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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여기 머문다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평점 :
두 편을 읽고 나서 생각했다. 한 호흡으로 모든 단편을 읽지 말아야겠다고. 그러기에는 많이 아깝고 아쉽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잔잔한 호수다. 평온한 마음을 가졌을 때 비로소 책을 펼쳐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한 개의 돌멩이기 때문에. 한 편을 읽으면 그것이 호수 위로 떨어져 파장이 생긴다. 하나, 둘, 셋, 넷……. 어느 순간 울림이 사라진다. 그러면 또 다른 편을 읽어야한다. 만약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흡수하려 한다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차리기 전 순식간에 사라질 것만 같다. 그런 책이다. 몇 개월 뒤에 작가의 다른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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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
“삶에는 세 가지 상태가 있어요. 결핍과 불만과 만족이죠. 결핍은 완전히 비어 있는 거예요. 결핍은 차라리 순수한 상태예요. 불만은 소시민이 갖기 쉬운 감정이죠. 그것은 가시처럼 스스로를 해치니 가장 나빠요. 그리고 만족…… 그건 좋다면 좋지만 삶 속의 죽음이기도 하죠. 좋다면 좋은 거지만요. 정말 불행한 시절에 결핍 속에서 난 샘물같이 맑았답니다. 돌아보면 그 시간이 내가 가진 어떤 재산보다 빛나는 보물이에요. 이건 말장난이 아니에요. 일부러 불러들이지 않는다 해도, 누구나 어느 정도 불행을 자초하지요. 하지만 불행은 결코 생애 전체 속에서 무용한 고통의 시간이 아니에요. 불행 속엔 날개가 있어요. 난 성공 속에서보다, 불행 속에서 천사처럼 날아보았거든요.”
단편 소설집의 제목을 가진 단편으로 1, 2로 나누어져 있다. 왜 ‘천사’가 나오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한다.
115
“네가 오기 전에는 내 꿈도 깨어나지 않겠지. 우리가 함께했던 그 시절을 생각해봐. 잊지 말아. 넌 돌아와야 해.”
“내게 말해봐. 지금 네가 꾸고 있는 꿈을. 그것이 단꿈인지 악몽인지를. 우린 그것이 꿈인 줄 알고 꾸어. 그러니 눈을 반짝 뜨고 악몽에서 깨어나. 그리고 앞으로 네가 꾸고 싶은 꿈을 내게 말해봐. 우리의 꿈을 되찾아야 해.”
“내게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나를 기다리지 말아요.”
“너를 기다리지 않아. 단지, 네가 없어졌으니, 난 꿈 없는 잠을 자고 있을 뿐이야. 네가 없으니 내가 앉은 의자 옆으로 무미한 시간이 듬성듬성 흘러가. 수돗물을 마시는 것 같은 감정 없는 시간이. 돌아와, 내 꿈속으로.”
“하지만, 꿈과 꿈 사이의 심연도 알잖아요. 우린 지나간 꿈속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사랑에 대한 맛보기 단편이랄까. 이걸 보고 나니, 다른 책이 읽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으로 잔잔한 문장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