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결혼 못하는 남자
오자키 마사야 극본, 하시구치 이쿠요 지음, 박승애 옮김 / 노블마인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서평] 결혼 못하는 남자 / 하시구치 이쿠요
요즘 한국과 일본에 초식남이 많다는 방송을 TV에서 얼마전에 본 적이 있다.
보는 내내 새로운 문화에 참 신기하기도 하고 자신의 일에 몰입하는 남자의 모습이 멋있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나의 모습을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연애에 서툴다기 보다는 누군가가 옆에 있으며 이상하게 더 불편한 느낌이 들고
없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에 그저 그 시간에 자신을 더 바라보는 모습이 아주 조금 나와 닮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조금은 씁슬해지기도 했다.
사랑을 하고 싶지 않는 사람이 있을까? 아니 ! 사랑을 하지 않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랑을 타인에게 주지 않고 다만 자신에게 쏟고 있을 뿐 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여기 구와노라는 한 남자는 참 멋있는 남자다.
조건으로만 보면 말이다. 독신남인데다가 전망이 좋은 아파트에 혼자 살고 있으며 낭만이라고는
거리가 멀고 고기를 구워 먹으며 와인을 마셔대는 거기다가 클래식 음악감상의 취미와
DVD 를 즐겨보는 남자는 지독히 어른 스러운 면을 갖추려고 하는 어린 애 같기도 하다.
자신만의 세계에 갇혀서 타인과의 소통을 할 줄 모른다.
남들은 잘만 넘어가는 사소한 일까지 그는 정확히 분석하고 꼬집어 준다.
사람들은 그에게 호감을 보이다가도 그런 그의 직설적인 표현과 알 수 없는 기분 나쁨에
등을 돌려버리고 만다. 그가 가는 곳은 어딜가나 찬 물을 쏟은 것 마냥 분위기가 우중충 해져버린다.
자신이 남들에게 그다지 환대받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그도 알기에 그는 사람들과의 만남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저 '집'이 최고다. 혼자 좋아하는 것을 하며 자신에게 취해서 사는 것이
유일한 그의 행복이다.
그런데 하필이면 이렇게 자존심 높은 그가 여의사에게 항문을 보여주는 일?을 내고 만다.
어찌되었건 그 둘은 그렇게 서로를 알아가기 시작한다.
남자는 그저 몸이 안 좋아서 그녀에게 찾아가기 시작하고 그녀는 그 남자가 불쾌하다.
만나기만 하며 싸우고 으르렁 거린다. 물론 문제는 여자를 몰라도 너무 모르는 그에게 있다.
이런 그에게도 사랑이란 것이 찾아올까?
다행히 찾아왔다. 그런데 사람이 아니라 '개'다.
이름은 켄 ! 옆집 아가씨의 강아지 켄을 맡으면서 그는 책속에서 처음으로 인간적인 면을 드러냈다.
그리고 그도 누군가를 좋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옆집 아가씨 다무라는 옆집에 사는 이상한 아저씨로 구와노를 취급했지만 서서히 그에게 빠져든다.
그는 여자를 잘 모르지만 여자를 잘 알아서 여자에게 진심인듯한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라는
생각에서 일까. 수줍게 좋아하는 것을 표현해보지만 알아들을리 없는 구와노.
그렇게 그남자는 서서히 사랑을 받고 있었다.
일하는 동료들에게서 그는 지독히 고집만 쎈 독불장군 이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그저 감정 표현에 서툰 사람이라는 명목으로 모든 것을 감싸줄 수 있는 최고의 건축가 이자
사실은 따뜻한 남자였다.
무엇보다 소소하게 엮이는 여의사와 구와노는 점점 미운 정을 쌓아간다.
하야사카는 구와노에게 질려하면서도 그의 매력에 조금씩 끌려가고 만다.
그도 사랑을 할 수 있을까?
책을 읽는 내내 구와노가 얼마나 답답했던지 모른다.
좀 풀어져야 인간다운데 말이야 !!! 라고 마음 속으로 중얼 거렸다.
내가 여자라도 그런 남자 딱 !! 질색이야! 라고 말해버리고 싶지만 그래도 구와노상..매력은 있다.
아니 나라면 이런 남자가 어울릴지도 모르겠다.?!
아무튼 자신이 번 돈으로 당당하게 자신을 꾸미고 돈때문에 끙끙 거리지 않고
40살이 된 나이에 마치 피터팬으로 살아가는 듯한 구와노상이 적어도 비참하게 보이지는 않았다.
오히려 부럽기도 했다. 요즘 이렇게 사는거 많이 부러워 할 것 같은데..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상처를 구와노상은 받았을지도 모른다.
기억이 나지 않는 그 조그만 상처가 말이다.
결말은 애매모호 했지만 나는 알것 같았다.
구와노상은 행복해 지려고 하고있다.
혼자?
아니..그녀와 함께.
KBS에서 방영되었던 드라마여서 더욱 더 읽고 싶었는데 읽는 내내 정말 지진희와 엄정화가
머릿 속에서 방방 돌아다녔다.
책을 먼저 읽고 드라마를 보았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