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체
류츠신 지음, 이현아 옮김, 고호관 감수 / 단숨 / 2013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중국 SF 소설을 처음 접해봤다. 개인적으로 어느 나라 소설이든지 SF보다는 판타지를 선호하는 편이다. 그런데 굉장히 독특한 세계관을 가진 작품을 만나게 되었다. 여기서 인용하고 사용하는 수학적 이야기를 대부분 이해할 수는 없다. 도대체 ‘삼체’가 실재할 수 있는 지도 확신을 가지지 않고 있다. 그러나 상상력의 폭이 이만큼이나 넓어졌다는 점은 분명히 말할 수 있다.

 

SF 장르를 표방하고 있지만 현실 세계와 완전히 동떨어져 있지 않다. 오히려 현실 세계의 부조리에서부터 새로운 차원의 세계가 펼쳐진다. 가령 이러하다. 가상현실에서 만나는 게임인 ‘삼체’가 인간 세계로 들어온다면 어떠할 것인가? 실제로 이런 질문을 던지는 장면이 있다.

 

“만일 삼체 문명이 인간 세계에 들어온다면 여러분은 어떤 태도를 취하겠습니까?”

“매우 기쁘지요.”

젊은 기자가 먼저 침묵을 깼다.

“최근 일어난 일들로 인해 저는 인류에 실망했습니다. 인류는 스스로 발전할 능력을 잃은 지 오랩니다. 외부의 힘이 개입되어야 합니다.” (261페이지)

 

삼체 문명 게임에서 고득점을 얻은 대다수의 사람이 기자의 의견에 동의한다. 그런데 막상 이 부분을 보자마자 현실성을 따지기 전에 ‘외부의 힘이 정말 인류와 세계를 더 나은 존재로 만들 것인가’에 대한 의문점이 생겼다. 제3자가 개입하면 일이 더 복잡해지고 오히려 해답에서 더 멀어질 수도 있다. (외계인이 있다고 하면) 그들 나름대로의 의견이 있기 때문에 인류가 끌려갈 수도 있다. 인류에게 실망했다고 해서 주권을 빼앗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간은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도 있지만 깨닫고 반성하기도 한다. 그것이 인간을 이성(理性)을 가진 존재라고 부르는 이유다. 이것이 반복되면서 역사를 만들어 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하지만 작가의 풍부한 상상력과 근거에는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겠다. 중국의 역사와 사건과 공상적 요소를 잘 버무려서 만들어낸 맛깔스러운 음식을 맛보고 있는 느낌이었다. 작가의 다음 작품은 좀 더 쉽게 다가오기를 바란다. 아니, <삼체> 수준이어도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을 만큼 독자인 ‘나’가 발전하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