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의 노예 소녀 단이 초등 읽기대장
조경숙 지음, 김도아 그림 / 한솔수북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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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의 노예 소녀 단이는 들여다보기도 아픈 역사를 담고 있다. 책을 펼치고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10살 단이가 되어 춥고 고단하고 끔찍한 역사 현장에서 모진 바람을 함께 맞고 서 있는 기분이었다.

 

정묘호란으로 나라가 혼란스러웠던 시기, 백성들의 처참한 삶은 뒤로 한 채 북벌론의 망상에 빠진 임금과 조정대신들, 그리고 끔찍한 가난과 곧 닥쳐올 전쟁의 위협 속에 바람 앞의 촛불 같은 조선의 모습이 시종일관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중국은 아주 복잡해, 네가 태어나기도 전에 전쟁이 났었는데 그때 우리나라를 쳐들어온 후금이 지금은 청나라가 되어 세력이 계속 커지고 있단다. 그런데 우리 조선은 청나라를 오랑캐라고 무시만 하고 있으니 답답할 노릇이지.”

 

단이에게 당시 상황을 알려주는 아버지의 목소리가 시대적 배경이 언제인지 분명하게 보여준다. 역관인 아버지 덕에 나라의 정세를 조금 더 일찍 파악할 수 있었지만, 임금도 피하지 못한 전쟁은 단이 가족을 뿔뿔이 흩어지게 했다. 노예로 팔려간 엄마 안성댁,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아빠 박무강, 그리고 청나라의 소와 말이 되어 짐승처럼 일하며 버틴 어린 단이.

 

어린 단이는 청의 볼모로 끌려온 세자빈 강빈을 만나게 된다. 엄마와 헤어진 날이 트라우마로 남아 하루하루를 악몽처럼 살던 단이는 아들 둘을 조국으로 떠나보내고 볼모로 잡혀도 희망을 잃지 않은 강빈을 닮고 싶어 한다. 그리고 강빈이 백성을 살리려는 계획에 함께 참여하게 된다.

 

왕자와 헤어져 흐느끼던 강빈은 조선 노예들의 엄마가 되기로 작정한 듯했다. 단이는 여자란 자고로 늘 다소곳하고 뒤에서 조용히 남자를 받드는 것이라고 배웠다. 그런데 세자빈은 달랐다. 양반이라고 왕족이라고 뒷짐 지고 큰소리만 치는 남자들 못지않게, 아니 남자들보다 더 적극적으로 잘못된 일을 바로잡으려 하고 있었다.

 

글을 익히고, 청나라 말을 익힌 단이는 노예 시장에서 조선인 노예를 구출하는 일을 맡게 된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엄마를 찾겠다는 희망의 끈이 단이를 움직이게 했고 결국 아빠도 엄마도 찾게 되는 놀라운 일이 일어난다.

 

이 책은 단이의 눈을 통해 전쟁의 참상과 조선 관리의 부패와 왕을 비롯한 지도자의 어리석은 선택, 그리고 현명한 세자빈의 능력을 여실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청나라 볼모로 끌려가 치욕적인 삶을 버티며, 결국 백성도 구하고 조선인의 저력을 보여줬던 소현 세자 부부의 말로를 알기에 마음이 아팠다.

저들이 만약, 인조의 뒤를 이어 왕이 되었다면 조선의 역사는 어떻게 흘러갔을까?

 

초등 고학년 이상 어린이들을 포함한 성인들이 꼭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 이 책을 읽는 모든 어린이가 과거를 통해 미래를 대비하는 눈을 키우길 바란다. 그리고 우리가 사는 사회를 현명한 강빈처럼 그리고 비판적 사고를 갖고 움직인 단이처럼 자라길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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