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쉬운 4차 산업혁명 100문 100답
연대성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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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트렌드를 말할 때 4차 산업을 빼고 말할 수 없다. 그렇다면 4차 산업으로 인해 나의 일상은 풍요로워졌는가? 내 대답은 '아니다'이다. 내가 경험한 4차 산업은 인간의 손을 빌려 업데이트를 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고 경제적 비용과 시간을 들여야 하는 물리적 비용이 발생한다.
  내가 디지털 디스토피아인 가장 큰 이유는 돈, 시장경제의 원리로 4차 산업혁명이 다소 과장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4차 산업을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그저 경제적 논리에 끌려다닌다는 생각이 들었다. 교육산업도 한동안 STEAM이 열풍이었다가 이 바람이 잦아드니 아두이노와 코딩 교육 열풍이 불기도 했다.
  생존을 위한 트렌드를 좇는 데만 집중하다 보니 무언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4차 산업 '혁명'이라는 명목하에 기초학문이 폄하되는 것을 보고 들을 때는 이 방향이 맞는 건가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다.
  내가 생각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인간 소외 현상이다.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은 개인에게 친절하지 않다. IT는 진화하고 있지만, 그것이 제공하는 결괏값과 일상에서의 영향력은 후퇴하고 있다. (99쪽)
  사실 부정적인 응답의 밑바탕에는 인간이 주변부로 밀려날 것이라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일자리 감소, 인간 소외 등으로 대표되는 4차 산업혁명의 문제점은 기술이 주는 편리함과 늘 대립각을 세우게 된다. (118쪽)

4차 산업혁명의 가장 큰 단점 혹은 문제점은
'무작정 포장된 장점'에 있다.

  이 책 '들어가기 전에'에서는 우리가 알아야 할 최소한의 4차 산업혁명 지식을 100문 100답으로 저자는 정리했다. 이 중에서 내가 평소 생각했던 질문들을 몇 개 간추려 보았다.
  
011번 빅데이터가 중요해지는 까닭은?
  평소 어떤 목적으로, 어디에 활용하기 위해 어떤 빅테이터를 수집하는지 기업체에 따져 묻고 싶었다. 원래 저자의 답변보다는 101쪽의 '기술이 인간의 일상에 깊숙이 관여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데이터가 필요하다' 가 솔직한 답변이라고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을 핑계로 기업들은 나의 동선, 구매 이력, 클레임 등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한다. 그리고 하드웨어에 이를 전달함으로써 하드웨어 성능과 기능 구조를 개선한다.(207쪽) 고객의 삶을 풍요롭게 해준다는 핑계로 생산성 향상과 마케팅 효율성 증대에 활용하는 것이다.
  기업의 입장에서는 사랑하는 고객님에게 편의를 제공하고 개인 정보를 취한다고 하겠지만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내가 제공받은 편의 이상의 서비스 금액을 지불하고 덤으로 나의 거래 정보와 동선 등의 개인 정보를 내어주고 있다.

015번 3D 프린터로 무엇을 만들 수 있을까?
  나는 장비 유지비용이 더 궁금하다.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비용과 시간이라는 물리적 비용은 알려지지 않은 채, 4차 산업혁명에서 이런 장비들이 인간의 삶을 풍요롭게 할 거라는 역할에 대해서만 들려준다. (나는 이런 장비들을 공장에서 만드는 데 환경 오염은 없는지도 궁금하다.)
   며칠 전 4차 산업에 대한 정부의 규제를 문제 삼는 기사를 읽었다. 정부의 규제가 기술 개발에 걸림돌이 된다는 그들의 주장의 표면 아래에는 그들의 돈벌이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 핵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은 기술이 주는 편리한 장점만 보여주려 하고 단점은 숨기는 듯하다.   

022번 전문가들이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되는 속도가 무척 빠를 것이라고 주장하는 까닭은?
  이 질문의 저자의 답변을 살펴보면 진행 속도가 무서울 만큼 빠른 것으로 인식되어야 개별 이해관계자(기업, 기관, 연구소, 기타 단체)의 비즈니스가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소위 지식인으로 불리는 것을 즐기는 집단 계층도 포함된다. (...) 사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단 하나도 없다. (31쪽) 4차 산업혁명의 이슈 지수와 실제 우리의 일상에서 체감 가능한 속도 간에는 확연한 과장을 알게 되니 4차 산업혁명의 속도에 배신감마저 들었다.
  내 휴대폰 요금제는 LTE 요금제인데 가끔 3G가 섞이기도 한다(휴대폰을 교체해도 마찬가지). 서비스 개선을 요구했더니 이런저런 테스트 후에 집에 뭔가를 달긴 달았다. 그 송신기 덕에 매달 전기료가 천원 정도 더 나온다. 전기료를 아끼기 위해 전원을 끄면 통화가 안 돼서 끌 수도 없다. LTE 서비스를 제공받기 위해 서비스 비용을 지불하고 있는데 웃돈을 얹어야 정상적인 속도 이용이 가능한 것이다. 완전히 새로운 것은 단 하나도 없다는 저자의 말에 무척이나 공감 가는 일화였다.

