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김수미 지음 / 샘터사 / 2009년 6월
평점 :
품절
[서평] 얘들아 힘들면 연락해 ! / 김수미
방학 때 할일없이 아침 프로그램을 보다가 MBC의 아침방송에 김수미가 나온 것을 보았다.
다른 채널에서는 마땅히 볼게없어서 그 프로그램을 가만히 보고 있었다.
김수미가 나오니까 뭔가 빵빵 터질만한 이야깃거리가 술술 쏟아지겠지 하고 기대를 하고!
그런데 그녀의 입에서 나온 이야기는 정말 의외였다.
그녀가 책을 집필했고 곧 출판예정이라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그녀의 집에서 지인들이
그녀가 해놓은 밥을 맛깔스럽게 먹는 장면이 보여졌다.
"참 좋겠네, 연예인이라 책도 저렇게 쉽게내고.."
난 건방지게도 그런 생각을 하며 바로 TV를 꺼버렸다.
그런데 호기심이 밀려왔다. 어떤 내용일까..무슨 이야기를 담았을까.
그래서 신청한 이벤트 서평에 운좋게 내가 당첨이되었고 책이 집으로 배달되기까지
당첨 된 사실도 잊은채 일상을 되풀이 하고 있었다.
주말에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책 서두에는 이외수작가와 김혜수의 글이 실려있었다.
김혜자와 같은 취향의 책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너무나 서로 기뻐했다는 글을보자 점점 그녀의
에세이집이 기대가 되었다.
그런데 이 책, 처음부터 참 솔직했다.
자신의 집안사정..어머니가 어떻게 돌아가셨으며 자신이 처음으로 남녀의 밀애장면을 본 것이
언제인지까지 구구절절 마치 진실을 고백하듯이 써있다.
지금도 그녀는 참 솔직해 보이고 거침없이 보이는데 이 책에서는 솔직하고 거침없으며
거기에 천상여자같은 묘한 부드러움이 같이 섞여있다.
어렸을 적부터 대장노릇을 해왔던 그녀는 의리에 죽고 의리에 사는 어찌보면 요즘 시대에서는
조금 손해보는 타입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신의 지인들에게 지극정성이다.
하지만 그런 김수미의 주변에 그녀에게 본보기가 될만한 인물들이 숨어 있었기에 가능하지
않았다 싶다. 김혜자가 김수미에게는 그런 존재라는 생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둘은 전원일기를 시작으로 끊을래야 끊을 수 없는 그런 인연과 정을 가지고 사는 사람들인것 같다.
갑자기 김해자에게 전화를 해 몇십분동안 울다가 끊어버리고 그런 김수미를 토닥거려주고
그녀가 힘들때 아무 조건없이 통장을 건내주며 "필요하면 그 안에있는 돈 다써. 안갚아도돼"
라고 말해주는 든든한 기둥같고 변함없는 그런 사람이 그녀의 옆에 있었기에 그녀는 더
곧게 세상을 바라볼 수 있었을 것이다.
꽃에 환장하고 전라도 투박한 음식솜씨로 사람들에게 '집밥'을 먹이는 아줌마같은 그녀.
지인들이 그녀를 원하는 건 그녀의 음식솜씨도 단단히 한 몫을 한것이 틀림없다.
읽는내내 나도 그녀가 해주는 밥에 간장게장과 김치도 쫙 찢어서 아작아작 먹고 싶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른다. 입맛을 돋과주는 책이다.
사람을 많이 사귀지는 않지만 일단 자신의 사람으로 만든 사람은 늘 곁에 두려고 하고
마음으로 같이 지낸다는 그녀의 말이 참 와닿았다.
친한사람 일수록 약간의 비밀도 있어야 하며 같은 동성이지만 친구에게 때론 아주 화사하고
아름다운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주 보는 것이 좋은것만은 아니라는 말도 전해주었다.
이 말은 정말 얼마되지 않는 내 인생의 인간관계에서도 참 공감이 많이 가는 부분이었다.
아무리 편한친구라지만 트레이닝 복에 슬리퍼만 질질끌고 만나는 것도 좋지만 이성을 만날 때보다
더 꾸미고 만나는 것도 좋다. 난 늘 그렇게 해서 그런가 공감이 많이 되었다.
그녀가 사람과 사람사이에서 배운 큰 교훈들과 깨달음을 읽는내내 느낄 수 있었다.
그녀가 이렇게 사람, 밥에 남다른 정을 느끼는 것은 죽을만큼 힘들었던 순간들이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빙의,알콜 중독..여자로써 보이고 싶지 않은 난감한 순간..
그리고 읽는 것만으로도 안타까워지는 순간들이 이 책에는 들어있다.
너무나 솔직하게 써놓아서 "이런 이야기는 배우 이미지 한테도 안좋을텐데" 라는 이야기도
한 두개가 아니었다.
그치만 그녀라서 이런 이야기를 써놓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무엇보다 그런 일들은 이제 모두 다 '과거'라는 단어로 간단히 써놓을수 있다.
그때 그 순간에는 못같았던 그 순간들이 그녀를 더 빛나게 더 억척스럽게 바꿔 놓았다.
나도 그녀처럼 갑자기 일본에 있는 튀김집이 가고싶으면 당장 가버릴 수 있는
그런 즉흥적인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난 지금도 갈지도 안갈지도 모르는 여행에 이리저리 머리를 쓰고 계획을 짜고 난리도 아니다.
또 지인들에게 그녀처럼 마구마구 퍼주는 그런 통큰 사람도 못된다.
어찌보면 옹졸한 편인데 내가 없는 것을 많이 가진 그녀가 너무너무 멋지게 느껴졌다.
샘터로 편지를 보내면 받을 수 있다는데 한번 보내볼까 생각 중이다.
그리고 그녀의 집에서 밥을 먹는 모습을 상상해본다.
인증샷도 찍고 !!! 아무튼 ...힘들면 연락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