 영화와는 또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장담한다. 그리고 성폭력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변화로 이어지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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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 정유정 장편소설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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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하나, 둘, 셋…….

<7년의 밤> 작가의 신작 <28>에는 유독 죽음이 많다. 하나같이 처절한 죽음이다. 상처입고 아파하는 사람을 대변하기라도 하듯이 쉴 새 없이 독자를 몰아친다. 누군가는 같은 장면을 보면서 고개를 돌릴 것이다. 다른 사람은 실눈을 떠서 조심스럽게 볼 것이다. 너무 지독해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다. 그 이유는 인간의 본성과 그리 다르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예리한 시선으로 묘사한 인간과 개가 살아 움직이는 듯 했다. 조용한 삶 속에 어느 순간 퍼진 전염병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만다. 결국 특단의 조치까지 내리고 마는데. 극한의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 그들은 각각의 사정으로 한 곳에 모이나 이내 얽혀버린다. 후에 치열하게 무언가 결핍된 채로 살아간 인생은 끝을 맞이하고 책도 마지막 장을 넘기고 있다.

 

28

나는 때로 인간 없는 세상을 꿈꾼다. 모든 생명이 자기 삶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세계, 꿈의 나라를. 만약 세상 어딘가에 그런 곳이 있다면 나는 결코 거기에 가지 않을 것이다.

 

책 표지에도 적혀있는 의미심장한 문장. 이것은 소설 속에서 큰 역할을 하게 된다. 일종의 복선이라고 할 수 있다. 이 말을 한 사람이 누군지 파악하게 되면 많은 것을 알 수 있으리라. 미리 말해주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스포일러나 마찬가지니까.

 

345

그때 살려고 애쓰는 것 말고 무엇이 가능했겠느냐고, 삶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본성이었다. 생명으로 존재하는 모든 것들의 본성.

 

346

그것이 삶이 가진 폭력성이자 슬픔이었다. 자신을, 타인을, 다른 생명체를 사랑하고 연민하는 건 그 서글픈 본성 때문일지도 몰랐다. 서로 보듬으면 덜 쓸쓸할 것 같아서. 보듬고 있는 동안만큼은 너를 버리지도 해치지도 않으리란 자기기만이 가능하니까.

 

상처받은 남자에게 내가 해주고 싶은 말이었다. 그건 당신의 탓이 아니었노라고. 어쩔 수 없는 일로 자신을 탓하는 것은 이제 그만 두라고. 십여 년이 지난 이후에도 끊임없이 괴로워하고 자신의 과오를 속죄하기 위해 어떤 심정으로 살아온 것일까.

 

389

그뿐이겠는가. 묻고 싶은 게 많았다. 아내가 어디에서 죽었는지, 당시 현장 상황이 어땠는지, 스타나 링고가 아내를 공격하는 걸 직접 봤는지, 목격자에게 들은 것인지, 목격자가 누구인지, 묻지 않은 건 그것이 타인의 슬픔에 대한 예의라고 여겼기 때문이다.

 

‘타인의 슬픔에 대한 예의’ 이 얼마나 아름다운 말인가. 때로는 침묵 속에 남겨두는 것이 더 나을 수 있다. 그런데 사람은 가끔 이 사실을 잊는 것 같다. 기어코 아문 상처를 터뜨리는 행동으로 아픔을 배가시키고는 한다. 그래서는 안 된다.

 

409-410

현재에 이르게 만든 모든 것들에 대한 분노로부터, 매일 매 순간 밀려드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으로부터,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과 홀로 남았다는 외로움으로부터, 다시는 일상을 되찾을 수 없으리라는 절망감으로부터 저 많은 사람들이 이 광장에 모여 앉아 울분을 토하고, 박수를 치고, 내일을 희망하며 삶을 확인하듯.

 

책의 내용을 가장 잘 요약한 문장이다. 이상하게도 이 구절을 보면서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이 떠올랐다. 다른 목적으로 응집한 사람이었지만 두 사건 다 많은 희생을 치렀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전자는 허구(일 것이)고, 후자는 실제라는 점이다.

