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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선뎐
김점선 지음 / 시작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서평] 점선뎐 / 김점선
이 책은 올 해 내가 읽은 책 중에 단연 최고였다. 정말 김점선이라는 여자는 최고다.
나는 그녀의 예전 책을 서점에서 발견하고 훑어 읽곤했다.
10cm예술 이란 책이었다. 그 책속에서 내가 본 것은 컴퓨터로 그린 그림들과 그녀의 글들..
솔직히 별 감흥이 없이 넘겼다. '이게 뭐 그리 대단한건가.' ...라는 생각으로 읽었었다.
지금 생각하면 죄송할 뿐이다. 우리는 춘향뎐을 읽듯이 점선뎐도 꼭 읽어줘야 한다.
그림을 좋아하던 싫어하던 그녀의 인생에 잠시 집중 할 필요가 있다.
이 여자는 여자인가 장군인가. 스스로 머리를 깍고 화장기 없는 맨얼굴로 사람좋게 웃어가며 진지하게 그리고 유쾌하게
자신의 인생을 예술로 승화시킨 사람..김점선.
그녀의 인생을 너무나 슬프다.
그런데 표지의 그녀는 너무나 맑고 깨끗하게 웃고있다.
그런 그녀는 얼마전 고인이 되었다. 가슴이 찡하게 아려온다.
수학여행 비로 책을 사고 8mm영화필름을 사고 처음 본 남자에게 결혼하자는 말을 하고 그리고 그 날 그 남자와 잠자리를 하고
찟어지게 가난한 생활 속에서 임신을 하고 고구마 장수 아주머니에게 감동을 느끼고
아들을 낳아 우유를 스스로 먹게하고 아들에게 해서는 안될 짓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그리고 그 아들이 신다가 질려머린 운동화들을 보며 좋아하는 ...
남자화장실에도 거침없이 들어갈 수 있는 사고와 공부를 당연하게 생각하며
해가 뜨고 질때까지 그림과 함께했던..
가슴이 시리도록 가난했던 그녀의 사랑과 인생 그리고 교육..그녀만의 철학
모든 것이 점선뎐에 담겨져 있다.
어쩌면 그렇게 기억력이 좋은지 5살때 기억을 고스란히 간직해서 책에 줄줄히 적을만큼 그녀는 어렸을 때부터
뭔가 남달랐다 !
아버지와 함께 산에가서 그림을 그리던 그녀의 모습과 진지하게 학업에 열중하는 그녀의 모습..
그리고 남산만한 배를 불안한게 움켜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이 책을 읽는 내내 떠오른다.
정말 아무 생각없이 살아야 살 수 있을 정도로 고통을 수반했던 그녀의 인생은
그녀였기 때문에 행복했을 것이다.
책속에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그녀의 그림은 밝다.
맑고 순수하고 깨끗하고 군더더기가 없다.
어린아이의 그림처럼 단순한 형태와 화려한 색채..그리고 거침없는 선들.
꼭 그녀처럼 말이다.
인생 자체가 예술이라고 말하는 그녀.
내가 너무 많은 군더더기를 걸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하게 해준다.
나는 이 책을 한 번..더 읽을 것이다. 3번 읽을 수도 있겠다.
그녀의 말투가 그리고 그녀의 그림이 너무좋다.
그녀는 행복할 것이다. 자유로와 졌다.
그녀의 인생은 충분히 재미있었다.
감히 재미라는 표현이 맞을 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책속의 밑줄
인생은 지겹도록 길다. 인생은 지겹도록 밍밍하다. 하늘은 흐릿하고 공기는 비릿하고 조명은 물컹하다.
사람은 언제나 가슴에 뭔가 껴안고 살아야 해. 그게 진짜 사는거지.
애정의식이 결핍된 사람은 속물이야. 내가 누워 있어 보니 그 생각이 더 간절해.
나한테 나쁜 일 한사람도 다 용서할 것 같은 마음이야.
궁극적으로 사람은 이 세상은 선과 악으로 버무려진 존재라는 걸 알아야 한다.
더 나아가서 선과 악을 나누는 관점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지나치게 선에 치우친 교육을 받는다.
선한 체하는 인간들과 글과 책을 늘 만난다. 구역질이 난다.
죽은 지 오래된 자들은 살은 다 썩어 없어지고 뼈만 남아 있듯이 인쇄체 글자로만 남아있다.
죽은 자 들이 편했다.
그들은 아무 때고 편할 때 꺼내서 읽으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