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키플링을 아주 싫어한다. 비록 보르헤스가 좋아하는 문학가 중의 한 명이라고는 하지만 '백인의 의무'라는 웃음 밖에 안나오는 시를 썼고 평생을 제국주의자로 살아간 작가에게 호감을 가지기는 참으로 어려운 일... '정글 북'을 완역으로 읽었을 때는 노벨 문학상 수상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킴' 하나만은 제국주의자인 그를 비판하는 사람들조차 인정하는 작품이라고 해서 무척 기대가 컸다. 가끔 책을 읽다보면 이런 생각이 든다. 책은 책 그 자체로만 감상을 해야 할 것인가, 책과 작가와 시대를 연관지어서 감상해야 할 것인가? 애초에 전자같은 감상은 보르헤스의 작품 이외에는 찾기가 힘들것이고 결국 작가와 시대를 연관지을 수밖에 없을 터인데, 이 경우 작가가 싫을 경우 작품도 덩달아 싫게 보이면서 작품의 좋은 점 또한 놓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렇기에 이 책을 읽으면서 많이 힘들었다. 너무 짜증이 나서....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책 같지만 그럴 마음이 들지 않는 그런 책이다. 마광수의 '광마잡담'을 읽었을 때 같은 기분이랄까... 누군가는 극찬을 하는데 내가 볼 때는 전혀 그런걸 못 느끼겠단 말이지. 시놉시스만 봤을 때는 뭔가 오쇼 라즈니쉬같은 느낌을 기대했는데 고귀하지만 어리석은 중(동양)을 도와서 천박한 것같지만 고귀하면서 영리한 어린이(서양-중에서도 영국-)가 깨달음을 얻는다는 내용이다. 거기에 영국의 인도 식민지 지배 정당화는 보너스. 이런 식의 서양 우월주의가 희미하게 나타나면 시대적 상황으로 인정할텐데 너무 뻔히 보이니 읽다가 혀가 절로 차인다.(비슷한 시기에 쓰여진 '장 크리스토프'가 괜시리 떠오른다) 니콜라스 로에리치의 몽환적이며 철학적인 그림마저 없었다면 더 짜증이 났을 듯하다. 이렇게 작품을 씹어대지만 키플링의 다른 작품들이 번역되면 또 구입하게 되겠지.. 계속 읽다보면 내가 썼던 글들이 어리석은 독서로 인한 결과였다고 느끼게되는 날이 올지도... 아니 그리되면 세뇌가 되버린건가?;;;
예전에 중고서점에서 구입해서 근 4년 가까이 방치해 두었던 책을 드디어 읽었다. 87년에 초판 인쇄되어 90년에 4쇄째 인쇄된 책이었는데 80년대 말까지도 '~읍니다'를 썼다는걸 이제사 알았다. 출판된지 20년이 된 책이라는 얘기인데 -최신판은 어떨지 모르겠다- 범우사판 아더왕 이야기는 원작이 원래 그런건지 번역이 구린건지 참 헷갈린다. 내가 알고 있기로는 동일 인물인데 1부와 2부의 인물 이름이 다른 기묘한 번역 센스를 보여준다. 현재 표기법과는 다를걸로 예상이 되는 지명과 인물 명칭으로 인해 페이지 넘기기가 참 힘들었다. 440페이지의 책을 읽는데 3주가 걸렸다.... 너무 잠이 와서;; 아더왕 이야기는 참 많이 쓰이는 소재거리인데 의외로 번역되어 나오는 경우는 드문 듯하다. 원탁의 기사들에 대해서 좀 더 알고 싶기에 나중에 시간이 되면 '아발론 연대기'를 읽어봐야겠다. 사족 : 범우사의 세계 문학들은 은근히 읽기가 힘들다. 민음사 처럼 최신 감각에 맞춘 새로운 번역판을 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장 크리스토프' 같은 대작 번역은 참 괜찮았다... 라기보다는 번역한 출판사가 별로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