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 흔들리는 나를 단단하게 잡아준 단 한 권의 인문고전
조기준 지음 / 피오르드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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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나이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어도 내가 나이 들어간다는 생각은 크게 들지 않았다. 하지만 40대로 접어드는 순간부터 내 인생에 좀 더 진중해지고 생각이 많아졌다. 40대 중반인 지금도 인생의 반환점을 돌고 있다는 생각은 변함이 없다.
50대가 되어도 인생의 중반을 돌고 있다 생각할 것 같다. 다만 40대인 지금보다 노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더욱 고민하며 죽음에 좀 더 친숙함을 느낄 것 같다.
나이 듦과 죽음은 뗄 수 없는 관계이지 않을까. 우리가 나이 듦을 진중하게 생각하는 이유가 앞으로 살아야 할 시간을 준비해야 하는 부분도 있지만 죽음에 대한 두려움도 무시할 수 없다.
40대는 죽기 전까지 어떻게 먹고살아야 할지 현실적인 문제와 삶의 고찰에 대한 인문학적인 부분까지 고민해야 할 시기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그저 오늘을 열심히 살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인문학적 고찰은 아무리 책에 의지해도 역시 인생은 난제다.

마흔을 준비하며 지금까지 심리학 중심으로 독서를 했었다. 심리를 벗어나 한 권의 인문고전으로 마흔답게 사는 책은 처음이다. 이 책은 지금까지 내가 읽었던 책 보다 재테크, 결혼, 승진, 정치, 사회문제 등 <맹자>를 통해 현실적인 부분에 접근한다.
작가가 서문에서 밝히기도 했지만 <맹자>가 이 시대와 맞지 않는 부분도 있긴 있다. 개인적으로, 신령이 나타나는 판타지스러운 내용과 현재의 문제와 연결한 부분에 공감이 가지 않기도 했다.
40대가 되어서 자신을 올바르게 붙들고 세울 수 있는 마음이 정립되어 있는지의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한 권의 인문고전을 반복해서 읽는 것, 특히 <맹자>에는 인간과 사회, 역사 등도 고루 담아내고 있는 부분을 현재의 삶에 대입한 부분이 좋았다.
무엇보다 정치와 사회문제에 대한 언급을 통해 고리타분하고 딱딱하게 느꼈던 유교 사상이 조화를 중요시하며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것을 알게 되었다. 

군계일학群鷄一鶴, 철두철미徹頭徹尾, 솔선수범率先垂範, 언행일치言行一致, 대기만성大器晩成, 살신성인殺身成仁 등 위인을 가리키는 사자성어는 참으로 아름답기 그지없다. (중략)
나에게는 견물생심見物生心, 시행착오施行錯誤, 용두사미龍頭蛇尾, 자가당착自家撞着, 자격지심自激之心, 주마간산走馬看山, 중구난방衆口難防, 침소봉대針小棒大 같은 사자성어가 더 어울리는지도 모른다. 더 편하게 풀자면 '어쩌라고', '나도몰라', '그냥살래', '힘든하루', '답이없어', '그래서뭐'라고 말하고 싶다.
정말 나는 '그냥 마흔'이다. _22쪽

'정말 나는 그냥 마흔이다'라는 말이 와닿는다. 유별나거나 특별한 40대 보다 남들 다 경험하는 평범한 40대가 나이 듦에 오히려 자연스러운 모습이 아닐까.
평범하고 자연스러운 노화를 겪는 40대를 지향하지만 나의 삶에 욕심 보다 야심, 탐욕 보다 욕망을 좀 더 가지고 싶긴 하다. 인생의 전환점을 맞아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 잘 할 수 있는 일을 하자고 다짐하며 목표 설정을 했지만 도통 의욕이 없다. 일에 대한 욕망과 야심이 생긴다면 동기부여가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 심리 때문이다.

그 모든 것이 내 것이 될 수 없음을 시나브로 깨달으면서 정말 나와 전혀 상관없는 남의 이야기처럼 느끼려 노력하고 있다. 아니, 그냥 나와 상관없는 이야기로 치부한다. 속상하겠지만 욕심을 부리거나 질투하지 않고 그냥 넘겨버리는 마음가짐, 그것이 중요하다. 어차피 내 것이 아닌데, 끙끙 앓다가는 속병이 생겨서 더 큰 병을 떠안아야 할 수도 있다. _33쪽

남들이 가진 땅과 재산을 부러워하며 물질에 욕심을 부리는 것은 지양해야겠지만 추상적인 대상에 따라 가질 필요도 있다. 예를 들어 열정, 부지런함 같은 것은 욕심내도 괜찮지 않을까.
물론 내가 열정과 부지런함이 왜 부족한지 결핍의 근본은 잘 알고 있다. 유년기에 친구들과의 비교에서 어른들의 부정적 평가는 상처가 되어 차라리 시도하지 않는 게 낫다는 무의식적 방어기제가 생겼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내가 쓸모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상기하지 않아도 되니까.
마흔. 진정한 어른의 기준을 마련하려면 내가 상처라고 생각하는 것을 결국은 복할 줄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나누는 삶도 고민해봐야 한다.
물질에 대한 욕심은 버리고 주어진 것에 만족하는 삶. 열심히 사는 것과 욕심을 부리며 사는 것은 다르다. 40대 중반이 되었으니 욕심을 부리기 보다 나눌 줄 아는 삶을 살아야겠다.

여유가 없을수록 더욱 여유 있게 생활해야 한다. 즉 바쁜 와중에도 나를 위한 시간을 어떻게든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리고 그것을 충분히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단 1분이라도 가치 있는 시간을 마련해둘 필요가 있다. 그래야 지친 몸과 마음이 충전되고, 충분히 비울 수 있어야 다시 채울 수 있는 공간이 생기기 때문이다. _172쪽

나를 위한 삶을 계획하고 실천하기 위해 프리랜서 일을 택했다. 이는 두 번째 이유이고 첫 번째 이유는 아이들과 있을 시간을 위해서이다. 미래를 위해 돈을 번다고 지금 이 순간뿐인 아이들의 모습을 놓치고 싶지 않다. 지금은 아이들에 맞춰 유동적인 일을 하고 있지만 나를 위한 삶을 우선순위에 둔다면 그때는 가족들이 지지자가 되어 줄 것이라 믿는다.
지금은 그저 옆에 있는 가족들과 하루 한 가지라도 지극히 소확행스러운 일을 하며 40대를 보내고 싶다.

40대 중반이 되면서 내가 어떻게 나이 들면 좋을지 자주 생각한다. '중우화와 꼰대를 견제하자'라는 다짐은 변화가 없다.
그동안 맣은 변화를 경험해와서 또다시 그러한 어려움을 겪고 싶지 않아 보수 성향을 지니 게 되는 거라고 짐작은 하지만 중우화를 견제하기 위해서는 배움과 공부의 중요성을 잊지 않고 실천하고, 꼰대를 늦추기 위해서는 변화와 차별에 맞서자는 다짐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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