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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심장을 쏴라 - 2009년 제5회 세계문학상 수상작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09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이번에 영화가 크랭크인된다는 소식을 듣고 뒤늦게 책을 펼쳤다. (영화 나오면 꼭 봐야지!)처음 몇 장에서 멈칫하다가, 이내 정신없이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왜 이것을 이제야 만났나.
약간은 허무맹랑한 이야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읽으면서 누구나 각자의 삶을 치열하게 살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때로는 그들의 삶을 존중해줄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삶의 움직이게 하는 동력일 수 있으니.
전반적인 분위기는 어두운데 한없이 어두운 것은 아니다. 뭔지 정확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어떤 ‘느낌’이 있다고 해야 하나. 말로 표현하기에는 어려운 무언가가 있으니 읽어보시길 권한다. 사람마다 다른 ‘느낌’이 오는 순간이 있다고 자신 있게 말할 따름이다.
각각의 인물의 존재감은 강렬하다. 이 사람이 치고 물러날 것 같으면 이어서 저 사람이 들어오는 모양새다. 그러니 독자가 쉴 틈은 없다. 그들과 함께 달릴 수밖에. <7년의 밤>, <28>에 이어 <내 심장을 쏴라>를 만날 수 있어 좋았다. 다음은 무엇을 만날 지 기대된다. 무엇을 만나든 후회하지 않을 것 같다.
밑줄 긋기
52-53
외로움이란, 외롭지 않았던 적이 있는 자만이 두려워하는 감정이라는 걸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141
“저 사람들은 왜 저럴까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어디 있는지 실감도 나고.”
입원 후 우리가 벌인 소동도 만만치 않았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우리에게 이유가 있듯 그들에게도 이유가 있다. 타인과 교신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게 비극일 뿐이지. 사람들은 스스로 그걸 ‘영화’라고 칭했다. 병동은 각자의 영화가 동시 상영되는 극장이었다. 그러니 시끄러울 수밖에.
185
생각할 능력을 상실한 자가 바깥세상에서 생존할 길은 없는 것이다.
위장이 비틀리는 기분이었다. 잠시 잊고 있던 두려움이 머리를 들었다. 미래를 떠올리면 어김없이 엄습해오는 두려움이었다. 내 삶에 잠복한 ‘상실의 날’에 대한 두려움이었다. 내가 자살 충동에 시달리는 시기는 그런 두려움에 휩싸일 때였다. 생각이 사라지기 전에, 그리하여 죽음을 결심할 능력마저 잃어버리기 전에 끝내고 말자고.
마지막에는, 작가의 말의 한 문장이 내 머리를 강하게 쳤다.
‘운명이 내 삶을 침몰시킬 때,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계속 생각할 것 같은 의미심장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