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츠바키 문구점 / 오가와이토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편지를 쓴다는 것

포포는 동백나무가 심어져있는 선대의 집에서 차분히 손님을 기다린다.

선대가 쓰던 필기구와 다양한 질감의 종이들, 연필들은 츠바키 문구점을 구경하고싶게 만든다. (책 속에서 워낙 촘촘하게 풍경들을 묘사하고 있어서 읽으면서 츠바키 문구점을 구경하는 느낌이 들긴했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때만해도 서예 수업을 듣고, 친구와 교환장을 쓰는 등 손으로 글씨를 적고 마음을 전달하는 일이 흔했다.

같은 반 여자아이의 글씨체가 예뻐서 질투했었는데, 아직도 기억나는걸 보면 잘쓰고 싶다는

욕심이 어릴때 많았던 것 같다.

선생님은 내 글씨를 좋게봤는지, 2년정도 서기를하며 선생님이 하신 말씀을 받아 

적는 임무를 수행(?)하기도 했다.

시시콜콜한 서로의 일상을 적으며 친구와 교환하는 편지는 우정의 증표였다.

츠바키 문구점

포포는 어릴적부터 선대에게 엄격한 훈련을 받는다.

대필가라고 해서 단순히 글자를 멋있게 쓰는 것이 아닌 상대방이 되어 마음을 

잘 전달하는 역할을 해야한다.

조문 편지는 먹색을 옅게하여 슬픔이 느껴지게하고, 지인들에게 이혼을 알리는 내용은 품위있으면서 청초하게 표현한다.

우표 한장도 마음 내키는대로 붙이는 것이 아닌 의미와 편지 성격에 맞게 신중하게 고른다. 읽다보면 필기구와 잉크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져 읽으면서 쓰고 싶은 충동이 든다.

섬세한 문장에서 좋은냄새와 사각거리며 씌여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각자의 사연을 들고 찾아온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때로는 성의없는 태도에

호통을 치는 주인공은 선대와는 다른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진심을 전달하려는 마음은 같다.

그 진심이 오랜만이라 나도 편지를 쓰고 싶어졌다. 

포포와 이웃들

포포가 사는 곳은 작은 마을이다. 그녀의 인간관계 또한 좁다.

자신보다 한참 위지만 발랄하고 상큼한 기운을 갖고 있는 바바라부인과 

맛있는 음식을 먹게 해주는 남작, 빵을 맛있게 굽는 빵티까지.

지나치게 가까워지지도 멀어지지도  않으며 소소한 즐거움을 나누며 사는 이웃들의

모습은 따뜻하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포포가 먹는 음식들은 문장속에서 식욕을 자극한다.

이전에 ‘달팽이 식당’을 쓰기도 한 작가는 맛있게 쓰는 방법을 알고있다.

읽을수록 일본으로 여행을 떠나고 싶게 만드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