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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 로마 세계의 그리스도교화에 관하여 비아 제안들 시리즈
피터 브라운 지음, 양세규 옮김 / 비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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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숭배>를 읽고 마침 도착한 같은 저자의 이 책을 통독했다. 책의 부제가 말해주듯 로마 세계의 그리스도교화에 관한 내용으로 1993년 케임브리지에서 진행된 강연을 바탕으로 정리된 책이다. 후기 고대의 그리스도의 전파와 승리는 콘스탄티누스가 개종한 312년 이후 일사천리로 진행된 것이 아니라 기존 이교도 전통들과의 대결과 흡수 그리고 적절한 봐주기 등이 결합한 복잡하고 오랜 역사로, 이 과정에서 아우구스티누스 등의 교부들이 우주를 보는 상상 체계 자체를 그리스도교화 하는 등 세계관 자체가 변화하는 거대한 사건이자 오래 시간에 걸쳐 주도권을 쥔 그리스도교가 이교도 문화를 배제하거나 내부화 하는 과정이며 그 속에서 성자들이 '거룩함의 중재자'로서 6세기 이후 확고한 그리스도교화에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요약할 수 있겠다.

부록으로 저자 피터브라운이 직접 기술한 자신의 학문 여정이 나와있는데 재밌는 부분이 많았다. 공부한 도서관들에 대한 서술에서 부럽기도 했고, 각주에 대한 학자다운 평가에서 감탄이 나오기도 했다. 후기 고대 그리스도교의 전파에 대한 기본 교과서로 여러번 읽어야 할 책으로 생각한다.

5세기 초 아우구스티누스와 셰누테 같은 이들에게 '그리스도교화'의 핵심은 단순히 외적인 변화가 아닌 '문두스', 곧 우주를 보는 상상 체계를 그리스도교화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은 우주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계시된 유일신의 배타적 권능 아래 하나로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리스도교화- 서사와 과정, 30쪽

그러나 제국 서방에서는 오늘날 우리에게 익숙한 그리스도교화의 기본 서사가 형성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앞에서도 이야기했듯 이 서사는 당시 대다수 사람의 현실 인식과는 달랐습니다. 이는 우리와 후기 로마인들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지요. 4~5세기 다수의 그리스도교인에게 그리스도교화는 곧 이교 신들에 대한 그리스도의 초자연적인 승리를 의미했습니다. 오늘날 역사가들에게는 같은 시대를 살았던, 저 서사를 비판적으로 보았던 이들이 제시한 대한 서사가 더 현실적인 이야기처럼 보일 것입니다. 그리스도교화란 고대 세계의 뿌리 깊은 전통과 싸운, 느리면서도 영웅적인 투쟁이었다고 말이지요. 하지만 이러한 관점 역시 상당 부분 아우구스티누스 세대의 저술이 만들어 낸 서사 입니다.

그리스도교화- 서사와 과정, 58쪽

관용을 단순한 무관심이 아니라 "다른 이들의 입장을 반대하거나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어떤 도덕 원리, 정치 원칙에 입각해 그들을 억압하지 않기로 하는 태도"로 정의한다면, 고대 사회에 그런 관용은 존재하지 않았다.

불관용의 한계, 63쪽

서로 다른 집단들이 현실을 각기 해석하던 세계에서, 그리스도교 성인전에 반복해 등장하는 중심 서사들은 그리스도교 고유의 공통 감각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했습니다.

거룩함의 중재자 -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의 성자, 127쪽

성자에게 다가간 사람들, 성자의 삶을 기억하던 사람들은 그가 대체로 수직적이고 두호 관계로 얽혀 있던 후기 로마 제국 당시의 사회 구조를 영적 세계에 반영하며 하늘과 자신들을 중재해 줄 것이라고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그리스도교 성자들은 기도를 통해 강력한 천사들과 함께 활동하면서 '문두스', 물질 세계 자체를 끌어안았습니다. 그리스도교에 바탕을 둔 상상력을 통해 이 세상을 하느님의 피조물로 품은 것입니다.

거룩함의 중재자 -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의 성자, 143쪽

어떤 연구는, 정교하게 쌓인 각주 없이는 결코 완성될 수 없습니다. 고대 후기 연구에서, 저자의 박식함이 풍부하게 녹아 있는 각주는 가장 깊은 역사적 층위에 도달하게 해주는 거의 유일한 통로라 할 수 있습니다.

