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읽기의 끝과 시작 - 책읽기가 지식이 되기까지
강유원 지음 / 라티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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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제 1부는 '어떻게 읽을까'로 책에 접근하는 방식을, 제 2부는 '어떻게 쓸까'로 서평의 여러 형식들을, 제 3부는 '시대를 읽는 주제 서평들'로 근대와 정치, 그리고 인간이라는 주제로 구성된 주제서평이 제시되어 있어 읽기-쓰기-사례의 순서로 서평을 쓰는 일련의 과정을 보여주는 듯 하다.

자세히 보면 제 1부와 제 2부의 읽기와 쓰기 방법론과 제 3부의 주제서평은 예시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저자가 이러한 책들을 실제로 읽고 정리한 후 제 3부의 주제인 '근대의 정치적 인간'이라는 큰 주제로 정리한 결과로도 보인다. 즉 방법론의 제시와 잘 쓴 서평들을 순서대로 보여주는 것에 그치지 않고 책에서 제시된 방법을 저자가 직접 적용하여 어떻게 '책 읽기'가 '근대의 정치적 인간'이라는 정리된 '지식'으로 나아가게 되었는지 1~3부 전체를 통해 보여주는 것으로도 보인다. 

나아가 부록인 <<장미의 이름>> 서평의 마지막 부분을 보면 아드소가 불타 버린 장서관의 책 조각을 줍는 부분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진리의 한 부분에 불과한 <<장미의 이름>>을 읽는 것"도 "어떤 시대의 특수한 조각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보편적 진리에 이르는 단서가 될 수도 있다는 암시"를 준다고 말하고 있는데 이를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이라는 서평집의 결론이라고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진리의 한 부분에 불과한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을 읽는 것'도 '근대라는 시대의 특수한 조각들에 대한 세밀한 관찰이 보편적 진리에 이를 수 있음'을 저자 자신이 실천적으로 드러내어 보여주는 것일 수 있다. 물론 저자는 이를 직접 기술하지 않고 <장미의 이름>에 대한 서평을 통해 중층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라 할 것이다. 

여기에 더해 형식적인 면에서 이 책은 제 1부 8편, 제 2부 5편, 제 3부 23편에 부록까지 모두 34편으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이는 분명 단테 <<신곡>>의 지옥편을 연상시키는데, 만일 지옥편에 해당하는 것이 근대의 정치적 인간을 주제로한 <<책 읽기의 끝과 시작>>이라면 향후 연옥편과 천국편에 해당하는 또 다른 서평집의 출간도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적인 예상을 해볼 수도 있겠다. 

마지막으로 저자가 기존에 출간한 고전강의 시리즈 네권이 '무엇을' 공부할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면, 이 책은 '어떻게' 공부해야 하는지를 가르쳐주는 책이라고 할 수 있을 것으로, 고전강의 시리즈와 종합되면 '공부의 끝과 시작'을 위한 전체 시리즈로 완성되는 것을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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