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에는 새 물건이 (공짜로) 늘어나면 무조건 기뻤다.하지만 오늘 밤은 내가 과연 이걸 쓸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집 정리를 좋아하는 어린애가 자라서 쓰임이 불분명한 물건을 집에 쌓아두는 일이 마음에 걸리는 어른이 됐다. 지금의 나에게는 좋아하는 물건만 두기에도 부족한 나의 공간‘이라는 말이 사랑만 하고 살기에도 부족한 인생‘이라는 말과 닮게 쓰인다.
미니멀리스트인지 맥시멀리스트인지도 아무 상관없어요. 없을수록 행복하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저는 꼭 그렇지는않다고 생각해요. 내가 좋아하는 것만 남기는 게 중요하지요. 좋아하는 물건들에 둘러싸여 그 물건들을 소중하게 다루고 내가 원했던 모습으로 살게 되는 거요.
내가그리워하는 것들과보고픈 것들과좋아하는 것들을 모으면그것이 바로 나의 집.
잡지에 나오는 연예인의 멋진 방을 동경하며 내 침대 헤드 에 시트지를 붙이는 일이, 근사한 주택에 바를 법한 고급스 러운 색깔의 수입 페인트를 곰팡이 핀 내 방에 칠하는 것이 내가 꿈꿔오던 멋진 공간으로 지금 당장 데려다주지는 못하 지만, 그때의 사소한 시도들이 모이고 모여 하나의 데이터 가 되어온 것을 느낍니다. 그것은 비록 완벽하진 않지만 경험에서 오는 확실한 기록들이어서, 필요한 순간에는 어떻게든 모습을 드러냅니다.
그렇게 태아가 정해진 달수를 채우고 또 다른 세상에 나오듯 우리도 우리의 예정된 시간을 채우면 세상 밖의 또 다른 세상을 향해 삶의 문을 열고나가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