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도록 가렵다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4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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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끝자락에 <어디선가 나를 찾는 전화벨이 울리고>를 읽었다. 그리고 결심한 한 가지가 있다. 나 또한 갈색 노트를 만들 것. 순간순간의 감정이 떠나가기 전에 붙잡아 놓기 위해. 그리고 이제 내 눈앞에 노트가 한 권 있다. 무언가를 적고 싶다는 마음은 이때도 그렇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미치도록 가렵다>를 읽고 난 뒤에 든 또 다른 생각은 <느낌의 공동체>라는 책의 한 구절이다.

 

“좋은 작품은 내게 와서 내가 결코 되찾을 수 없는 것을 앗아가거나 끝내 돌려줄 수 없을 것을 놓고 간다. 책읽기란 그런 것이다. 내게는 그 무엇도 이 일을 대체하지 못한다.”

- 문학평론가 신형철

 

사서 선생님 수인, ‘책이 하는 말을 듣는’ 이담, 도서관을 살리고자 하는 “과거의” 교장 선생님의 모습에 깊이 공감했다. 비록 책을 읽는 사람은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책은 사랑받고 있다. 헌책방을 좋아하는 것을 보고 반가웠다. ‘헌책을 파는 남자’의 정체도 궁금했다. 수인이 사는 책마다 적힌 메모나 적절한 시기에 선물을 해주는 것을 보면 주변에 있을 법도 한데. 다가오는 7, 8월에는 책 속에 파묻혀야겠다. 이런 다짐을 매번 했지만, 끝까지 성공하지 못한 채 다른 곳으로 몸을 돌리곤 했다.

 

그리고 학교 속에 있는 아이들. 아, 아이들. ‘전학생’을 이런 식으로 표현할 수도 있구나. 첫 만남에서 수많은 시선을 감당하면서 이루어진 것들로 앞으로의 생활이 결정된다. (탁의 경우를 보면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다.) 일종의 먹이사슬이라고 할까. 다른 것으로는 동아리 활동. 방과 후 활동으로 독서회를 선택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지만 수인은 꽤나 현명하게 아이들과 의사소통을 한다. 비록 시작은 삐걱거렸으나, 이들의 독서회도 잘 이루어질 것 같다.

 

마지막으로, 수인의 어머니가 말하신 “가렵다.”는 말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치열한 고민과 선택 속에서 해소되지 않는 무언가를 예리하게 집어내어 말로 뱉었다. 어려운 말이 아니라 이해하기도 쉽다. 모두 그런 경험이 있지 않은가. 등이 가려운데 손이 닿지 않을 때. 혹은 기침이 나올 것 같다가 도로 들어갈 때. 그 순간을 이겨내면 괜찮아지지만 괜히 아쉬운 마음이 든다. 그때 긁었어야(토해냈어야) 하는데. 또한, 왜 칭찬을 하지 않았냐는 딸의 물음에, 아버지가 없다는 소리 듣지 않게 하려고 일부로 더 엄하게 키웠다며 “엄마의 말과 아버지의 말을 둘 다 해야 했다.”는 말도 떠오른다.

 

이런 청소년 소설은 어른이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든다. 작가의 <시간은 파는 상점>도 이참에 읽어야겠다.

※ 자음과모음 공식 리뷰단 3기도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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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의 연인 1 - 제1회 퍼플로맨스 최우수상 수상작
임이슬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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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09년, 어디선가 날아온 비행물체와 그 속에서 나타난 소녀. 그 모습을 보게 된 나무하러 온 젊은 선비. 전에 만난 무당의 점괘가 기가 막히게 들어맞는 순간이다. 자유분방한 이 아가씨는 어느 순간 그의 마음을 사로잡고. 헤어질 것만 같던 순간을 지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데. ‘별’을 타고 자신의 행성으로 돌아가야 하는 그녀의 운명은? 실록 속의 한 구절과 선녀와 나무꾼이라는 동화를 잘 버무려 만든 비빔밥을 맛보는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나물만으로 섭섭할 수 있으니 참기름을 몇 방울 떨어뜨려 맛과 질감을 좋게 한다.

 

조선과 전혀 다른 공간에 살고 있는 ‘미르’라는 소녀는 자신의 감정에 무척이나 솔직하다. 반면, 올곧은 선비의 대명사인 ‘휘지’는 애써 자신의 마음을 숨겨보려 한다. (그의 이름을 보면서 사실 일필휘지가 떠올랐다. 책 속에 묘사되어있는 그의 생김새로 봤을 때 서글서글하게 웃는 사람 좋은 선비였을 거라 생각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마음은 표현하지 못하면 엇나가기 마련이다. (하지만 그리 걱정하지는 마라.)


한편, 우리의 선비를 좋아하는 아가씨도 있었으니. 그녀는 마음을 다해 고백하지만, 그의 마음속에 있는 사람이 자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단념하게 된다. (그녀에게도 휘지 도령 말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들어주지. 항상 사랑이 이루어지지 않는 조연이 안타깝다.) 이 과정에서 그녀는 또 다른 남자에게 상처를 주게 되고 이것은 사건으로 이어진다. 2권 말미에 있는 이런 갈등 구조는 성급하게 봉합되었다는 아쉬움도 주었다.

