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하라
스테판 에셀 지음, 임희근 옮김 / 돌베개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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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 그것은 저항이며  

저항, 그것은 창조다.  

스테판 에셀이 책에서 마지막으로 남기는 이 한 문장은  

젊은이들에게 고하는 지성의 분노이자  

자신의 지난 삶을 회고하는 거장의 독백으로 들린다. 

묵직하게 읽히더니 뼈아프게 새겨진다.  

전날 <88만원 세대>를 읽으면서 느꼈던 고통이 무뎌지던 찰나  

이 책을 읽을 수 있었던 것은 다행한 일이다.   

거장의 굵고 짧은 주장들은 그야말로 진정으로 와닿는다.  

그만큼 이 시대 그리고 다음 시대를 바라볼 때 절박하기 때문일 테고,  

개인의 욕망 실현이 아닌 전 인류를 위한 순수한 당부여서일 것이다.  

목숨을 위협받는 공포가 엄습하는 상황에서도, 이기적 욕망이 난무하는 좌절스러운 상황에서도

마지막까지 진보의 희망을 놓지 않는 노장의 끈질긴 시선은 숭고한 한편 천진하기까지 하다.  

버트런드 러셀을 읽고 난 뒤여서인지 양심을 실천하는 두 지성의 목소리가 내 안에서 종종 겹쳤다.  

인류를 향한 사랑의 내용이 다르지 않음을 확인했다.  

그들이 있어 세상에 희망이 존재함을 실감했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큰 빚을 지고 사는지 통감했다.  

 

분노하라!  

인간의 책임이라는 이름을 걸고 참여하라!  

무관심만큼 위험한 적은 없다.  

분노하고 도전하면서 역사는 좀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해왔다.  

지금 이 순간에도 주변에는 분노할 이유가 너무나 많다.  

개인을 넘어 인간으로서의 책임을 묻는 이 책 앞에서 한없이 부끄럽다.  

우리의 젊은이들에게 오로지 대량 소비, 약자에 대한 멸시, 문화에 대한 경시,  

일반화된 망각증, 만인의 만인에 대한 지나친 경쟁만을 앞날의 지평으로 제시하는  

대중 언론매체에 맞서는 진정한 평화적 봉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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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무엇을 보았는가 - 버트런드 러셀의 실천적 삶, 시대의 기록
버트런드 러셀 지음, 이순희 옮김, 박병철 해설 / 비아북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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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rtrand Russell's Best.’ 책의 원제다.  

제목에서 보듯 러셀 대표 저작의 명문장을 엄선하여 6가지 주제별로 엮은 책이다.  

 

러셀은 제1차 세계대전, 나치의 유대인 대량 학살, 냉전 이데올로기의 시대, 양심적 병역 거부를 이유로  

캐나다 등지로 이주당한 두호보르파, 제2차 세계대전, 히로시마 원폭 투하, 한국전쟁 등  

인간이 인간에게 자행한 역사의 비극적 사건들을 목격했다.  

탐욕이 부른 참상이 난무하는 세상에서 자신의 역할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실천했다.  

그리고 인류의 자연스러운 진보를 가로막는 지배적 권위, 우상 숭배, 인습 들의 실체를 폭로하고 저항했다.  

권력에 의해 만들어지고 비틀린 진실에 맞서 과학적 탐구 결과 발견한 자신의 진실과 사회적 진실의 융합하기 위해 투쟁했다.  

인류의 행복한 삶을 고민하고, 부조리한 사회문제를 비판하는 글과 방송을 통해 정의와 진실을 부르짖고  

대중에게 행동할 것을 호소했다.   

무엇이 그를 이토록 치열한 삶으로 이끌었을까?  

단순하지만 누를 길 없이 강렬한 세 가지 열정이 내 인생을 지배해왔으니  

사랑에 대한 갈망, 지식에 대한 탐구욕, 인류의 고통에 대한 참기 힘든 연민이 바로 그것이다. 

거의 한 세기를 살았던 위대한 사상가의 열정적 기록은 인류를 향한 뜨거운 사랑의 표현이었다.  

러셀은 진정한 로맨티스트였던 것이다! 때로는 위트를, 때로는 독설을, 때로는 눈물을….  

그의 한 마디 한 마디가 모두 사랑의 외침이었음을 이제야 알겠다.  

위대한 지성의 절절한 고백에 우리는 어떻게 화답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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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모메 식당 디 아더스 The Others 7
무레 요코 지음, 권남희 옮김 / 푸른숲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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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밖에서 먹는 밥이 얼마나 기운이 나겠니."  

엄마는 전화할 때마다 걱정을 하신다.  

내 나이 삼십대 중반임에도 엄마는 늘 혼자인 나 때문에 편할 날이 없다고 하신다.   

촌에서 자라는 내내 엄마가 해주시는 집밥에 잘 길들어 입맛이 까다롭기는 하다.  

