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박찬근 지음 / 청년정신 / 2025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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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대학

박찬근 지음 ㅣ 청년정신

이 책은 고전을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고전을 통해 지금의 나를 다시 바라보게 하는 안내서에 가깝다. 『대학』이라는 이름은 익숙하지만, 막상 펼치기에는 거리감이 느껴지는 텍스트다. 그러나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대학』은 그 거리감을 과감히 걷어낸다. 복잡한 한자와 추상적인 문장을 현대인의 언어로 풀어내며, 고전이 여전히 유효한 삶의 질문을 던질 수 있음을 차분히 증명한다.

이 책이 가장 먼저 다루는 것은 ‘나’다. 우리는 늘 더 나은 성과, 더 빠른 성장, 더 큰 성공을 요구받지만 정작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묻는 시간은 부족하다. 저자는 『대학』의 핵심을 “내면의 기준을 세우는 일”로 해석하며, 외부의 평가가 아니라 스스로의 기준으로 삶을 바라보는 태도를 강조한다. 고전이 과거의 규범이 아니라, 흔들리는 현재를 붙잡아 줄 중심이 될 수 있다는 메시지가 분명하게 전해진다. 특히 인상 깊은 부분은 ‘격물’에 대한 설명이다. 단순히 사물을 관찰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치와 본질을 끝까지 탐구하는 태도. 인공지능을 예로 들어 알고리즘, 데이터, 윤리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는 설명은 고전의 개념이 얼마나 현대적인 의미를 가질 수 있는지 보여 준다. 꾸준한 탐구 끝에 어느 순간 통찰이 열리는 경험을 ‘아하 모멘트’로 풀어낸 대목은 학습과 성장의 본질을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든다.

『대학』이 강조하는 ‘정심’, 즉 마음을 바르게 하는 과정 역시 깊은 울림을 준다. 분노, 두려움, 지나친 기쁨, 근심이 마음을 흐리게 한다는 구절은 고전의 문장이지만 놀랍도록 현재적이다. 정보와 감정이 넘치는 시대에, 마음의 중심을 유지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생각하게 한다. 저자는 이 문장을 도덕적 훈계가 아니라 ‘집중과 자각의 기술’로 풀어내며, 내면 관리가 곧 삶의 방향을 결정짓는 힘임을 강조한다.

가정과 관계에 대한 해석도 인상적이다. 형제 간의 우애가 사회적 리더십으로 확장된다는 설명은 관계의 시작이 거창한 조직이 아니라 가장 가까운 공동체라는 사실을 일깨운다. ‘수신-제가-치국’이라는 고전의 흐름을 오늘의 언어로 읽어내며, 자기 수양이 곧 관계의 질을 바꾸고, 그 관계가 사회를 변화시키는 기반이 된다는 논리를 설득력 있게 연결한다.

책의 중심에는 『대학』의 세 가지 강령이 자리한다. 밝은 덕을 발견하는 ‘명명덕’, 타인을 변화시키는 ‘신민’, 궁극의 가치에 머무르는 ‘지어지선’. 저자는 이 개념들을 추상적 이상이 아니라 실천 가능한 삶의 방향으로 해석한다. 자기 인식, 공감과 책임, 지속 가능한 가치라는 세 키워드는 자기계발서보다 훨씬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떤 기준으로 살고 있는가?”라는 질문이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책이 특별한 이유는 고전을 이상화하지 않는 태도다. 저자는 『대학』을 완벽한 정답으로 제시하기보다, 지금의 삶을 비추는 하나의 거울로 다룬다. 그래서 독자는 고전을 배우는 느낌보다, 자신의 삶을 점검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목표를 재설정하고, 관계를 돌아보고, 마음의 방향을 다시 정렬하는 과정 자체가 이 책의 핵심 경험이다.

『21세기 시선으로 읽는 동양고전 대학』은 빠른 변화 속에서 길을 잃기 쉬운 사람에게 특히 의미 있는 책이다. 성공보다 방향, 경쟁보다 기준, 결과보다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고전이 과거의 유산이 아니라 지금 여기에서 살아 움직이는 언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조용히 증명하는 책이다.

읽고 나면 거창한 결심보다 단순한 질문 하나가 남는다. “오늘 나는 어떤 마음으로 살아갈 것인가.” 그 질문을 오래 붙잡고 싶어지는, 사유의 속도를 천천히 낮춰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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