 

우주선을 타고 첫 번째 여행을 한 ‘미르’는 결국 외계인이다. 긴박한 순간에 도움의 손길을 받아 그녀의 ‘휘지’와 함께 목숨을 건지지만 불가피한 이별을 하게 되었다. 그건 사실 어쩔 수 없다. 그녀가 지금 존재하는 시공간을 과거의 조선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을 보유한 그녀의 정체를 알게 되는 사람이 늘어갈수록 부탁을 거절할 수 없게 된다. 그 와중에 웃음이 나오게 한 부분은 선녀의 날개옷 대신 우주선의 자그마한 부품이다. 그녀가 도중에 말하지 않았던가. 두 사람이 싸운 이후에 이것은 돌려받았지만, 마음을 잃었다고. 다시 만나게 돼서 다행이다. 그런데 어떻게 돌아올 수 있었지?

 

※ 자음과모음 공식리뷰단 3기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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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살아서 좋아 - 도시 속 둥지, 셰어하우스
아베 다마에 & 모하라 나오미 지음, 김윤수 옮김 / 이지북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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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까진 한국에서 셰어 하우스는 보편화되지 않은 것 같다. 일본의 경우를 가지고 쓴 거라서 우리와 맞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러한 경향이 점차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저자의 관점에서 볼 때 셰어 하우스는 장점이 더 많아 보인다.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길러지고, 일종의 고독에서 해방될 수 있다. 물론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같이 살아가는 데 있어서 맞지 않는 부분을 조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그래서 커뮤니케이션 능력을 기를 수 있다는 장점이 특별히 와 닿았다. 처음에는 어려울 수 있겠지만, 서로 노력하면서 이상적인 공간을 만들어간다니 멋있지 않은가.

 

또한, 거주자들이 모두 모여 토의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아파트와 달리 인원이 더 적고, 한 집에 산다는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그리고 다양한 연령층이 사는 셰어 하우스도 괜찮았다. 모두가 함께 식사를 하는 관습도 좋았다. 누군가는 쓸쓸함을 덜 수 있고, 또 다른 사람은 생활 속의 지혜를 얻을 수 있다. 현대사회가 만들어낸 새로운 형태의 대가족이라고 할까.

마지막에 한국의 셰어 하우스 거주자에게 인터뷰한 것을 보았다. 이 셰어 하우스는 독특하게 한국인과 외국인의 비율을 5대 5로 유지한다고 한다. 기회가 된다면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 셰어 하우스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을 참고해보길 바란다. 그런데 한국의 셰어 하우스에 관한 조사는 없을까?

※ 자음과모음 공식리뷰단 3기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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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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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처음 책에 둘러진 띠지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두 여자와 한 남자라니……. (제목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점. 마치 전원풍경을 묘사할 것만 같지만 소소하면서도 더 치열하다.) 이것은 삼각관계조차 아니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인간 대 인간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이였다. 세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씩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앞에서 누군가가 했던 사건을 또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담담하게 서술한다. 무언가 큰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들이 살아간 이야기를 나열해놨을 따름이다.

  그런데 이거 심상치 않다. 조금 더 세세하게 말하면, 사랑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어느 잠언처럼, 사랑한다면서 ‘꾀꼬리를 죽여 가죽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그것이 약탈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41쪽)

 

  이것은 한 여자와 그녀가 과거에 사랑했다고 생각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어떤 삶을 살았으면 그것이 어찌 끝나게 되는지 우리는 같은 호흡을 따라간다. 중간에는 슬픈 이야기도 있다.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시’로 남아 있다. 그녀가 선인장을 키우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았다.

 

시간의 광합성에 따른 전설은 죽음을 미화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준다. (49쪽)

 

  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준다고 해서 여전히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치 손을 베인 적이 있다고 해도 다음번에도 여전히 아프고 쓰라린 것처럼. 여전히 죽음은 생명에게는 두려운 존재다. 그녀에 있어서는 ‘가시’가 되어 지금까지 찌르고 있다. 이것은 아버지와 동시에 그녀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상징적인 존재다.

 

나는 여전히 죽음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죽음이 지우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워지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누구에게는 가시처럼 박히는 것이 죽음이다. (51쪽)

 

  위의 문장 중에서 “지워지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누구에게는 가시처럼 박히는 것이 죽음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아픈 기억은 최종적으로 가시가 된다.”고 한다.

이것을 보니, 그것도 기억이 난다. <물의 연인들>이란 책을 보면 “죽음에는 물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왜 사람들이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진이 다 빠지도록 장례식을 치르는지도 알겠다. 죽음의 물증은 지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거로구나.” (242쪽) 이라는 구절이다. 두 권 다 죽음 이후에 남은 사람에 대한 염려스러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둘 다 멋지지 않은가.

 

  그의 작품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책에서는 어떤 인물과 감정이 등장할 것인지 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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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 황태자비 납치사건 - 개정판
김진명 지음 / 새움 / 201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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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같은 책을 읽고서 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역사에 대한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 하나는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그것도 어느 한 쪽이 아니라 양쪽의 의견을 다 들어봐야 한다. 역사가들이 객관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 이들 또한 주관성에서 벗어날 수 없다. 때때로 역사는 이긴 자의 관점에서 재해석되기도 한다. 그러니 우리는 양쪽을 충분히 고려해야만 한다. 특히나 같은 사건을 두고 한국(중국)과 일본의 입장이 미묘하게 다르다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이것은 비단 그 사건뿐만 아니라 역사의 전반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서일 것이다. 소설 속에서 배경이 되는 사건은 실제로 존재했지만, 그 밖의 상황은 일종의 ‘상상력’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래서 ‘너무 이상적이지 않나?’라는 생각이 얼핏 들기도 했다. 앞으로 일정한 주기로 한 권의 책을 반복해서 읽어야겠다. 그럴 만한 가치가 있는 책이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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