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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저드 베이커리 - 제2회 창비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구병모 지음 / 창비 / 2009년 3월
평점 :
절판
- 이런 성분을 넣어줄 수 있나요. 먹고 나면 아픔을 잊게 되는것. 오래전에 지나가고 충분히 이겨냈다고 믿고 있음에도, 문득문득 현실로 불쑥 살아오는 것들 모두. 그건 약물과 같이 일시적으로 신경 회로를 차단하는것이어서는 안 돼요. 그런 감각의 마비는 언제가 풀리고 마니까요. 지속적이었으면, 가능하면 영원까지.
... 고통의 정체가 너무 추상적이고 상대적이라 힘들단 말이죠, 그럼 할 수 없네요. 구체적으로 하나하나 꼽아가며 지워달라고 하기에는, 오늘 밤이 너무 짧거든요.
그러면 이건 어떤가요. 오늘 먹고 잠들면 내일 아침 세상이 뒤집어져 있었으면 좋겠어요. 그것도 안 되는군요. 최소한 나를 둘러싼 비루한 조건들이 조금씩을 달라졌으면 해요. 그런데 무엇보다도 가장 바라는 건 찬란한 문장을 얻는거에요. 그걸 얻으면 나는 다른 모든 걸 견딜 수 있어요. 그러면 끝없는 부딪침의 결과로 닳아지고 얇아진 삶에, 두꺼운 코발트색으로 붓질을 한 번 더 할 수 있을거에요. 당신의 과자에 그런 마법을 걸어줄 수 있나요.
*도대체가, 지금을 부정하는 인간이 이런걸로 조금 도움을 얻어보았자 무얼 어떻게 바꿀 수 있다는거지? 기억해둬, 지금이 아니면 영원히 아니야.
작가님~ 당신의 글은 지금도 충분히 찬란하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