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오지 않은 날들을 위하여 - 세계적 지성이 전하는 나이듦의 새로운 태도
파스칼 브뤼크네르 지음, 이세진 옮김 / 인플루엔셜(주) / 2021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뭐든지 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아직 할 수 있는 게 많다.

인생의 가을에 새봄을 꿈꾸고 인생의 시계를 늦추기 위한 황혼의 철학을 '욕망의 역동성' 안에 머무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와 달리, 나이가 들어 은퇴를 하면 조금씩 포기하고 내려놓을 줄 아는 게 중년을 보내고 노년을 맞이하는 것이라 생각했다. 포기하라, 내려놓으라는 말에 가능성들도 흘려보낸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게 된다.

그렇다고 무조건적인 파이팅을 주장하지 않는다. '1장 포기를 포기하라'에서 '6장 죽는 날까지 사랑할 수 있다면'까지만 욕망의 추동을 강조한다. '7장 기회'부터는 그래도 한계는 있고,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라고 이야기한다. 스토아학파와 에픽테토스의 아타락시아, 에피쿠로스, 프로이트의 정신분석, 실존주의 등의 철학 사조를 함께 언급해서 나의 지적 한계를 끌어올리는 시간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다가올 역경에 대비하여 그 역경을 최대한 누그러뜨릴 수 있는 철학의 위안의 힘을 느꼈다. 언젠가 끝날 수밖에 없는 제한된 삶이 노력해서 성취한 삶으로 이끈다. 어쩌면 삶의 본질은 죽음이 아닐까.

이 책은 50세 이후, 젊지도 않지만 늙지도 않은, 아직은 욕구가 들끓는 중간 시기를 살펴본다. '자신을 발견하는 데는 반세기가 족히 걸린다.'(p.213) 자기 자신이 되려면 어떤 것 혹은 어떤 수준에 도달해야 하는데 베이비붐 세대가 딱 그 시기다. 즉, '나는 누구인가?'에서 '나는 무엇일 수 있는가?'로 질문이 옮겨 와야 하는 시기가 50세 이후인 것이다.

'3대가 함께 찍은 가족사진은 '너도 이렇게 될 거야'라고 말하는 잔혹동화다. 가족사진을 보면 노인들이 손주를 붙잡고 원기를 빨아들이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p.203)

이 얼마나 가족사진에 대한 시니컬한 시각인가? 저자는 '의느님'의 힘을 빌린 '짝퉁' 젊음과 함께 무책임한 자유를 지향한 (프랑스의) 베이비붐 세대를 비난하기도 한다. 특히 태만을 신조로 삼고 무관심을 미덕으로 여겼으며 자기네들의 직무유기를 최고로 자유로운 교육철학으로 둔갑시켰고, 환경 걱정과 모든 것이 붕괴하기 시작했다는 설명으로 아이들 세대에게 겁을 주어 그들이 태평하게 자랄 권리를 빼앗았다고 말하는 부분은 염라대왕의 판결문처럼 느껴졌다.

중년기는 대략적으로 40세~60세 정도의 연령대다. 젊음을 선호하는 사회의 압력과 중년기의 신체적 상실과 맞물려 중년기 위기에 처할 수 있다. 발달심리학에서 중년기 발달적 변화 과제를 위해 심리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한다. 심리적, 신체적 건강을 유지(잘 먹고, 운동, 수면) 하면서 원숙해지는 것을 긍정적인 성취로 인식하는 것이 중년기를 황금기로 만들 수 있다.

이 책의 머리말에서는 50세 이후 베이비붐 세대가 독자층이라고 말하지만 완독해 보니 노년기과 관련한 내용도 많다. 노년기를 좀 더 이해함으로써 중년에서 노년으로의 전환기의 발달과업이 더 이해되었던 것 같다.

<발달심리학>에서 배웠던 에릭슨의 심리사회적 발달 7, 8단계와 Peck의 중년기의 성공적인 적응, Peck의 노년기의 세 가지 위기도 중년~노년 사이의 자신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이제부터는 '욕망의 역동성'이라는 나이 듦의 새로운 철학과 함께 반짝이는 가능성들은 놓치지 말고 단련하도록 하자. 아직 흥미롭고 재미있는 것들이 세상에 널려있다. 그만큼 반짝이는 가능성들도 널려 있다.

지금은 40대도 인생을 이제 겨우 알까 말까 한 나이다.

아직도 변할 수 있고 놀라운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나이다.

213쪽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