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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사라진 날 ㅣ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101
신민재 지음 / 길벗어린이 / 2020년 10월
평점 :
[나무가 사라진 날]
서평 신청 전 책 제목만 봤을 땐
사람들이 나무를 베어 자연이 훼손되는
지구환경에 관한 그림책인 줄 알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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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책 소개 글을 본 순간
충격에 소름이 돋아버렸죠.
그래서 규씨에게 몇 가지 질문 후
바로 서평을 신청했어요.
어떤 내용일지 궁금하시겠지만~
책의 표지 먼저 만나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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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에 인트로가 있다면
책에는 표지가 있다!!
요즘은 책 표지에 끌려 책을 사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멋진 표지의 책이 많은 것 같아요.
이 책도 반짝반짝 초록색 이쁜 박이
포인트로 디자인되어 있어 눈길이 계속 가더라고요.
규씨도 보더니
"우와! 반짝거려!
여기도 여기도 있어!"
하며 좋아했어요.ㅋ
책 제목은 나무가 사라져 슬픈 느낌인데
아이들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커다란 나무가 있는 숲에서 '꼭꼭 숨어라' 놀이를 하며
즐거워하고 있는 게 대조적이네요.
나무가 사라진 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나무'의 일상으로 들어가 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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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머리카락의 '나무'는
숲에서 뛰어놀기를 좋아하는 아이예요.
오늘도 친구들과 놀다 집에 늦게 들어왔죠.
신나게 놀고 왔더니
졸리고 피곤하고 공부에 집중이 안 됐어요.
"왜 이렇게 늦게 와?
학원 숙제 또 안 했지?
숙제는 미리미리 하라고 했잖아!
얼른 숙제해!
공부하라니까 또 나왔어?
책상 앞에 좀 앉아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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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가 뭐라 말할 틈도 주지 않고
쉴 새 없이 엄마의 잔소리가 시작됐어요.
아이의 두뇌 발달에 엄마 잔소리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데...
저런 상황에 처하면...
저 역시 잔소리부터 나오더라고요... 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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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축 처진 눈썹, 초조한 손짓,
떨군 고개, 땅을 향하고 있는 시선에서
불안감이 느껴져요ㅠㅠ
저희 집도 크게 다르지 않다 보니
규씨와 나무가 오버랩 되었어요.
나무의 표정이 읽히는 순간 제 심장이 쿵...
사실... 나무도 엄마도
규씨도 저도
서로가 억울하고 할 말이 많은 그림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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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리를 누리려면
의무도 다할 줄 알아야 하는 게 현실이듯
나무는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아
힘겹게 수학 문제집을 풀기 시작했어요.
투둑 툭!
하지만 이내 눈물이 쏟아지고 말아요.
눈물을 흘리는 나무의 모습에
제 가슴도 미어졌어요.
나무가 많이 힘들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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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에게 지금의 감정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놓고
대화를 더 시도해봤다면 좋았을 텐데...
감정 표현이 서툰 나무를
엄마가 좀 더 다독여줬어도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어요.
규씨는 그 와중에
"어! 곱하기 배워! 14X22
어렵고 재미없겠네."
저보다 나무의 힘듦을 공감해 주고 있었어요.
그렇게 눈물을 흘리던 나무의 다리가,
나무의 팔과 등이 딱딱해지더니
의자가 되어버렸어요!!
세상에...
제가 충격에 휩싸인 내용이 바로 이 장면이에요.
의자가 된 나무를 한참 바라봤어요.
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해 냈을까?
놀라움에 고개가 절레절레 저어졌죠.
모든 것과 단절한 채
나무는 의자가 되어 버린 거예요.
규씨도 "나무가 의자가 됐네!"라며
놀란 눈치였어요.
Q. 나무는 왜 의자가 됐어?
"엄마가 공부를 계속하라고 해서.
공부 너무 하기 싫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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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방에 들어온 엄마는
없어진 나무를 찾다 한참만에 이 의자를 발견해요.
"혹시... 나무야, 너니?""
내 아이를 다신 못 볼까 봐
이젠 안아주지 못할까 봐
영영 잃어버릴까 봐...
주저앉은 엄마의 놀란 입과 눈썹에서
공포감이 느껴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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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의자가 된 나무를 데리고
병원에도 가보고 가구점에도 가봤지만
나무를 되돌릴 방법은 찾지 못했어요.
엄마가 나무를 안고 나온 이 장면은
규씨가 [나무가 사라진 날] 중
제일 기억에 남는다고 소개해 준 페이지이기도 해요.
선인장도 있고, 나뭇잎도 있고,
풀도 있어서 신기했대요.
엄마가 하염없이 걷다 간 간 곳은
나무가 친구들과 신나게 놀던 숲 공원이었어요.
공원에서 놀고 있던 나무의 친구들은
나무가 의자로 변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놀라지만
이내 받아들이고 움직이지 못하는
나무가 심심할까 봐 같이 놀기로 해요.
순수한 아이들의 선함에
제가 다 고맙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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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 쌓기 놀이, 물구나무 서기
풀밭에 누워 하늘 보기 등
친구들은 의자가 된 나무와 신나게 놀았어요.
그러다 친구들도 모두 집으로 돌아가고
의자가 된 나무와 엄마만 남게 되었어요.
"나무야..., 미안해..."
엄마는 나무에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고
딱딱한 의자였던 아이는
원래의 나무로 돌아오게 된답니다~
가슴이 먹먹해지는 순간이었어요.
"책상에 억지로 앉아 있을 때,
분하고 억울한 마음에
무언가로 변해버리고 싶을 때가 있었어요."
작가의 말 中
그래서 규씨에게도 공부하기 싫을 때
되고 싶은 게 있었는지 물어봤어요.
"먼지!
잘 안 보이니까. 방충망으로 슝~
우주에서 별 따고, 먹어보고 놀 거야."
상상만으로도 즐거운지
쿵쿵 뛰며 신이 나서 대답하더라고요.
하지만, 먼지가 되고 싶다는 대답을 들었을 땐
사실 깜짝 놀랐어요;;;
결국은 공부하던 방에서
탈출해 놀고 싶다는 이야기인지라
친구들과 신나게 놀 수 있는 시간을
더 마련해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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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사람으로 살기를 추구하는
덴마크인들은 국민행복지수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고,
한국인들은 OECD 회원국 중 행복 순위
꼴찌를 달리고 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어요.
행복의 기준은 각자 다르겠지만
현재 우리 아이가 하고 있는 모든 것이
아이의 행복을 위한 선택인지
엄마의 욕심에 의한 선택인지
많은 것들을 점검해보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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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고
본인의 주관적 견해에 의해 작성하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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