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데이 -김병인 장편소설- 누군가에게는 정복한 땅이고 또 다른이에게는 정복당해버린 땅이있다. 같은 땅에서 숨을 쉬고 있는 두 남자지만 한 남자의 숨쉬는 과정은 그리 달지만은 않았을 것이다. 나라를 잃는다는 기분이 무엇인지 잘모른다. 아니 구지 떠올리고 싶지도 않을 뿐더러 그런 역사책을 안읽었으니 떠오를 일도 없이 살아왔다. 그런 나에게 이 책속 주인공인 대식과 요이치는 나에게 가슴으로 외치는듯하다. 이 책은 올해 말 개봉작이기도 한 마이웨이의 원작 소설이라고 보면된다. 영화 예고편만 보아도 어떤 분위기인지 감이 올테니 영상을 먼저 보는것도 좋을듯하다. 책의 표지는 유명한 일러스트레이서 '무슨'이 작업을 했는데 황폐해진 땅을 달리는 두 남자의 일그러진 표정이 책속의 상황과 잘맞아 떨어진것 같다. 식민지 시대의 조선인들은 사람답게 살지 못했지만 대식의 가족은 그래도 사람답게 살아가는것 처럼 보였다. 일본인의 집에 들어가 식모일을 하며 두 아이를 키 우는 대식의 어머니 그리고 대식의 동생 수희는 안좋은 상황에서도 끈끈한 가족애를 보이며 살아간다. 그 일본인 집에는 요이치란 아들이 살며 대식과 동갑내기다. 어릴때 만난 그들은 요이치가 건낸 검은구슬로 친해질뻔 하지만 결국 싸움만 실컷하고 철저한 원수가 된다. 이것이 그 인연의 시작이었다. 그 후 그 둘은 레이스에서 그리고 전쟁터에서 서로를 마주하고 있지만 마음만은 마주하지 않으며 살아간다. 아니 상황 자체가 그 둘을 결코 친해질수 없는 관계로 만들어 버린거니까 그 둘을 탓할것도 없다. 서로 다른 목적이었지만 둘은 목숨을 내놓은 전쟁터에서 가느다란 목숨을 부여잡고 살아간다. 그런데 차라리 전쟁터에서 적군에게 총을맞고 죽으면 조국을 위한 것이며 영예로운 일이라고 사람들이 기억이라도 해주련만 요이치와 대식을 포함한 일본인들은 굴라크라는 곳에서 금광을 캐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감과 육체적인 노동이 끝나지 않을것이라는 불안감으로 하루하루를 연맹해가는 그들의 심정은 어떠했을까?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되었지만 나라가 자신이 위급한 상황에 아무 도움이 안되자 눈치가 빠른 인간들은 재빨리 일장기를 밟고 소련에게 넙쩍하고 엎드린다. 어쩌면 그게 최선의 방법일수도 있다. 나라를 잃은 사람들은 휘청거리고 있었지만 요이치는 그들에게 조국으로 돌아갈수 있는 희망을 주었다. 그 희망을 페트로프 소장은 눈치채고만다. 페트로프 소장에게 그들은 단지 거대한 심리연구실에 있는 실험용쥐일뿐. 인간을 인간으로 보기보다 상황에 변화화는 하나의 '대상'으로 보았던 그는 지하실에 인간의 해골을 모아두는 이상한 취미까지 가진 사람이었는데 사람을 고문하는 솜씨도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나라를 사랑하는 요이치와 대식은 의도는 다르지만 같은 배를 타게되었고 운명은 그들을 갈라놓지 않았다. 오히려 그 둘을 더 질긴 인연으로 엮어놓았는데 그것이 그들에게 어떤 결과를 초래했을까? 한국과 일본이란 나라들의 싸움에 희생되었던 수많은 조선인들과 '전쟁'이라는 단어속에 참으로 다양한 사람의 인생이 허무하게 사라지고 탄생하는 순간들을 볼 수 있다. 전쟁이라는 최악의 상황에서도 모든것을 이길수 있는건 그들의 순수한 '꿈'이며 그 꿈으로 인해 한 친구는 이 세상에 사라지고 한 친구는 남는 가슴아픈 있을수도 있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