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심리치료사입니다
메리 파이퍼 지음, 안진희 옮김 / 위고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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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면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이다.‘

상투적인 말이라고 생각했다. 당연했다. 경험해 본 적이 없기에. 하지만 이 책을 통해 무슨 말인지 직접 느껴볼 수 있었다. 심리치료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 등장하는 책은 아니다. 메리의 사소한 일화와 경험이 모여 만들어진 책이다. 그래서 더 위로받았는지도 모른다. 때로는 도로 위에 피어난 가녀린 꽃이 삶의 찬란을 보여주듯 이 책은 빌딩 속 작은 정원처럼 소소한 행복을 가져다주었다. 현실에 지쳐 조용하고 담담한 글을 읽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이상하게 햇빛도, 바다도 아닌 글 속에서 휴식을 얻게 되는 책이다.


책은 심리치료사 ‘메리 파이퍼‘가 심리치료사를 지망하는 ‘로라‘에게 쓴 편지가 모여 만들어졌다. 편지라고 간단하고 편안한 내용들만 있는 건 아니다. 심리치료사라는 직업의 무게와 책임, 심리치료란 무엇인가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담고 있다. 심리치료의 본질은 무엇인가?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요법? 한 마디면 끝나는 치료? 메리는 심리치료의 다양한 길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에 집중한다. 내담자의 치료도 마찬가지다. 메리의 심리 치료의 시작은 내담자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찾는 것이다. 내담자의 복잡한 상황을 이해하고, 추론하며 내담자의 내면과 더불어 외면을 되돌아본 후 내담자 자신에게 말한다. ˝우리는 그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요. 하지만 행복해지기 위해 당신 스스로 무슨 일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요.˝


자신의 직업을 사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심리치료사처럼 사람들과의 대면을 주로 하는 직업에서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학문을 떠나 실전에 맞닥뜨렸을 때, 애정은 공포로 다가오기 쉽다. 메리는 자신의 경험 속에서 사람들을 사랑하는 방법을 찾았고, 사람의 감정에 귀 기울이는 방법을 찾았다. 끝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게 되었고, 심리치료사는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았다. 다가오는 공포를 자신만의 사랑으로 소화해낸 메리. 수많은 시도와 좌절 끝에 잔잔한 호수 같은 사람이 된 사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은 결국 이런 게 아닐까. 누군가에게 건네는 말은 실로 자기 자신에게 건네는 말이라는 것.

p.19 심리치료사로 일하며 체득한 교훈 중 하나는 재미라는 것이 결코 사소하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p.39 존중이 상호적인 것과 마찬가지로 무시 또한 상호적입니다. 만약 사람들에 대한 당신의 기본 감정이 긍정적이지 않다면 심리치료는 당신에게 적합한 일이 아닙니다.

p.80 상황을 재구성하면 변화가 촉진됩니다. 만약 어떤 어머니와 딸이 항상 싸움을 벌인다면 이렇게 얘기해줄 수도 있습니다. "두 사람이 서로 연결되어 있기 위해서 항상 노력하는 것처럼 보이는군요." 고집이 센 아이에 대해서는 이렇게 말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인내력은 적절하게 사용하기만 한다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p.81 로라, 당신 자신의 감정에 주의 깊게 관심을 기울이고 그 감정들을 상담 시간에 이용하세요. 당신이 내담자에게 보이는 반응은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보이는 반응과 같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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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신, 카프카 단편선 세계의 클래식 9
프란츠 카프카 지음, 권세훈 옮김 / 가지않은길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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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의 책장에서 빌린 카프카의 <변신>. 처음에는 이게 대체 무슨 문장들인가 싶었으나 ‘요제피네, 여가수 혹은 쥐의 종족’부터 내적 박수치면서 읽은 책. 이러다 카프카도 덕질하는 거 아닌지.

이 단편집은 꼭 작품해설을 읽어야 한다. 읽고 보는 것은 비추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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쾌락독서 - 개인주의자 문유석의 유쾌한 책 읽기
문유석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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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개인주의자 선언>에서 꽤나 크게 실망했던 기억이 있어 가볍게 읽어보자 하고 시작한 책. 제목에 집중하지 말고 작가의 감정과 생각 그 자체에 집중해보자 하면서 읽은 책이다. 유쾌하게 시작해서 유쾌하게 끝난 책이지만 그 사이 사이에 벅차오르는 책에 대한 애정이 넘쳐난다. 그는 책을 사랑하는 것에서 나아가 책을 읽던 시간과 공기, 그 때의 감정과 상황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읽다보니 나와 비슷한 점이 많아 공감하며 읽고 군데군데 느껴지는 애정에 기분좋게 책을 덮었다. 문유석 판사, 아니 지금 이 순간만큼은 문유석 작가. 그의 책을 앞으로도 계속해서 읽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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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에서의 겨울
엘리자 수아 뒤사팽 지음, 이상해 옮김 / 북레시피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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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영혼과 만나는 듯한 책읽기를 할 때가 있다. 그 특별하고 귀한 경험은 아주 드물게 선물처럼 주어진다. 소리 없이 내리는 안개비처럼 하얗고 담담하게 시작된 소설은 어느새 시작보다 더 담담하게 끝난다.

― 김숨(소설가)


어두운 회색 빛의 펜션이 떠오른다. 펜션의 벽 사이로 겨울비의 빗방울이 흘러내리고 바닥의 흙은 촉촉하게 젖어 저 멀리서 다가오는 봄을 하염없이 기다린다. 봄은 보이지 않는다. 해는 구름 뒤에 가려져 몇 시간 전의 빛을 보내려 발악하지만 이 곳에서 해는 무의미하다. 표정이 없는 사람들, 회색빛의 하늘, 속초의 겨울. 발자국은 타오르는 감정을 잠식시키고 두 눈을 부릅 뜬 복어는 사정없이 칼끝에 분해된다.




책을 읽으면서 그려갔던 이미지다. 색은 주로 푸른빛이 약하게 도는 회색. 컬러코드는 #95adc5

청회색의 하늘, 회색빛 펜션, 회색빛 표정. 그 아래 진득한 고동빛의 이끼가 낀 진흙. 그 위를 걷는 사람들의 신발 바닥에 묻어있는 허망. 덧없고 허망하다. 타오르는 모든 것을 잠식시키는 그곳.






우연히 만난 소설이다. 회색빛의 누군가가 담담하게 제목만 적어놓은 글을 보고 당장 도서관에 달려가 손에 넣었던 소설이다. 소설은 더할나위 없이 마음에 들었다. 무신경하고 개인주의적인 소설 속 사람들과 봄이 오지 않는 속초, 문체부터 상황을 이끌어가는 작가의 역량까지. 모든 것이 좋았다.



엘리자 수아 뒤사팽이 이끌어가는 이야기는 거칠지도 부드럽지도 않았다. 덤덤하고 또 덤덤했다. 지극히 사실적이고 꾸며지지 않은 이야기랄까. 소리 없이 내리는 안개비처럼 하얗고 담담하게 시작된 소설은 어느새 시작보다 더 담담하게 끝난다. 소설가 김숨의 서평이 내가 느낀 이 소설의 전부였다. 써내려가던 글을 멈출 정도로 마음에 들었던 서평이라 이 글의 시작에 인용하기도 했는데, 여하튼 소설의 시작부터 서평까지 모든 게 감각적인 책이다.



누군가는 재미없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감각적이다. 전율이 이는 소설이 아니다. 직접 읽고 느끼길 바란다. 당신의 색을 온몸으로 느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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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을 담은 그림 - 지친 당신의 마음속에 걸어놓다
채운 지음 / 청림출판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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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두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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