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라고 하면,
전문가 앞에서는 숙연해지지만,
초보들 앞에서는 나도 할 말이 참 많은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결혼 전에는 돈과 시간만 생기면 배낭여행을 갈 궁리만을 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첫아이를 낳고는 '아이와 함께 떠나는 배낭여행' 관련도서들을 꾸준히 사모았고, 열심히 읽었다.
그런 내게 10대 청소년들이 가족이 아닌, 단체로 라오스로 배낭여행을 간 이야기는 낯설면서도 흥미로웠다.
대한민국은 중딩이 지킨다는 유행어가 있을 만큼 감당 안되는 중학생들 7명과
고등학교 4명, 대학생 2명과 두 분의 여행전문가 선생님들이 떠난 라오스 여행~!
이들은 전국 곳곳에서 모인 사람들이었다.
책을 읽기 전에 걱정부터 들었다. 과연 이 여행을 무사히 다녀올 수 있을까?
그것도 서유럽이나 일본이 아닌, 라오스를!!
여행 6개월 전에 예비모임으로 제주도에서 3박4일을 함께 보낸 것은 정말 치밀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서로에 대한 신뢰에 호감을 가진 상태에서 라오스 여행을 떠날 수 있어서..
하지만 역시나 우려했던 대로 사건이 터지고 만다.
루앙프라방에서 자전거 하이킹을 할 때, 윤미와 희경이가 히치하이킹으로 트럭을 얻어탄다.
하지만 약속 장소에 두 아이들이 나타나지 않을 때, 정말 내 속도 타들어갔다.
'어떻게? 일 났네. 일 났어!!!"
하지만 우려는 기우였다. 착한 라오스 사람들은 윤미와 희경이에게 어떤 해도 가하지 않고,
치료를 해주고 식사까지 대접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정말 라오스이기 때문에 아무 문제가 없었지, 인도나 중국이었으면 정말 일이 나도 단단히 났을 것이다.
이 일에 대해 내가 남편에게 얘기했었다.
"왜 라오스에서는 낯선 남자들이 여학생들에게 요즘 우리에게 흔히 벌어지는
그런 '무서운 사건'을 벌이지 않았는지???"
"아마도 빈부차이가 크지 않아서, 사람들이 그렇게 착하지 않을까?"라고 대답했다.
모두가 가난하면 상대적 빈곤감이 없기 때문에 모두 다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이런 여행이 정말 맘에 든 것은
편한 거에 익숙해진 아이들이 여행하는 동안, 자신들이 숙소를 구하고 자신의 하루를 책임지고
여행을 하는 것이었다.
아이들을 데리고 함께 갈 가족여행만을 계획했던 내게
10대가 되면, 우리 아이들을 이번에 라오스를 여행한 아이들처럼
김향미 양학용 선생님 같이 좋은 분들과 또래가 함께하는 여행을 꼭 보내고 싶어졌다.
이번에 여행을 다녀온 아이들아, 고생 많았어~
너희들 소중한 경험과 추억을 함께했구나!
무엇보다도 너희 부모님들이 참 훌륭한 부모님들이구나.
나도 우리 아이들이 10대가 되면 너희 부모님들처럼 용기있고 지혜로운 부모님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