조미료에 민감하고, 재료의 신선도에 예민하게 군다. 엄마 덕분이다.   

<카모메 식당>을 읽는 내내 엄마가 차려주신 밥상이 그리웠다.  

봄이면 직접 산나물을 뜯어 생멸치를 넣고 된장국을 끓여주셨고,  

여름이면 노릇노릇 감자전을 부쳐주셨다.  

가을이면 싱싱한 야채를 넉넉히 넣어 전어회무침을 해주셨고,  

겨울이면 따뜻한 시래기국을 항상 상에 올려주셨다.  

지극히 단촐한 밥상이었지만,  

따뜻한 밥 한 그릇과 함께 놓인 엄마의 밥상이 우리 가족의 건강을 지켜주었고  

매사에 긍정하며 마음에 따뜻한 온기를 지켜갈 수 있도록 기운을 주었다.  

사치에가 꿈꾼 식당이 바로 그런 곳이다.  

유난히 엄마가 그리웠던 오늘 아무렇지 않은 듯 전화를 걸었다.  

"엄마가 해주는 따뜻한 밥이 먹고 싶네."  

수화기 너머로 엄마가 소리 죽여 또 눈물을 훔치신다.   

몹쓸 짓을 했다.  

부모에게 자식이란 늘 이 모양일 수밖에 없다.  

언제쯤 엄마 마음을 다 헤아릴는지.  

부디 너무 늦지만은 않기를.   

 

핀란드에서 새 삶을 꾸린 세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카모메 식당>은  

소박하고 담백한 그러면서 늘 그리울 것 같은 따뜻한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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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 - 시인 김용택 부부의 편지
김용택.이은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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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거세던 지난 금요일.  

친구가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사무실 근처라며, 차 한 잔 마실 시간만 내달라고 했다.   

사무실 바로 앞 카페의 창으로 친구의 옆모습이 보였다.  

비 때문이었을까. 물 먹은 솜마냥 친구는 무겁게 젖어 있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두운 얼굴로 "앞날이 불안해"라고 한다.  

두 눈동자가 많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고개를 떨군다.    

마땅한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다. "다 그래. 곧 괜찮아질 거야"라고밖에 못 했다.

친구의 목소리, 눈동자, 표정이 내내 잊히지 않았다.  

주말에 J언니에게 선물받은 책을 읽다가 친구에게 반드시 전해야겠다는 문장을 발견했다.  

때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게 인생이니까요.  

그 불안이 하루하루를 밀고 가는지도 모릅니다. 

나를 비롯한, 친구를 비롯한 불안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불안에 지지 말기를, 불안을 특별하게 인식하지 말기를,  

그저 사는 동안 늘 마주치게 되는 일상으로 불안을 일반화하기를.  

김용택, 이은영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를 곱게 엮은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은  

일상을 존중하며 살 수 있도록 기운을 주는 책이다.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일깨우는 책이다.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우리.  

"사랑해" 마주보며 건네니  

"사랑해" 대답해준다.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내가 가장 예쁘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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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2 - 항우와 유방 - 제국의 붕괴 김태권의 한나라 이야기 2
김태권 글.그림 / 비아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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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사 속 인물들은 쉼없이 재창조돼 왔다.  

누가 되살려내느냐에 따라 인물의 성격이 달라지는 것은 당연지사.  

그런 재미에 버전을 달리하며 계속 읽게 되는 거겠지.  

항우와 유방 역시 동아시에서는 너무 유명해 또다시 재해석될 수 있을까 의심스러울 정도다.   

개인적으로 시바 료타로가 지은 <항우와 유방>이 흥미로웠다.  

이미 눈높이가 높아졌기 때문에 어정쩡한 접근은 눈에 들어올 리 없다고 생각했다.

어느 배포 큰 작가가 감히 칼을 빼들 수 있을까 우려 반 기대 반으로 기다렸는데,  

역시 젊은 혈기를 앞세워 김태권이 뛰어들었다.  

기존 작가들의 시도와 확실히 차별화돼야 한다는 부담이 크지 않았을까 우려했는데

그는 제법 자신의 의도를 잘 살려낸 듯 보인다.  

바로 한신의 시각으로 항우와 유방을 비교하며 평가한다. 

숙명의 대결 구도가 신선하고, 기발하다.  

길바닥 출신의 유방이 비난과 굴욕을 감수하며 세력을 키워가는 성장 과정이나  

귀족 출신의 한신이 한순간의 선택으로 끝없이 추락하는 비극적인 결말에는  

한 길 앞을 알기 힘든 인생의 진리가 담겨 있다.  

항우와 유방 못지않게 작가가 한신 장군에 애정을 기울인 듯  캐릭터가 역동적이고 매력적이다.  

2권에서부터 진정한 한나라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웅호걸들의 출몰이 예사롭지 않다.  

이러면 안 되는데, 3권을 재촉하게 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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