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주 - 진주를 품은 여자
권비영 지음 / 청조사 / 2014년 3월
평점 :
절판


 

전작 <덕혜옹주>에서 느낀 감정은 <은주>를 통해 다시 만나게 되었다. 물론 두 작품은 우리가 관계를 맺으면서 살고 있는 ‘삶’을 이야기하지만 조금 다르다. 전작이 조선의 마지막 옹주로 살아야 했던 여자를 그렸다면, 이번에는 현대로 돌아왔다. 독자의 곁에 더욱 가까이 다가섰다고나 할까.

 

아픈 가족사를 가진 채 살아가는 ‘은주’의 이야기다. 폭력의 마수는 도망칠 틈도 없이 시시각각 쫓아오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찾아온 사랑이 있다. 거기에 ‘다문화’라는 소재로 여러 사람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각자 이루고 싶은 꿈이 있는 사람들의 소소한 이야기를 맛볼 수 있다. 그저 담담하게 서술한 것 같지만 속에 큰 울림을 담고 있다. 예를 들면, 이렇다.

그들 각자에게는 색깔이 다른 슬픔의 강물이 흐르고 있었으니까. (28)

그냥 ‘그들에게는 다른 슬픔이 있다.’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는데 이것이 ‘색깔이 다른 슬픔의 강물’로 멋지게 탈바꿈했다. 책 속 구석구석에서 이런 문장을 찾아볼 수 있다. 그래서 시선을 사로잡으면서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자신에게서 나가지 못하게 한다. 또한, 여기서 든 생각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고통의 크기나 의미를 다른 사람에게 적용하지 말자.’는 것이다. 무의식중에 우리는 나를 기준으로 삼고는 한다. 거기서 위안을 얻거나 때로는 좌절에 빠진다. 하지만 살아온 인생의 수만큼 다양한 모습을 하고 있다고 본다. 그러니 나와 다르다고 해서(나의 고통이 더 큰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화살을 무작정 바깥으로만 돌리지 말았으면 한다. (하지만 이런 마음가짐을 갖는 것보다 실천하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잘 안다.) 매번 가시를 세운 채 상대방을 상처 입히면 어느 순간 자신의 몸도 상처투성이라는 걸 알게 된다.

소설 속의 주인공은 대부분 상처 입고 아파하는데 알고 보면 그것을 치유하는 것도 사람이다. (새로운 사랑이 시작된다는 식의 전개를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처럼 ‘은주’도 여러 가지 경험을 하고 헤어지는 줄 알았던 연인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면서 진정으로 삶을 즐기는 법을 알아 간다. 사람들이 지금보다 더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자신을 치유하는 방법(책이나 음악 등)을 찾아서 스스로 위로하게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작가의 다음 작품을 또 기대하면서 이제 ‘은주’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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