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사라진 뒤에
조수경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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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이게 슬펐던 조수경의 장편소설 ,'그들이 사라진 뒤에'. 최근 작년 아동학대관련 큰 이슈였던 정인이 사건이 떠오른다. 그리고 저자분은 아동학대에 대해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을 품고계셨고 2015년 일어난 '평택 아동 살해 암매장 사건이 방아쇠가 되어 구체화하게 되었다고 하는데

현실 역시 소설 속 가상사례와 같이 잔인한 아동학대가 계속 진행중이기에 결코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내려 갈 수 없다.

소중한 여린생명의 존재는 인간의 악마성에 의해 집어삼키어진다. 소설 속에서 인신매매와 아동학대를 일삼은 '의사' 그 후대 '남자'부터 외도 후 이혼하고 재혼한 30대 부부를 보고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아동학대' 사례가 자신의 주변에 일어나지만 자신의 일이 아니라고. 또한 다른가족의 일에 함부로 관여하는건 아니라는 주민들의 무심함 역시 소름끼치게 차가운 인간의 모습을 떠오르게 만든다. 결국 '자기중심성'이자 '이기심'이 강한 인간의 본성을 생각할 때 나 역시 안타깝게 생각하다가도 실제로 주변에 이런 사례를 접한다면 나는 어떤반응을 보이게 될지에 대해 질문도 던져보게 된다


그리고 조수경 작가님. 어려운 주제를 가지고 구성한 이야기라인을 집중할 수 있게 만드셔서 하루 몇시간 몰아서 벼락치기로 읽어내려 갈 수 있어서 좋았다.

다양한 아동학대 피해자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워 서로 연결되는 과정이 잘못하면 복잡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적당히 독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핑퐁핑퐁식의 주거니 받거니 하는 전개가 좋았다.

또 특히 인상깊었던 구절


남자는 어린시절부터 선생이 하는 일이 비밀스럽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것, 세상 사람들이 알게 되면 죗값을 치르게 될 일이라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이해하는 것은 아니었다. 언젠가 남자는 tv에서 작은 상자에 갇힌 송아지를 본 적이 있었다. 인간들은 더 부드러운 고기를 얻기 위해 갓 태어난 송아지를 움직일 수 없을 만큼 작은 상자에 가두고 때에 맞춰 인공 포유를 했다. 어미의 젖 한번 빨지 못하고 상자 속 어둠이 세상의 전부인 줄로만 알던 송아지들은 얼마 뒤 도축돼 고급 레스토랑의 우아한 테이블로 올려졌다

61p

뭔가 인간의 한 위선이 관통당하는 듯한 느낌이었다. 아동학대를 안타깝게 생각하는 사람들 중 나를 포함한 사람들은 인간에게 학대당한 결과로 식탁에 올려진 고기를 맛있게 먹을 것이다

참 이런저런 생각을 하게 되는 장편소설. '그들이 사라진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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