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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 인문학 필독서 45 - 초등학교 선생님이 먼저 읽고 추천하는 ㅣ 필독서 시리즈 8
김철홍 지음 / 센시오 / 2023년 6월
평점 :
다독이 중요하다!
정독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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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견이 분분하잖아요?
결국 책 읽는 게 중요하다는 것일 텐데요.
다독이든 정독이든
책을 접하는 것 자체가 중요한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양질의 책을
우선적으로 만날 수 있도록 조금만 도와준다면
인생을 살아가는데 힘이 되는 사고방식 형성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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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초등학교 선생님이 먼저 읽고 추천하는
초등 인문학 필독서 45를
신청했어요.
문학, 철학, 과학, 역사, 사회, 예술 분야에서
훌륭한 책이라고 인정받은 45권의
이야기를 초등학생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도록 쉽고 짧게 구성해 놓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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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아침밥을 먹으며 뉴스도 보고,
일상생활 전반에 관한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 편인데
이날은 초등 인문학 필독서 45를 읽기로 했어요.
제일 처음 읽은 건
아낌없이 주는 나무였어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의 이야기가
간략하게 실린 부분을 읽어주는데
불쌍해...
놀자고 했는데...
조금이라도 놀지 않고ㅠㅠ
자기가 필요한 것만 가져갔어...
불쌍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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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나무는 서로 행복했지만
소년이 자라면서
나무를 떠나 있는 시간이 많아졌어요.
나무는 소년과 놀고 싶었지만
소년은 나무에게 원하는 것이 있을 때만 찾아왔어요.
돈이 필요한 소년에게 사과를 주고
집이 필요한 소년에게 가지를 주고
배가 필요한 소년에게 줄기를 주어
밑동밖에 남지 않았다는 이야기였어요.
새싹이 다시 안 나와?
사과 씨앗을 심으면 안 돼?
이제 죽는 거네...
나무가 불쌍했던 규씨는
미련을 버리지 못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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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슬프고도 아름다운 이야기인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예전에 미국에선
'분열을 조장하는 책'으로 선정된 적이 있대요. (p.19)
아들에 대한 엄마의 사랑을 표현했다.
대자연과 인류에 비유해
환경에 관한 경고 내용이다.
남성이 여성을 착취하며 희생을 강요한다.
소년이 감사나 공감할 줄을 모른다. 등
의견이 대립했다고 해요.
저는 읽으면서 언젠가 독립할 규씨를
소년에 자연스럽게 대입하고 있었는데 말이죠.
마음이 헛헛~한 것이...
나무가 왜 슬펐는지 알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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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지.
나무는 진정한 사랑인데
소년은 아닌 거 같아.
사랑하기 때문에
누군가를 찾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기 때문에
찾는 사람이 되어 버립니다.
이 말은 너무 슬프더라고요.ㅠㅠ
소년이 나무의 필요한 부분 때문에
찾아왔다는 얘기니까요.
소년이 조금 더 자립심이 강했다면
나무도 소년도 소년의 가족도
함께 행복할 수 있었을 텐데 아쉬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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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문학 분야에서 제가 선택한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읽고 대화를 한 반면
두 번째는 규씨가 철학 분야에서
오스카 브르니피에의
자유가 뭐예요?를 선택했어요.
자유가 뭐예요?를 읽기 전
책에 나와있던 질문들을 똑같이 해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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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공부하고, 학원 가고 힘들어.
근데 그만두면
나중에 생활이 어려워지잖아.
책에 나온 4학년 학생과
규씨의 답변이 비슷하네요.
엄마 앞이어서 그런지
잔소리가 힘들단 말은 안 했지만;;
현재 힘들 것들을 내려놓고
자유를 찾아 떠날 경우 힘들어질 수 있는
미래를 걱정하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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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
남에게 구속을 받거나
무엇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뜻에 따라 행동하는 것
남에게 구속받는 것은 없지만
미래에 대한 불안감에 얽매어
원하는 대로 놀지 못하고 있으니
규씨는 정말 자유롭지 못한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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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지.
설거지해야지,
회사 가서 돈 벌어야지,
직상 상사한테 욕먹어야지,
집안일, 빨래, 애 키우기 등등.
학교, 학원을 다니지 않는 어른들은
자유롭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학창 시절을 지나온 어른들 역시
규씨 눈엔 자유로워 보이지 않았나 봐요.
어른들의 고충을 알아주니
뭔가 위로받는 느낌이긴 했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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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
당연한 거 아니야?
새는 지구에만 갇혀있어.
우리에게 잡힐 위험도 있고.
인간은 우주선 타고 달에도 갔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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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씨는 공부의 의무가 없는 새보다
우주까지 갈 수 있는 인간이
더 자유롭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흠...
공부하고 회사 다니면 자유롭지 않지만
우주에 갈 수 있는 인간은 자유롭다.
역시 생각하기 나름이네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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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구마구 자고, 공부 안 하고,
놀고, 장난감 사고, 게임만 해도
나중에 훌륭한 축구 선수 되는 거.
근데 실제로 이러진 못 하잖아.
규씨에게 자유란 = 노는 것
이런 연결고리가 성립될 수 있는
답변이었어요.ㅋㅋ
어느새 하고 싶은 것만 하고 살 수 없다는 걸
알게 된 나이가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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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자유를 조금 포기한다는 것'
이 부분을 읽고 규씨와 저는
미래의 꿈을 위해 값을 치르고 있는 거라고,
난 자유롭지 못하다.의 접근이 아닌
난 미래의 나를 위해
내 자유를 조금 포기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 보기로 했어요.
이런 생각의 전환이 스스로를
더~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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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울 수 있는 자유,
엄마하고 있는 자유,
이 집에서 살 수 있는 자유,
소파, 선풍기, TV를 사용하는 자유,
닌텐도, 축구를 할 수 있는 자유,
쉬는 시간의 자유,
친구들이랑 놀이터에서
놀 수 있는 자유...
끝이라면서 다시 또 얘기하는
규씨의 자유는 끝없이 흘러나왔어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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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그냥 우연히 태어나서
미래를 향해 세상에 내던져진 존재
멋있는 것 같아.
우연히 태어난 것도 맞고,
세상에 내던져진 것도 맞잖아.
근데 엄마가 날 소중히 낳아준 거지
내던져졌다는 건 좀 그렇고...
내던져졌다는 게 뭐야?
ㅋㅋㅋ
사르트르의 철학적인 말은
해석이 좀 필요해요.
'자유롭도록 선고받은 존재'
자신의 존재를 스스로 선택해 창조하고
그것에 대한 책임 역시 스스로 져야 한다.
(P.117)
완벽하게 갖춰지지 않은,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매 순간 모든 것을 스스로 선택하고
끝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며
미래를 향해 가는 것.
내 선택의 결과는
온전히 내가 감당해야 하는 것.
내 인생을 누가 대신해 줄 순 없으니
내던져졌다고 표현된
가볍지 않은 자유의 무게인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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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책을 함께 읽고,
함께 이야기한다는 건
비슷하지만 또 다른 세계와 만나는 느낌이에요.
초등 인문학 필독서 45를
하루에 한 챕터씩 읽으며
앞으로 어떤 다양한 대화가 이어질지
기대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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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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