045번 유럽연합의 로봇 시민법에 등장하는 '전자 인간'이란?
046번 로봇도 도덕적인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으로 260쪽의 '인공지능은 결국 사람이 이용하는 수많은 기술 가운데 하나로써 자리해야 한다. 그리고 결국 사람은 아니기 때문에, 달면 삼키고 쓰면 뱉으면 된다.' 가 마음에 든다. 
  로봇은 그냥 기술일 뿐인데 인공지능에 감정을 이입하는 것은 우리 인간인 것 같다. 또 '전자 인간'이란 호칭으로 인격을 주어 세금을 걷기 위한 국가의 술책 같다. 결국 세금은 '전자 인간'이 아닌 그와 관련한 '사람'이 내어야 하는 것 아닌가. '인공지능 적반하장 시대'라는 저자의 표현이 마음에 든다. 

053 미래가 요구하는 인재상은?
  융합형 인재. 우리는 흔히 문과형 인간과 이과형 인간을 구분하는 데 익숙하지만 미래는 양쪽 소양을 두루 갖춘 인재를 원한다. 문과형 인재라고 할지라도 인문학적 성찰과 경제학적 지식을 두루 갖추는 식으로 경계를 넘는 능력이 요구된다. (55쪽)
  4차 산업혁명에서 인기 있는 문과형 인재는 미디어, 경영· 경제, 심리학 계열의 전공자다.

099번 4차 산업혁명이 원점은 어디인가?
  4차 산업혁명의 본질을 '기술'이 아닌 '사람'에서 찾는다(90쪽)는 저자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내가 상당히 부정적인 시각으로 작금의 4차 산업혁명을 바라본다고 하겠지만 '4차 산업'은 마케팅 수단이고 '사람'은 '소비자' 일 뿐인 것 같다. '인간을 먼저'라는 말로 현혹해 기술을 제공하고 이윤을 남기는 게 실제적이고 현실적인 4차 산업의 제로베이스가 아닐까.

4차 산업혁명의 장점에
이용자의 관점을 적용해야 한다.

  4차 산업혁명 생태계를 단순화시키면 플레이어(기업, 기관, 연구소, 기타 단체)와 이용자(소비자) 두 가지 축이 존재한다. 지금의 4차 산업혁명의 생태계는 기술과 혹은 기계와 이용자를 동반한 관점으로 볼 수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결국 이용자를 통해 가치를 갖게 된다. 이용자를 기술 앞에 놓아야 하고, 기술 진화 과정에 대한 이용자의 알 권리가 일정 부분 충족되어야 한다.(137쪽) 나의 견해를 덧붙이자면, 이용자를 소비자가 아닌 인간 중심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용을 참고로 평소 내가 생각했던 4차 산업을 정리해 보는 계기를 이 책은 충분히 제공해 주었다. 4차 산업혁명을 이해하기 위해 4차 산업혁명을 규정하는 다양한 기술을 좀 더 체험해 보고 다뤄보고 실제 적용해 보아야겠다. 그래서 디지털 디스토피아보다는 융합형 인간이 되어야겠다.
  부정적인 부분을 확대 해석해서 투덜거릴 필요 없이 유연하게 대응 해야겠다. 아니면 저자의 말대로 '조금은 예민한 소비자'로 남아 있어도 아직은 괜찮을 것 같다.

기술과 사람의 공존

  249쪽의 '자율 주행 자동차가 낸 사고는 누구의 책임인가'에서 과학 기술보다 인문학을 먼저 내세워야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내 생각과는 달리 <왜 인문학적 감각인가_ 조지 앤더슨, 사이>라는 책에서 인문학이나 사회과학을 공부하는 것만이 세상을 잘 적응하는 유일한 길이라고 주장한다면 그 역시 지나친 억지(20쪽)'라고 했다. 
  4차 산업혁명을 지나치게 강조하지 말아야 할 것과 마찬가지로 인문학의 효력 역시 지나치게 강요하지 말아야겠다. 중요한 것은 '기술과 사람의 공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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