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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의 재구성 - 쓰레기통에서 다시 집으로, 생명을 되찾은 물건이야기
연정태 지음 / 리더스하우스 / 2009년 7월
평점 :
품절
[서평] 물건의 재구성 / 연정태
리폼을 계획적으로 무언가를 사다가 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만드는 일은 여전히 즐겁다.
눈에 익숙했던 것이 적은 돈을 투자해서 새롭게 변신하는 모습을 보는 일은 자신에게도 뿌듯하지만
보는 이들에게도 상당한 즐거움을 주고 부러움을 산다.
그럴듯 말로는 리폼이라고 하지만 리폼은 사실 '재활용'을 하겠다는 의지가 있으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커터칼을 사용할 수 있는 유치원 생도 1.5리터 생수병을 반으로 뚝딱 자르면 연필꽂이가 될 수도 있으며
밑에 구멍 몇 개만 뚫어주면 화분이 될 수도있다.
끊임없이 새로운 디자인과 비슷한 기능으로 다가오는 신상품들은 사는 순간에는 즐거움을 주지만
어느새 또 익숙한 것이 되어버리고 버리고 다시 사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빌라과 아파트 앞에 버려져 있는 냉장고와 볼품없는 가구들과 각 종 잡동사니들.
그 것들도 처음엔 '새 것' 이었다.
우리는 시작을 중요하게 여기고 새 것을 좋아하지만 이 책의 저자는 새 것 보다는 익숙한 것 그리고
버려진 것에게서 새로운 시작을 발견한다.
지리학과 도시설계를 전공하고 3년동안 공장 노동자로 일한 특이한 이력이 말해주듯이
이 저자는 그 저 공구들과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자기가 직접 만들고 창작하고 싶은 마음에 공장에
몸을 던진다. 덕분에 책 속에는 그 만의 노하우까지 들어있고 연장을 다루는 솜씨도 일반사람보다 한 수위다.
(그렇다고 해서 특별히 어려워 보이는 과정은 없었다.)
그가 물건을 재활용 하는 것에 대한 찬사뿐만 아니라 자신이 정말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오직 그 것만을
위해서 공장에 취직을 한 그 사람의 배움에 대한 자세가 날 두번 감동시켰다.
나는 흔히말하는 스펙을 위해서 토익에 관심을 가지고 영어는 기본이라고 하니까 깨작거리면서 공부를 한다.
다시말하면, 지극히 남들에게 휩쓸려서 공부를 한다는 말이 맞겠다.
사실 어느 직업, 어떤 장소에서도 희망과 재발견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롤모델이 되어주곤 한다.
하지만 그 사람들은 우리보다 분명 더 많은 것을 알고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말하는 듯 하다.
"너희들이 그렇게 인상을 쓰면서 공부를 하니까 안되는거야.
난 내가 정말 하고 싶은 것을 하고 그 곳에 이 지식이 필요하니까 정말 열심히 배웠다구.
배움은 마음에서 우러나와서 해야하는 거라구 !"
마치 그렇게 나에게 말해주고 있는 것 같았다. 흔히 지나치는 쓰레기를 남들이 제발 달라고 하게 만드는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한정판을 만드는 그 분의 손과 배움의 자세가 부러웠다.
또 한 목마자전거 위해 아들을 태우고 다니는 그의 환한 미소도 보기 좋았으며 소박한 아내에게
의자로 근사한 화장대를 만들어주는 남편의 모습에서도 그는 참 좋은 사람같았다.
나도 좋은 사람이 아니 이 사람처럼 살고싶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는 내내 해보았다.
아니 우리 옆집에 우리 동네에 이런 아저씨가 살고있다면 어떨까 하고 말이다.
아마 매일 망치질만 하는 이상한 아저씨 취급을 했거나 그냥 무관심에게 지나쳤을 수도 있다.
이 책을 통해서 그는 자신이 얼마나 재미있는 일을 그리고 위대한 일을 하고 있는지 우리에게 보여주었다.
재활용을 우습게 보는 사람들에게 쓰레기를 생각없이 버리는 사람들에게 그는 조용히 그러나 아주 따끔히
일침을 가하고 있는 것같았다.
제발 심각성을 빨리 깨우치고 무언가라도 만들어 보라고 말이다.
나도 재활용에는 관심이 꽤나 있었던 터라 그의 책이 더욱이 반가왔는지 모른다.
택배가 오면 물건을 빼놓고 박스를 그냥 보아둔다.
그러면 무언가를 담을 때 꼭 씌인다. 하물며 택배박스도 일상의 아주 작은 부분에 사용되어 지는데
다른 것들은 어떨까.
고개를 조금만 옆으로 갸웃거리면서 물건을 탐색해보아야 겠다.
내 얼굴이 화장하면 예뻐지듯이 지겹고 버리고 싶던 물건도 한번 토닥거리고 싶은 충동을 일으키게 만들었던
그런 소중한 책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