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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소한 풍경
박범신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4월
평점 :
처음 책에 둘러진 띠지를 보면서 깜짝 놀랐다. 두 여자와 한 남자라니……. (제목과 상당한 괴리가 있다는 점. 마치
전원풍경을 묘사할 것만 같지만 소소하면서도 더 치열하다.) 이것은 삼각관계조차 아니었다. 그들은 말 그대로 인간 대 인간으로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이였다. 세 사람의 입장에서 하나씩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앞에서 누군가가 했던 사건을 또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담담하게 서술한다. 무언가 큰
사건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냥 이들이 살아간 이야기를 나열해놨을 따름이다.
그런데 이거 심상치 않다. 조금 더 세세하게 말하면, 사랑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할 수 있게 한다. 이를테면, 이런
문장이 나온다.
어느 잠언처럼, 사랑한다면서 ‘꾀꼬리를 죽여 가죽으로 만들고자’ 한다면 그것이 약탈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41쪽)
이것은 한 여자와 그녀가 과거에 사랑했다고 생각한 남자의 이야기에서 나온다. 어떤 삶을 살았으면 그것이 어찌 끝나게
되는지 우리는 같은 호흡을 따라간다. 중간에는 슬픈 이야기도 있다. 죽음을 경험한 적이 있는 것이다. 그것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가시’로 남아
있다. 그녀가 선인장을 키우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보았다.
시간의 광합성에 따른 전설은 죽음을 미화해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준다. (49쪽)
하지만 죽음에 대한 공포를 덜어준다고 해서 여전히 죽음이 두렵지 않은 것은 아니다. 마치 손을 베인 적이 있다고 해도
다음번에도 여전히 아프고 쓰라린 것처럼. 여전히 죽음은 생명에게는 두려운 존재다. 그녀에 있어서는 ‘가시’가 되어 지금까지 찌르고 있다. 이것은
아버지와 동시에 그녀의 고통스러운 기억에 대한 상징적인 존재다.
나는 여전히 죽음을 모른다. 그러나 나는 죽음이 지우개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지워지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누구에게는
가시처럼 박히는 것이 죽음이다. (51쪽)
위의 문장 중에서 “지워지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누구에게는 가시처럼 박히는 것이 죽음이다.”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아픈 기억은 최종적으로 가시가 된다.”고 한다.
이것을 보니, 그것도 기억이 난다. <물의 연인들>이란 책을 보면 “죽음에는 물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제
알겠다. 왜 사람들이 누군가의 죽음 앞에서 진이 다 빠지도록 장례식을 치르는지도 알겠다. 죽음의 물증은 지상에 남아 있는 사람들을 위해 필요한
거로구나.” (242쪽) 이라는 구절이다. 두 권 다 죽음 이후에 남은 사람에 대한 염려스러운 마음을 드러내고 있다. 둘 다 멋지지
않은가.
그의 작품을 다시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앞으로 나올 책에서는 어떤 인물과 감정이 등장할 것인지 사뭇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