 

솔직히 마지막 챕터를 읽은 후에는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그에게는 이 결말이 너무나도 잘 어울린다. 어느 인터뷰에서 그가 했던 말처럼.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 다행스럽기까지 한 책은 처음이다. 시간을 많이 남겨두고 읽기 시작하라. 할 일도 잊어버린 채 책에만 몰두하게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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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루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6
김수지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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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지 로맨스’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일단 독자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책을 펼친 사람에게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풀어놓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권을 읽고 난 뒤에 메모를 했다.

 

‘상처 입은 것을 숨기기 위해 분노와 잔인함을 내세운 남자와 냉정함을 유지하나 속은 여리기 그지없는 여자의 조합이랄까.’

 

보통 메모는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 퍼뜩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다. 그리고 이것을 리뷰를 하는데 이용하곤 한다. 이 한 문장으로 얼추 줄거리는 짐작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물론 감정이나 그럴 수밖에 없는 절실함을 읽어야 알겠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서로에게 끌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호감으로 마지막에는 끝내 사랑으로 걷잡을 수 없이 나

아갔을 것이다.

 

다리우스의 강경책에 맞춰서 저항을 하는 무리가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어느 노인이 이런 모습이 어리석게 보이냐고 묻자 우리의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런 말을 한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여기에 그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외치는 것처럼 보인단다. 아마 그녀 이전에 누구도 이와 같은 평가를 하지는 않았으리라. 대다수에게 강대국에 맞서서 의미 없는 싸움을 계속 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흘러온 이방인과 같은 존재가 그럴 말을 하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했을 것이다.

 

다리우스는 그녀에게 빠져들면서 점점 집착의 기질을 보이기 시작한다. 가만히 놔두면 도망가고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은 그녀를 보며 잃을까 두려워한다. 2권의 중반부에서 절정에 올라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다시 명령을 내리지. 찾아서 내 앞으로 끌고 와라. 수단, 방법 가리지 마라. 어디 한두 군데 다쳐도 상관없다. ……숨만 붙여서라도 데려와.” (192)

아니면,

“네가 미련 없다는 듯이 버리고 간 것들을 내가 소중히 품으리라 생각했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194)

 

없으면 죽을 것 같은데도 애써 괜찮은 척 하고 자신의 심복을 시켜 어떻게든 옆에 두려고 하는 그에게 그녀는 지고 만다.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죽음’이라는 것은 필연적이고 그것을 위해서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자꾸만 그에게 옮아간다. 여러 가지 감정을 자신에게 그대로 쏟아내고 상처를 들킬까 포장하고 있는 모습에 눈길이 간다. 정말 애잔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복수를 하기 위해 그녀를 이용하는 여자가 있다. 보통 로맨스 소설에서 여주인공의 라이벌로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다리우스를 철저히 증오해서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바라는 여자다. 그를 위해 울어주지 말라고 외치는 여자의 소리에 그녀는,

 

“한 사람 정도는, 그 사람을 동정하게 두어도 되지 않습니까.”(338)

라는 말을 하며, 전에 그녀의 손에 닿았던 처절한 그의 고통을 떠올린다. 4글자로 말하면 이들이야말로 ‘천생연분’이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듬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는 그가 조금은, 부러웠다.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가 스스로 ‘인간’이라 느끼게 해주는 그녀와 잘 살 거라는 확신이 든다. 또한, 작가님의 무한한 상상력에 존경을 보낸다. 3권,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알차게 채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다음번에는 어떤 매력적인 주인공과 세계가 등장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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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지우고 남은 것들 - 몽골에서 보낸 어제
김형수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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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미국이나 유럽 같은 곳을 가고 싶어 한다. 이제까지 몽골에 가고 싶다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그런데 그곳에서 직접 몸을 부딪치며 배우고 글을 쓴 사람이 있다. 그들만의 풍속과 생활방식을 지키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속에 들어갔다. 우리의 입장이 아니라 상대방의 관점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보인다. 뿐만 아니라 학문적 탐구도 게을리 하지 않으시며 적지 않은 성과를 내셨다. 몽골 역사나 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 이해가 안 되는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색다르고 순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마음에 우러나오는 생각을 문장으로 적은 느낌이랄까.

