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우리아들은 또래 아이들보다 그림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고 다른 분야보다는 미술교육에 관심을 두고 아이의 소질을 키워주려 노력하고 있는 엄마였지만 이 책을 읽어 내려가면서 좀 더 일찍 이런 얘기를 알았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냥 빈 종이와 색색의 색연필만 마련해주고 그림 그리라고만 했지 아이의 생각에 날개를 달아줄 수 있는 대화법이 있다는 생각을 못했네요. 엄마가 집안일할 때 엄마가 옆에 없을 때 시간 때우기 용으로 종이와 연필을 쥐어줬었는데 그보다는 엄마와 아이가 함께 앉아 무얼 그리고 싶은지 그것을 왜 그리고 싶은지 그것이 어떻게 변하는지 무엇에 사용될지 대화를 통해서 아이의 창의력 상상력을 키워줄 수 있다는 걸.. 사실 알면서도 실천이 되지 못했는데 이 책에서는 저자의 실제 경험으로 실제 우리 주변에 있는 아이들과 그 아이들이 처한 환경과 그 아이들의 그림들이 사진으로 생생하게 나와 있어 다시 한 번 설득력 있게 다가왔습니다. 처음엔 미술전문용어와 심리학적인 용어들에 다소 생소하기도 했었는데 읽어 내려갈수록 엄마들이 따라 할 수 있는 쉬운 미술 놀이법만 나열하는 것이 아닌 미술교육자(=선생님 또는 엄마)가 가져야하는 기본적인 마음가짐을 사례를 들어 설명해주니 미술교육법의 기초를 튼튼하게 해주는 기본서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우리 아들은 그림책이나 잡지 같은 것에서 마음에 드는 그림이 있으면 옆에 두고 보면서 어른들이 놀랄 정도로 비슷하게 그려내는 재주가 있는데 보고 그리는 것이 아닌 자신의 생각을 표현해야하는 상상화에서는 갑자기 화법이 달라지곤 합니다. 보고 그리기에선 머리카락 한올 손가락 마디마디의 주름 옷의 구김등이 생생하게 살아 있는데 상상화에선 사람머리도 손도 발도 모두 동그라미로 표현되고 색깔도 단일화 되는 겁니다. 물론 모방에서 창조가 나온다고 차차 나아지겠지만 엄마의 마음에선 기술이 세련되지 않아도 자신의 생각을 독창적이면서도 유창하게 전개할 수 있었으면 하는 거죠. 그러기 위해 연필을 잡고 있는 아이 옆에서 아이와 대화하면서 아이의 생각을 펼쳐낼 수 있도록 하는 도와주는 대화법을 어느 정도 컨닝 할 수 있어서 이 책이 참 반갑네요. 더러워진다고 물감을 숨겨놓고 다친다고 글루건은 손도 못 대게 하고 만들어진 장난감만 사다주고 예쁘게 인쇄된 그림책을 사다 주는 것 보다는 더러워지면 치우면 되고 글루건..까짓거 뜨거운 거니 조심하면서 맘껏 사용해보라고 건네주고 주위에 널린 여러 가지 물건들로 아이와 함께 이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장난감을 만들어보고 아이만의 이야기로 그림책을 만들어 보라는 이 책의 이야기에 다시 한 번 고개를 끄덕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