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괴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다카기 아키미쓰 지음, 이규원 옮김 / 엘릭시르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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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비극>의 여운이 채 가시기 전에 <유괴>를 만났다. 낯설지 않은 작가의 이름을 예전에 도서관 신간 코너에서 <파계재판>으로 봤다. (아직 읽지 않았는데 이번 기회에 읽어보기로 마음먹었다.)

 

 

실제 사건을 배경으로 하면서 약간의 살이 더 붙다보니 굉장히 치밀한 작품이 나왔다. 거의 마지막에 범인을 추리하는 과정을 무척 집중해서 본 기억이 난다. 생각하지도 못했던 방법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밝혀진 진범의 정체는…….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말하고 싶어 이번에도 입이 근질거리지만 적지 않겠다.

 

 

두 번의 유괴 사건을 간접적으로 경험하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은 실종된 ‘아이’였다. 몸값을 주고 협상을 벌이지만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을 때가 많다.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개인적으로 또 다른 작품이 번역되었으면 좋겠다. 일단 <파계재판>을 읽으면서 기다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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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는 여기 머문다
전경린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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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편을 읽고 나서 생각했다. 한 호흡으로 모든 단편을 읽지 말아야겠다고. 그러기에는 많이 아깝고 아쉽다. 그리고 머릿속에 떠오른 것은 잔잔한 호수다. 평온한 마음을 가졌을 때 비로소 책을 펼쳐야 한다. 왜냐하면 이것은 한 개의 돌멩이기 때문에. 한 편을 읽으면 그것이 호수 위로 떨어져 파장이 생긴다. 하나, 둘, 셋, 넷……. 어느 순간 울림이 사라진다. 그러면 또 다른 편을 읽어야한다. 만약 너무 많은 것을 한 번에 흡수하려 한다면 무엇인지 제대로 알아차리기 전 순식간에 사라질 것만 같다. 그런 책이다. 몇 개월 뒤에 작가의 다른 책을 다시 읽어야겠다.

 

 

밑줄 긋기

108

“삶에는 세 가지 상태가 있어요. 결핍과 불만과 만족이죠. 결핍은 완전히 비어 있는 거예요. 결핍은 차라리 순수한 상태예요. 불만은 소시민이 갖기 쉬운 감정이죠. 그것은 가시처럼 스스로를 해치니 가장 나빠요. 그리고 만족…… 그건 좋다면 좋지만 삶 속의 죽음이기도 하죠. 좋다면 좋은 거지만요. 정말 불행한 시절에 결핍 속에서 난 샘물같이 맑았답니다. 돌아보면 그 시간이 내가 가진 어떤 재산보다 빛나는 보물이에요. 이건 말장난이 아니에요. 일부러 불러들이지 않는다 해도, 누구나 어느 정도 불행을 자초하지요. 하지만 불행은 결코 생애 전체 속에서 무용한 고통의 시간이 아니에요. 불행 속엔 날개가 있어요. 난 성공 속에서보다, 불행 속에서 천사처럼 날아보았거든요.”

 

 

단편 소설집의 제목을 가진 단편으로 1, 2로 나누어져 있다. 왜 ‘천사’가 나오는지 어느 정도 알 수 있게 한다.

 

 

115

“네가 오기 전에는 내 꿈도 깨어나지 않겠지. 우리가 함께했던 그 시절을 생각해봐. 잊지 말아. 넌 돌아와야 해.”

 

“내게 말해봐. 지금 네가 꾸고 있는 꿈을. 그것이 단꿈인지 악몽인지를. 우린 그것이 꿈인 줄 알고 꾸어. 그러니 눈을 반짝 뜨고 악몽에서 깨어나. 그리고 앞으로 네가 꾸고 싶은 꿈을 내게 말해봐. 우리의 꿈을 되찾아야 해.”

“내게 그렇게 말하지 말아요. 나를 기다리지 말아요.”

“너를 기다리지 않아. 단지, 네가 없어졌으니, 난 꿈 없는 잠을 자고 있을 뿐이야. 네가 없으니 내가 앉은 의자 옆으로 무미한 시간이 듬성듬성 흘러가. 수돗물을 마시는 것 같은 감정 없는 시간이. 돌아와, 내 꿈속으로.”

 

“하지만, 꿈과 꿈 사이의 심연도 알잖아요. 우린 지나간 꿈속으로 돌아갈 수 없어요.”

 

 

사랑에 대한 맛보기 단편이랄까. 이걸 보고 나니, 다른 책이 읽고 싶어졌다.

