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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나 (양장) ㅣ 소설Y
이희영 지음 / 창비 / 2021년 10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서평은 창비출판사로부터 가제본 도서를 제공받아 읽고 나서, 주관적 평을 적은 것입니다.
추석 연휴 바로 전날, 창비로부터 "나나" 대본집을 받았다.
받자마자 엄청난 몰입으로 바로 쭉 단숨에 읽어버렸다.
짧은 한 편의 영화를 본 듯한, 그런데... 묘하게 가슴이 아릿한 느낌.
소위 엄친딸, 공부만 잘 하는 모범생이 아닌 친구들과도 사이좋고 SNS에서도 유명한 소위 말하는 인싸! 한수리
그럭 저럭, 뭐 하나 빠지지 않는... 늘 밝아보이는 무던한 사람으로 보이는 은류
어떤 계기로 인해 각자의 몸에서 영혼이 빠져나가자,
두 사람은 각자 해오던대로 해결해나가려 한다.
오로지 자신이 잃어버린 것에만 집중하는 수리,
자신이 잃어버린 것을 애써 외면하는 은류
그들과 함께 하는 여정에서 또 중요한 캐릭터 하나가 등장한다.
바로 생생한 육체에서 분리된 영혼만을 데려간다는 선령!
선령은 이야기에 큰 무게축을 담당하면서
금방 빠져들어 술술 읽히는 이야기 속에 결코 가볍지 않은 메시지를 전달한다.
36쪽. 세상 모든 삶은 저마다 무게를 지니고 있어. 오래 살았다고 더 무겁고, 젋다고 더 가벼운 게 절대 아니라고. 누구도 남의 다리로 땅을 디딜 수는 없어. 그 무게는 오롯이 혼자만이 몫이라는 뜻이지.
세상은 켤코 옥토가 아니지만 다들 어떻게든 뿌리내리기 위해 몸부림친다고.
40쪽. 인간의 손이 왜 두개인지 알아? 한 손에는 문제를 다른 한 손에는 그 답을 들고 있거든
156쪽. 사실 자신을 아는 인간은 드물어.
주인공 한수리도 주인공 은류도 모두 나였다.
나는 다른 사람들의 눈에 크게 띄고 싶지 않은 평범한 아이이길 바라면서도 비주류로 물러나기는 실은 이중성을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늘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듯, 소위 빠지지 않은 스펙을 갖추려 노력하고, 타인들의 시선 또한 의식하면서 내가 지금 어느쯤인가... 뒤쳐지지는 않았나...
남들 하는 만큼은 하고 있는가 돌아보며 전전긍긍했다.
늘 무언가를 배워야 했고, 어제보다는 오늘이 나아야 한다고 자신을 채찍질 했으며...
쉬는 날은 무엇인가 더 생산적인 무엇을 해야만 한다고 생각했었다,
주인공들에게 말해주고 싶다.
"수리야! 은류야! 너는 너 그 자체로 소중해. 더 애쓰지마!"
그리고 나에게도 말해주고 싶다. “네 영혼에 주파수를 맞춰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