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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짝꿍으로 말할 것 같으면 - 강기찬은 피곤해!, 개정판 ㅣ 저학년은 책이 좋아 50
임근희 지음, 지우 그림 / 잇츠북어린이 / 2025년 10월
평점 :
📚 내 짝꿍으로 말할 것 같으면
임근희 글 ㅣ 지우 그림 ㅣ 잇츠북어린이

《내 짝꿍으로 말할 것 같으면》은 처음 장을 펼치는 순간, "원칙 vs 배려"라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를 아이 눈높이에서 선명하게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진후는 늘 잔소리 많은 여자 짝꿍 때문에 지쳐 있었고, 그래서 남자 짝꿍을 간절히 바라죠. 그런데 바뀐 짝은 남자이긴 하지만… 규칙을 어기면 단 한 치의 예외 없이 따지고, 틀린 건 반드시 바로잡아야만 직성이 풀리는 강기찬이에요. “안 만나도 될 피곤함을 매일 마주치는 느낌”이라는 표현이 절로 떠오를 만큼, 기찬이는 과도하게 원칙적이고, 진후는 그런 기찬이가 부담스럽고 피곤해요.
하지만 진짜 변화의 순간은 화장실 사건에서 시작돼요.
너무 급한 진후는 무심코 새치기를 하고, 그걸 본 기찬은 그대로 진후를 끌어내리죠. 오줌은 바닥에 튀고, 체면은 구기고, 결국 둘은 몸싸움까지 벌어져요. 겉으로 보면 진후에게 일방적인 피해 같지만,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아요. 이 책이 뛰어난 점은 **‘원칙이 옳을 때도 있고, 배려가 옳을 때도 있다’**는 양면을 아이 스스로 깨닫게 한다는 거예요.
진후는 잘못을 하고도 모른 척 넘기려는 사람들을 겪으면서, 기찬의 ‘원칙’이 왜 필요한지 이해하게 되고, 동시에 기찬 또한 진후에게 우산을 건네며 너그러움과 배려심이 있는 아이임을 드러내요.
서로를 오해하던 두 아이가 조금씩 마음을 열고, 상대의 입장을 다시 생각해보는 과정은 아이들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져줘요.
“규칙을 지키는 것과 사람을 배려하는 것, 둘 중 무엇이 더 옳은 걸까?”
답은 어느 하나가 아니에요. 이 책은 그 균형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주고 있어요.
특히 강기찬이 맞은 사실을 선생님께 말하지 않고, 일이 커지는 걸 막기 위해 조용히 넘어가는 장면은 깊은 여운을 남겨요. 단순히 ‘규칙의 아이’가 아니라, 상황을 이해하고 상대를 배려할 줄 아는 아이였다는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는 순간, 독자는 기찬을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게 돼요.
저학년 아이들도 충분히 몰입할 만큼 이야기 전개가 탄탄하고, 등장인물의 감정 변화가 뚜렷하게 묘사되어 있어서 초등 독서 첫 단계로도 정말 좋아요. 교과서 수록작이라는 ‘설명’보다, 실제로 읽어보면 왜 선택되었는지가 더 깊이 느껴지는 작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