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움
조원희 지음 / 만만한책방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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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씨는 미움이 뭐 같아?

"미워! 이러는 거."


 

누굴 미워했던 기억이 있어?

"아니, 나쁜 기억은 그냥 지워버리거든."

 

헉!!

생각지도 못한 대답에 놀랐어요.

 

 

왜 나쁜 기억을 지우는 거 같아? 물으니

대답이 어려웠는지 "몰라." 라고 답했어요.


 

그럼 화가 나도 표현하지 않고 잊는 거야?

아니면 중요하지 않은 순간이라 지운다는 거야?


 

2번.

그의 간결한 대답이었어요. ㅋㅋ


 

화가 나면 짜증은 낸다고 하더라고요.

그럼 분노는 표출 한다는 얘기니 일단 안심했어요.

 

 

 

 

 

만만한책방의 <미움>

그림책을 읽기 전 규씨와의 대화였어요.

책의 표지가 강렬해서 계속 대화를 하게 되더라고요.


 

표지의 친구 표정이 어때?

"미워가지고 이러는 거 같아.

누굴 미워하는지 알 거 같기도 해.

(목을 가리키며) 얘!

올록볼록하게 뚫고 있잖아.

그럴 수도 있어! 동생일 수도 있어."


미움의 대상이 생선가시이거나

동생일 수 있다는 규씨의 추측을 듣고

누구를 향한 미운 감정인지

본격적으로 책을 읽어봤어요.

 

 

"너 같은 거 꼴도 보기 싫어!"



 

어휴... 저렇게 심한 말을...

 

친구가 무슨 잘못을 했길래

저런 상처 주는 말을 했을까 궁금했어요.


 

"얼굴이 진짜 토마톤데!

화나가지고"


 

규씨는 남자아이가 화나서

얼굴이 토마토 색이 됐다고 얘기하더라고요.

 

 

 

 

 

"나도 너를 미워하기로 했어."



 

밥을 먹으면서

숙제를 하면서

신나게 놀면서

목욕을 하면서


 

여자아이는 자신에게 '꼴도 보기 싫어'라고

말한 친구를 생각하며 모든 순간 미워했어요.

 

 

 

 

꼴도 보기 싫어!

꼴도 보기 싫어! 꼴도 보기 싫어!

꼴도 보기 싫어! 꼴도 보기 싫어!


 

규씨는 이 장면이 제일 기억에 남는대요.

왜 그런지 물어보니

"점점 커져서."

 

 

 

미워하는 마음은 점점 커지고

어느 순간 걷잡을 수없이 여자아이를

휘감아 버렸어요.

 

 

 

미운 감정을 먹고 자란 괴물을 식충식물로 표현한

이 장면이 전 제일 인상 깊었어요.


 

작게 시작된 미움의 마음이

어느새 거대해져 여자아이를 잡아먹어 버렸거든요.

 

 

 

화를 낸 사람도

화낸 상대를 미워하는 사람도

미움의 감옥에 갇히는 순간 사고의 폭이 좁아져

빠져나오기 힘든 것 같아요.

 

 

 

남자아이는 본인의 분노를

잘 표현하는 스타일이 아니었나 봐요.

일방적으로 미워하기로 했다고 통보한 걸 보면요.


 

제가 예전이 읽은 [감정의 법칙]이란 책에

 

'분노는 표현되지 못하면

변질된 원한이 된다' 라는 내용이 있었어요.

 

 


 

여자아이가 미워진 이유를

 

남자아이가 정확히 말했다면

여자아이도 바로 "미안해." 사과하고

빨리 화해했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랬다면 몇 날 며칠 힘든 감정 소모

안 했을 텐데 말이죠...

 

 

 

한참 책을 보던 규씨가

책장을 왔다 갔다 하다가, 앞으로 넘겼다

분주하더라고요.

 

 

미움 속에 갇힌 여자아이 그림 속 감옥이

남자아이의 머리라며 설명해 주었어요.


 

아!!!

전 그렇게까지 생각 안 했었는데

다시 한번 놀랐어요.


 

규씨와 책을 읽고 대화 하면서

사고의 유연성을 발견했어요!!

아들 덕에 8살의 창의적인 생각

경험할 수 있어 좋네요~

 

 

 

9살 조카는

친구의 실수 때문에 미워한 적이 있었는데

친구가 "미안해."라고 말하니

금방 풀렸다고 말하더라고요.

그 친구에게 밉게 말한 게 후회됐다면서요.

 

 

 

책 속의 남자아이도

화는 냈지만 그 순간부터 계속

미움과 후회의 소용돌이 속에 갇혀있었을 거예요.


 

인간관계는 어른들에게도

풀지 못한 어려운 숙제 같은 것이라

언제까지 배워나가야 하는 부분 같아요.


 

<미움>책을 아이와 같이 읽으며

감정 표현과 소통을 통해 미움에 대처하는 방법

이야기하는 계기가 되었어요~

 

 

*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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