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언제 죽을지는 모르지만 좀 낭만적으로 죽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나도 전에 우리집 개가 죽었을 때처럼 헐떡헐떡거리다가 숨이 꼴깍 넘어가겠지. 눈은 감은 듯 뜬 듯하고, 입은 멍청하게 반쯤 벌리고 바보같이죽을 것이다. 요즘 와서 화를 잘 내는 걸 보니 천사처럼죽는 것은 글렀다고 본다.
그러니 숨이 지는 대로 화장을 해서 여기저기 뿌려주기 바란다.
유언장치고는 형식도 제대로 못 갖추고 횡설수설했지만 이건 나 권정생이 쓴 것이 분명하다.
죽으면 아픈 것도 슬픈 것도 외로운 것도 끝이다.
는 것도 화내는 것도, 그러니 용감하게 죽겠다. 만약에죽은 뒤 다시 환생을 할 수 있다면 건강한 남자로 태어나고 싶다. 태어나서 25살 때 22살이나 23살쯤 되는 아가씨와 연애를 하고 싶다. 벌벌 떨지 않고 잘할 것이다.
하지만 다시 환생했을 때도 세상에 얼간이 같은 폭군지도자가 있을 테고 여전히 전쟁을 할지 모른다. 그렇다.
면 환생은 생각해봐서 그만둘 수도 있다.
2005년 5월 1일쓴 사람 권정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