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루 세트 - 전3권 블랙 라벨 클럽 6
김수지 지음 / 디앤씨미디어(주)(D&C미디어) / 2013년 8월
평점 :
품절


‘판타지 로맨스’라는 독특한 조합으로 일단 독자의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책을 펼친 사람에게 남녀 주인공의 이야기를 쉴 새 없이 풀어놓는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1권을 읽고 난 뒤에 메모를 했다.

 

‘상처 입은 것을 숨기기 위해 분노와 잔인함을 내세운 남자와 냉정함을 유지하나 속은 여리기 그지없는 여자의 조합이랄까.’

 

보통 메모는 마지막 장을 덮은 후에 퍼뜩 떠오르는 생각을 적는다. 그리고 이것을 리뷰를 하는데 이용하곤 한다. 이 한 문장으로 얼추 줄거리는 짐작할 수 있으리라고 본다. 물론 감정이나 그럴 수밖에 없는 절실함을 읽어야 알겠지만 말이다. 두 사람은 완전히 달랐기 때문에 서로에게 끌릴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처음에는 호기심에서 호감으로 마지막에는 끝내 사랑으로 걷잡을 수 없이 나

아갔을 것이다.

 

다리우스의 강경책에 맞춰서 저항을 하는 무리가 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어느 노인이 이런 모습이 어리석게 보이냐고 묻자 우리의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은 잠시 생각하더니 이런 말을 한다.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습이 여기에 그들이 존재하고 있다고 외치는 것처럼 보인단다. 아마 그녀 이전에 누구도 이와 같은 평가를 하지는 않았으리라. 대다수에게 강대국에 맞서서 의미 없는 싸움을 계속 하는 것처럼 보였을 것이다. 그런데 어디서 흘러온 이방인과 같은 존재가 그럴 말을 하니 기쁘면서도 한편으로 씁쓸했을 것이다.

 

다리우스는 그녀에게 빠져들면서 점점 집착의 기질을 보이기 시작한다. 가만히 놔두면 도망가고 죽음도 마다하지 않을 것 같은 그녀를 보며 잃을까 두려워한다. 2권의 중반부에서 절정에 올라서 그는 이런 말을 한다.

 

“다시 명령을 내리지. 찾아서 내 앞으로 끌고 와라. 수단, 방법 가리지 마라. 어디 한두 군데 다쳐도 상관없다. ……숨만 붙여서라도 데려와.” (192)

아니면,

“네가 미련 없다는 듯이 버리고 간 것들을 내가 소중히 품으리라 생각했다면 크나큰 착각이다.” (194)

 

없으면 죽을 것 같은데도 애써 괜찮은 척 하고 자신의 심복을 시켜 어떻게든 옆에 두려고 하는 그에게 그녀는 지고 만다. 자신의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죽음’이라는 것은 필연적이고 그것을 위해서 살아왔다. 하지만 어느 순간 마음이 자꾸만 그에게 옮아간다. 여러 가지 감정을 자신에게 그대로 쏟아내고 상처를 들킬까 포장하고 있는 모습에 눈길이 간다. 정말 애잔한 사랑이 아닐 수 없다.

 

복수를 하기 위해 그녀를 이용하는 여자가 있다. 보통 로맨스 소설에서 여주인공의 라이벌로 등장하지만 여기서는 다르다. 다리우스를 철저히 증오해서 그의 죽음을 진심으로 바라는 여자다. 그를 위해 울어주지 말라고 외치는 여자의 소리에 그녀는,

 

“한 사람 정도는, 그 사람을 동정하게 두어도 되지 않습니까.”(338)

라는 말을 하며, 전에 그녀의 손에 닿았던 처절한 그의 고통을 떠올린다. 4글자로 말하면 이들이야말로 ‘천생연분’이다.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모습을 보듬을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 있는 그가 조금은, 부러웠다.

 

죽음이 그들을 갈라놓지 않아서 정말 다행이다. 그가 스스로 ‘인간’이라 느끼게 해주는 그녀와 잘 살 거라는 확신이 든다. 또한, 작가님의 무한한 상상력에 존경을 보낸다. 3권, 500여 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을 알차게 채운다는 것은 정말 대단하다. 다음번에는 어떤 매력적인 주인공과 세계가 등장할지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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