 

 

여정에서 내가 뼈가 시리도록 느낀 점이 있다면 그것은 인간의 의식이 신체에 감금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존재는 자연의 올가미에 매달려 있다. 실존은 오직 그 안에서 이루어진다. (34)

 

 

위의 문장을 보면서 수업시간에 배운 철학이 생각이 났다. 물론 전문적으로 배운 게 아니라 교양 차원이었지만 아는 것이 나왔다는 것 자체가 반갑고 기뻤다. 육체와 정신에 대한 철학자의 다양한 관점이 있다. 같지만 같지 않고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그런 지식 말이다. 그런데 글쓴이는 인간의 의식이 신체에 갇혀 있다고 말한다. 이름이 정확하지 않은 철학자도 같은 말을 한 적이 있다. 그것이 문득 떠올랐다. 글쓴이가 이와 같은 말을 할 수 있는 것은 ‘신체’로 말할 수 있는 의식의 울타리인 자연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은 결국 내 안 어딘가에 있지만 지금은 내가 잃어버린 장소들에 속하는 것이었다. 그 영롱한 아름다운 과거들. 그러나 나는 현재와 미래를 희생한 대가로 과거를 찬미하고 싶지는 않았다. 인간의 비극은 그가 한때 어린애였다는 사실에 있다고 말한 사람이 있었던가? 나는 비극을 갖는 것을 회피하지 않을 것이다. (37)

 

 

이 문장을 밑줄 그은 것은 현재, 과거, 미래를 바라보는 관점이 남다르게 보여서다. ‘현재와 미래를 희생한 대가로 과거를 찬미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을 어떤 식으로 나오게 되었을까. 의미심장한 말 같기도 하고 그저 일상적인 말 같기도 하다. 명확하게 꼬집어 말할 수 없어서 답답하지만 한편으로는 흥미롭다.

 

 

마종기 시인의 시「차고 뜨겁고 어두운 것」중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되는 자유로움 때문에 미국을 선택한 나는, 자유를 얻은 대가로 내 언어의 생명과 마음의 빛과 안정의 땅을 다 잃어버렸다. —내게도 안정의 땅과 마음의 빛이 있었을까. (49)

 

 

좋아하는 시인이 이런 시를 남겼다는 것을 책을 통해 배워간다. 그렇게나 아름다운 말을 만들어내면서도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새롭게 알았다. 만약 미국을 선택하지 않았더라면 무슨 시를 썼을까 상상하면서 다시 한 번 시집을 찾아서 들여다봐야겠다.

 

 

심오한 주제를 가진 것은 아니지만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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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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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SF 소설을 처음 접해봤다. 개인적으로 어느 나라 소설이든지 SF보다는 판타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굉장히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여기서 인용하고 사용하는 수학적 이야기를 대부분 이해할 수는 없다. 도대체 ‘삼체’가 실재할 수 있는 지도 확신을 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상력의 폭이 이만큼이나 넓어졌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SF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현실 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현실 세계의 부조리에서부터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펼쳐진다. 가령 이러하다. 가상현실에서 만나는 게임인 ‘삼체’가 인간 세계로 들어온다면 어떠할 것인가? 실제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있다.

 

“만일 삼체 문명이 인간 세계에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어떤 태도를 취하겠습니까?”

“매우 기쁘지요.”

젊은 기자가 먼저 침묵을 깼다.

“최근 일어난 일들로 인해 저는 인류에 실망했습니다. 인류는 스스로 발전할 능력을 잃은 지 오랩니다. 외부의 힘이 개입되어야 합니다.” (261페이지)

 

삼체 문명 게임에서 고득점을 얻은 대다수의 사람이 기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런데 막상 이 부분을 보자마자 현실성을 따지기 전에 ‘외부의 힘이 정말 인류와 세계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다. 제3자가 개입하면 일이 더 복잡해지고 오히려 해답에서 더 멀어질 수도 있다. (외계인이 있다고 하면) 그들 나름대로의 의견이 있기 때문에 인류가 끌려갈 수도 있다. 인류에게 실망했다고 해서 주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깨닫고 반성하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을 이성(理性)을 가진 존재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역사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근거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다. 중국의 역사와 사건과 공상적 요소를 잘 버무려서 만들어낸 맛깔스러운 음식을 맛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좀 더 쉽게 다가오기를 바란다. 아니, <삼체> 수준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독자인 ‘나’가 발전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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