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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부족주의 - 집단 본능은 어떻게 국가의 운명을 좌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김승진 옮김 / 부키 / 2020년 4월
평점 :
간만에 눈에 띄는 책이었다. 미국은 역사상 처음으로 여러 인종과 종교를 가진 이민들로 융합되어 있는 용광로와 같은 슈퍼집단이고 미국이 성공을 거둔 당연한 상식은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것으로 생각하고 군사외교정책을 편다. 그러나 지구촌의 실상은 그렇지 못했다.
그것이 번번히 실패를 가져오는 것은 미국과는 달리 여러 이유로 각국에 현존하는 “부족주의”를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부족주의는 혈족, 인종, 종교...등에 바탕을 두나 정치적 선동가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분열시킨 것이기도 하다(분열시켜 정복한다).
지금 한국의 좌파들이 끊임없이 국민을 편가르기하는 이유가 정치적 부족을 생산하기 위한 것임은 누구나 알고 있다. 지역주의는 이미 고착화됐고 나아가 끊임없이 친일파논쟁을 유발시키고 선동한다. 친일파, 친일파의 후예, 토착왜구, 부왜노.... 평소에 대화를 나누면 지극히 이성적이고 상식적인 사람들이 선거철만 되면 순식간에 진영논리에 휩쓸려버린다. 호남은 이미 북한과 거의 같은 전체주의적인 투표행태를 보이고 있어 다른 당은 아예 후보를 내지도 않으며 그쪽은 선거를 하나마나라는 얘기가 있어왔다. 그런 결과는 자신의 정치성향이 물어볼 것도 없이 이미 적나라하게 공개된 것과 같아 호남지역민 개개인들의 처신에도 바람직하지 않을 것이다.
민주주의는 그것이 내전 등 폭력에 의지하지 않고 다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다. 그러나 민주주의에 대해 모두가 우려하는 바가 그것이 단지 쪽수 대결로 나타나 과반수진영이 모든 것을 획득하여 반대진영이나 소수파를 탄압하는 것이다. 이것은 지금 문정권이 과거 정권을 모두 적폐로 몰아 청산하고 있는 것과 같고 그것은 언젠가는 반드시 보복을 불러일으킬 것임도 자명하다. 그래서 플라톤은 철인정치를 구상했고 니체는 민주주의를 경멸했을 것이다.
미국과 같은 슈퍼집단이 트럼프를 당선시킨 이유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앞서 읽었던 <트럼프를 당선시킨 PC의 정체>라는 책이 유용했었다. 이 책 역자분은 PC(Political Correctness)를 정치적 올바름이라고 번역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인간이 이런 저런 부족의 일원으로 사는게 마땅한가, 민주주의가 최선인가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된다. 그 부족이라는게 개인을 저열하게 레밍떼같이 복속시키고 맹목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평소에 양복입은 멀쩡한 신사가 예비군복만 입으면 갑자기 개가 되는 것과 같다.
종족에 대해서는 베네딕트 앤더슨의 <상상의 공동체>, 무리를 이룬 군중들의 심리에 대해서는 귀스타브 르 봉의 <군중심리> 등, 개인으로 홀로서지 못하는 저렴한 인간에 대해서는 에리히 프롬의 <자유로부터의 도피>와 에릭 호퍼의 <맹신자들>을 각각 레퍼런스하며 일독하면 좋을 것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