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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 - 시인 김용택 부부의 편지
김용택.이은영 지음 / 마음산책 / 2011년 6월
평점 :
품절
비가 거세던 지난 금요일.
친구가 오랜만에 외출을 했다.
사무실 근처라며, 차 한 잔 마실 시간만 내달라고 했다.
사무실 바로 앞 카페의 창으로 친구의 옆모습이 보였다.
비 때문이었을까. 물 먹은 솜마냥 친구는 무겁게 젖어 있는 듯했다.
아니나 다를까 어두운 얼굴로 "앞날이 불안해"라고 한다.
두 눈동자가 많이 흔들리는가 싶더니 고개를 떨군다.
마땅한 위로의 말을 찾지 못했다. "다 그래. 곧 괜찮아질 거야"라고밖에 못 했다.
친구의 목소리, 눈동자, 표정이 내내 잊히지 않았다.
주말에 J언니에게 선물받은 책을 읽다가 친구에게 반드시 전해야겠다는 문장을 발견했다.
때로 한 치 앞이 보이지 않는 게 인생이니까요.
그 불안이 하루하루를 밀고 가는지도 모릅니다.
나를 비롯한, 친구를 비롯한 불안한 일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이다.
불안에 지지 말기를, 불안을 특별하게 인식하지 말기를,
그저 사는 동안 늘 마주치게 되는 일상으로 불안을 일반화하기를.
김용택, 이은영 부부가 주고받은 편지를 곱게 엮은 <내 곁에 모로 누운 사람>은
일상을 존중하며 살 수 있도록 기운을 주는 책이다.
사랑하며 살아야 한다는 단순한 진리를 다시 일깨우는 책이다.
사랑만 하며 살기에도 시간이 부족한 우리.
"사랑해" 마주보며 건네니
"사랑해" 대답해준다.
그의 눈동자에 비치는 내가 가장 예쁘다는 것을 깨닫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