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만 해도, 그는 피붙이가 아닌 사람을 보살필 때 느끼는 자유로움이 어떤것인지 미처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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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주기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에 얼간이 같은 폭군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
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쓴 사람 권정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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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기간 동안 감기에 걸린 적이 있었는데 나는 아버지에게 컨디션이 좋지 않으니 오늘은 운전을 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랬더니 아버지는 "그 정도로 몸이 안 좋다고 운전을 안 할 수 있나, 아프다고 해서 안 해도 되는 일은 세상에 그리 많지 않아" 하며 웃었다. 나는 아버지의 그 웃음에 서운하고 야속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애잔한 마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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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미아리 극장에 푸른 하늘 은하수라고 최무룡씨가 나오는 영화를 보러 갔어. 너 최무룡씨 알지? 몰라? 그때극장들은 로비에 벤처스venture 류의 경음악을 크게 틀어놓았거든. 아, 신나지. 그리고 대형 거울도 있었어. 그때 어디 가정집에서 거울을 들이고 살았나? 극장이나 가야 거울이 있지, 극장 로비에 앉아 거울을 보는데 구석에 어떤 거지가 앉아 있더라고, 거지도 영화를 보나 하고 생각하면서 다시 보니 그게 내 모습이었어. 그때가 양복점 일하기 전에 창동으로 고물 주우러 다닐 때니까 행색이 말이 아니었지. (울먹이시다 끝내 오열, 겨우 그치고) 그 영화 줄거리가 꼭 내 이야기같았어. 주인공이 고아인데 나랑 처지가 비슷하더라고, 영화가 끝나고도 집에 갈 때까지 울었어. 당시 홀아비로 살던네 할아버지가 나보고 왜 우냐고 하시더라고, 그래서 푸른하늘 은하수 보고 오는 길이라고 하니, 할아버지는 먼저 그영화를 봤나봐, 그러더니 나더러 더 울라고…… (다시 오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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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며칠씩 울기만 하는 아들이 불쌍했는지 할아버지가 선물해준 것이지요. 분명 자전거도 좋았겠지만 ‘엄마‘라는 것이 무엇으로 대신 할 수 있는 것인가요.
우리는 모두 고아가 되고 있거나 이미 고아입니다. 운다고달라지는 일은 아무것도 없겠지만 그래도 같이 울면 덜 창피하고 조금 힘도 되고 그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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