부록 : 배우는 삶, 169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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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내 그들이 로마를 바꾸어 갈 때 - 로마 세계의 그리스도교화에 관하여 비아 제안들 시리즈
피터 브라운 지음, 양세규 옮김 / 비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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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고대에 대한 탁월한 학자인 피터 브라운의 책이 번역 출간되어 반갑습니다. 저자의 다른 책인 히포의 아우구스티누스, 기독교 세계의 등장, 성인 숭배 등과 함께 후기 고대시기에 대한 교과서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부록에 실린 피터 브라운의 학문의 여정도 재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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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2 : 베터 앤 베터 - 한계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그 놀라운 힘에 대해
박찬호.이태일 지음 / 지와인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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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필독서, 스포츠 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야할 책, 야구나 스포츠에는 큰 관심이 없더라도 ‘우리 사회에서 다양한 사람들이 어떻게 하면 모두 함께 잘 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많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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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너머 신기한 마을
가시와바 사치코 지음, 모차 그림, 고향옥 옮김 / 한빛에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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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어 공부용으로 원서와 함께 구매한 책. 신기하게도 초판 출간일이 내가 태어난 해와 같다. 어린이들을 위한 동화인데 성인이 읽어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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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한복음과 만나다 - 신약성서 신학의 정점, 그리스도교 신학의 원천 비아 만나다 시리즈
외르크 프라이 지음, 김경민 옮김 / 비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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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리뷰의 제목은 책의 부제와 동일하다. 매우 인상적인 부제가 아닐 수 없다. 부제는 아마도 비아출판사의 편집자가 붙이셨을텐데 이런 매력적인 부제의 책을 그냥 지나치긴 어려운 일이다.

외르크 프라이의 <요한복음과 만나다>는 영어 원서가 출간되기 전에 한국어판이 먼저 출간된 진귀한 책이다. 저자와 마찬가지로 비아출판사의 역량도 세계적이라고 하겠다. 책에서 소개된 아우구스티누스의 말대로 요한복음은 어린아이도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쉽지만 코끼리도 수영할 만큼 깊다고 한다. 그런 요한복음인만큼 권위있고 친절하며 이해하기 쉬운 해설서가 필수적이라고 할텐데, 이 책은 그러한 기준에 매우 부합하는 책으로 보인다. 예전 기억이지만 개신교 목사 또는 철학 연구자가 해설한 요한복음 해설서를 읽은 기억이 있는데, 이 책만큼 이해하기 쉬우면서도 체계적이지는 못했다. 요한복음에 관심있으신 모든 분들께 추천드린다.


책에는 기억해야할 구절들이 매우 많았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두 구절만 옮겨둔다. 복음서에 대한 해설서도 여러권 읽고 요한복음은 필사도 했지만 이런 내용이 있으리라고는 전혀 알지 못했다. 역시 좋은 선생님께 배워야 한다.

비록 가시관이기는 하나 예수는 왕관을 씁니다. 비록 "만세"라는 외침이 아니라 "십자가에 못 박으시오"라는 외침이기는 하지만, 하여간 사람들은 그에게 경의를 표합니다. 그는 "유대인의 왕"이라는 호칭을 받고,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 말이 히브리어와 그리스어, 라틴어로, 즉 당시 세계를 아우르는 언어들로 선언됩니다. 그렇기에 이 비극적이고 잔인한 사건을 찬찬히 들여다보면 우리는 표면 너머의 의미, 진정한 의미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아이러니라 할 수 있습니다). 달리 말해 우리는 여러 인간의 행위 뒤에서는 진정한 왕의 즉위식이 진행되고 있음을, 그의 말을 듣는 이들을 다스리는 이가 왕으로 등극하고 있음을, 그의 말을 듣는 이들을 다스리는 이가 왕으로 등극하고 있음을, 또한 이제 하느님 나라의 통치가 시작되었음을, 예수에 의해 그것이 나타났음을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이 점을 깨우쳐야 합니다. 요한복음에만 기록된 예수의 마지막 말에서 이를 엿볼 수 있습니다. 예수는 말합니다.

다 이루었다. (요한 19:39)

3. 현대인을 위한 요한복음 읽기, 247쪽

앞서 살펴보았듯 도마는 불가지론자가 아니며 전형적인 회의론자도 아닙니다. 그런 식으로 책망을 받지도 않습니다. 대신, 우리는 예수가 그의 의심을 알고, 그 의심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사목적인 방식으로 반응하는 모습을 봅니다. 도마는 늦게 온 이들의 대표자, 시간이 흘러 더는 예수를 눈으로 볼 수 없고, 손으로 만질 수도 없지만, 여전히 믿기로 결심한 이들의 대표자입니다. 그리고 예수를 그를 축복 합니다.

나를 보지 않고도 믿는 사람은 복이 있다. (요한 20:29)

이 말은 분명 후대의 독자들에게 건네는 말입니다.

3. 현대인을 위한 요한복음 읽기, 25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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