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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바의 역행 ㅣ 내일의 숲 7
김명 지음 / 씨드북(주) / 2023년 12월
평점 :
《알바의 역행》
새벽 6시에 일어나, 햄버거 가게에서 오전 내내 인공육 패티를 구웠다. 기름 냄새 밴 작업복만 간신히 갈아입고, 오후 3시부터 건물 방역 작업을 하였다. 그리고 미용실 기계 세탁 작업을 한 후 기숙사 통금 시간인 23시 이전에 모든 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 기숙사 귀가 시간을 지키지 않으면 벌점이 매겨진다. 누적 벌점이 30점이 넘으면 기숙사 강제 퇴소와 회사에서도 쫓겨나, 무료 숙식 지원이 끊기는 사태가 벌어진다.
위의 빠듯한 삶을 사는 이는 《알바의 역행》 주인공 알바의 하루이다. 알바는 올해 16세로, 생산 연령 인구 나이다. 인력 공급 업체인 용역 회사에서 할당받은 일을 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그리고 아파서 누워있는 엄마의 간호비로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다.
한창 친구들과 이성과 연예인 이야기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 떨어야 할 나이에 생산 연령 인구라니, 시간적 배경이 언제인 걸까? 앞으로 100년 후? 아니면, 50년? 반짝반짝 빛나는 타워 시티를 제외하고는 온통 잿빛인 미래의 서울이 알바가 살고 있는 현실이다. 인간의 삶을 윤택하기 위해 발전한 과학은 맑은 공기마저 사치가 되었고, 어린 소녀 알바는 다른 이와 소통조차 할 수 없는 현실에 내몰렸다. 인공 신체로 사람 반 기계 반인 인간이 태반이고 인공 피부를 인식해 나이를 가늠할 수 없는 인간의 모습이 기괴하기 짝이 없었다.
자신에게 호감이 있는 게 분명한 조장 ‘키노’와의 점심을 목전에 두고 키노는 타워 시티 외벽 공화 장치를 청소하는 도중 사망한다. 이 사건은 알바의 인생에 큰 전환점을 갖게 된다. 엄마의 치료에만 관심이 쏠려 있던 알바가 다른 이에게 시선을 돌리게 되고,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모든 상황을 뒤집어 돌아보게 된다. 알바의 역행이 시작한 것이다.
정전 테러를 일삼는 ‘레트로’와 인공 신체와 인공 장기의 연구 개발에 성공해 상용화시킨 ‘메디바이오닉스’의 대립은 엄마의 치료에 많은 영향을 끼친다. 그리고 레트로와 메디바이오닉스의 실체도 수면 위로 드러나게 된다. 알바는 무위자연을 외치는 레트로도, 첨단 과학 기술에도 자기를 맡기지 않는다. 자기 심장을 노리는 메디바이오닉스의 백 회장을 피해 엄마의 안위와 자기 생명을 위해 잿빛 세상을 내달린다.
알바는 무사히 자기 생명을 구하고 엄마를 원래 모습으로 돌릴 수 있을까? 반전과 반전이 거듭되는 알바의 역행. 초등 고학년부터 성인까지 읽기 좋은 책이다.
알바는 아르바이트를 줄인 말로 아르바이트 자리 또는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다. 역행은 반대 방향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것을 말한다. 수년 후의 가상의 미래 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현재의 우리 삶과 묘하게 닮아 있는 모습이 매우 씁쓸했다.
과학기술의 발전은 인간의 삶을 행복하게 하는가? 수년 전부터 아이들과 함께한 토론 단골 논제이다. 양면성을 지닌 과학기술은 다양한 쟁점을 도출하며 수업을 뜨겁게 달구었다. 아이들은 찬반으로 나뉘어 자기주장을 논리적으로 입증하는 데 열을 올렸지만, 결국은 중립적인 입장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3년을 뜨겁게 달궜던 이슈는 ‘챗GPT'였다. 이것으로 인해 전 세계 문화예술인들의 시위가 일어났고, 인간의 고유성에 관한 회의론이 많은 이들 사이에 대두되었다. 과학자들도 인공지능 발전을 두려워한다고 한다. 우리의 모습이 알바가 살고 있는 미래가 될까 두려움이 생겼다.
2024년이 밝았다. 우리가 가는 길이 알바처럼 역행자의 모습으로, 결국은 나다운 삶을 찾아가는 순항길이 되길 기원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