 

 

마지막으로, 전반적으로 잔잔한 문장이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 좋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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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의 비극 노리즈키 린타로 탐정 시리즈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포레 / 201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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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연속이었다. 하나를 가르쳐주고 그것이 제대로 인식되기도 전에 다른 하나를 던진다. 세 차례 정도 연타를 맞은 것 같다. 얼추 짐작하고 있었음에도 여파는 놀라웠다. 여기서 전부 말하고 싶지만, 꾹 참는다. 직접 읽고 느껴보시라고.

 

 

사건은 오인 유괴당한 아들의 친구가 결국 죽은 채로 발견되는 것에서 시작된다. 거기에 대한 죄책감으로 진범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런데 이 사람도 그렇고 주변 인물이 하나같이 다 수상하다. (무언가를 숨기고 있는 듯했다.) 각자가 가진 퍼즐조각을 다 맞춰보니 진범이 나왔다. 한 바퀴를 빙 돌아서 다시 제자리로 돌아온 셈이다.

 

 

주인공이나 주변 인물의 감정묘사가 생생하다는 것이 무척이나 인상 깊었다. 죄책감, 실망, 좌절 등이 정신에 끼치는 영향을 이처럼 묘사하기란 어렵다. 이전에 읽은 <요리코를 위해>에서도 느꼈듯이 반전으로 사건의 몰입도와 긴박감을 높였다. 뿐만 아니라 감정을 이입할 수 있는 현실적인 인물로 자칫 멀어질 수 있는 독자도 사로잡았다. 띠지에 있는 세 번째 작품이 무척이나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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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령
양국일.양국명 지음 / 네오픽션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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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일종의 공포 소설이었다.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이 장르에서는 읽은 책이 몇 권 없다.) 띠지에 있는 구절부터 의미심장했다. 사라지는 학생들, 지켜보는 시선. 전학 온 첫 날부터 그런 낌새를 감지하기 시작한다. 이 학교는 평범하지 않다고. 위험하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차츰 알아 가는데.

교장 선생님과의 ‘면담’을 하고 나면 마치 딴 사람이라도 된 것처럼 무척 순종적으로 바뀐다. 주변 인물의 변화를 감지를 한 소년의 일기에는 그것이 생생하게 적혀있었다. 마지막에 가서는 모든 비밀이 풀리지만, <미궁>에서처럼 결말이 분명하지 않다. 귀신이나 흉측한 괴물이 존재하지 않다는 점만이 다행이랄까.

조금 빨리 끝냈다는 생각이 들었다. 5분의 4를 공포를 유발하고 실마리를 제공하는데 썼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5분의 1만 결말에 할애해서 약간 아쉬웠다. 아예 완전 장편으로 써도 좋았을 텐데. 그럼에도 프롤로그가 섬뜩해서 잊을 수가 없다. 묘사가 심리적으로 다가와서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쳐서 그런지는 몰라도. 다음에는 좀 잔잔한 책을 읽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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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궁
나카무라 후미노리 지음, 양윤옥 옮김 / 자음과모음(이룸)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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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맨 처음에 있는 책을 뽑아들었다. 어쩐지 작가의 이름이 친숙하다. 이전에 <쓰리>와 <왕국>으로 만난 적이 있다. 이것은 한 사건에서 살아남은 소녀의 이야기다. 주인공 격인 남자가 거기에 묘한 관심이 생겨서 거꾸로 추적해나가면서 사건의 진실이 하나씩 드러난다. 어쩌면 아무것도 제대로 밝혀진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말해줄 또 다른 사람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프롤로그를 읽을 때부터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물음표가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그래서 사건의 범인이 도대체 누구란 말인가. “범인은 바로 이 사람입니다.”라는 문장은 나오지 않는다. 이건 독자의 능력을 믿기 때문인가. 하지만 추리소설에서 대부분 수동적 독자를 자처하는 사람으로써는 당혹스럽기 그지없다. 한 번 더 읽을 수밖에.

 

당연히 리뷰에 어떤 내용을 쓸 지도 고민이 되었다. 남은 생각이라고는 ‘기기괴괴하다’ 하나뿐인데. 낯익은 작가라 좋아했는데 그런 감정을 한순간에 뒤바꾸는 것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것저것 내용 속에 힌트를 제공했을 거라는 것은 알겠는데 하나로 맞춰서 퍼즐의 전체 그림을 보는 것은 아직 안 된다. 다음에 만날 때는 준비된 모습으로 만나기를 다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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