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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이 햇빛 ㅣ 이야기숲 3
조은비 지음, 국민지 그림 / 길벗스쿨 / 2025년 7월
평점 :

*도서 제공*
우리 사이 햇빛 ㅣ 길벗 스쿨
글 조은비 ㅣ 그림 국민지
서평 | 우리 사이 햇빛 – 마음이 자라는 여름방학
《우리 사이 햇빛》은 어느 가족의 여름방학 이야기이자,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자라나는 과정을 정성스럽게 그려낸 동화입니다. 혜준은 방학이 시작되자마자 엄마의 부탁으로 일주일간 할머니 댁에 가게 됩니다. 매번 무뚝뚝하고 냉랭한 태도로 대하는 할머니와 단둘이 시간을 보낸다니, 그 자체가 큰 도전이죠. 그러나 혜준은 엄마가 자신을 필요로 한다는 느낌에 그 부탁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좋기도 하고 싫기도 한” 마음의 복잡한 결은 이 책 전반에 걸쳐 이어지는 중요한 정서입니다.
처음엔 거칠게만 느껴졌던 할머니와의 동거는, 마당에 내리쬐는 햇빛처럼 점차 따뜻해집니다. 밭에서 함께 일하고, 조용히 서로를 지켜보는 그 일상은 말이 없지만 마음이 통하는 시간들입니다. 친구 은채와의 관계도 그렇습니다. 어색하고 불편한 사이였던 은채가 “내가 싫은 건 아니지?”라며 다가오는 모습은, 오히려 어른보다 더 솔직하고 다정합니다. 혜준은 그 관계 속에서 마음을 어떻게 열고 표현해야 하는지 배웁니다. “내가 도와줘도 돼?”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순간, 혜준은 한 뼘 더 자라 있었지요.
작은 텃밭과 햇살, 손수 만든 깻잎 페스토까지. 이 책은 도심 속에서 자연과 사람, 관계가 어떻게 함께 자라날 수 있는지를 섬세하게 보여줍니다. 모든 캐릭터가 단면적으로 그려지지 않고, 제각각의 고민과 아픔을 지닌 입체적인 존재로 묘사됩니다. 특히 ‘엄마’라는 인물은 보호자이면서도 여전히 할머니의 딸로서 미성숙한 감정을 안고 있어, 현실 속 많은 부모들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죠. 딸인 혜준, 엄마, 그리고 할머니로 이어지는 세 세대 여성들의 관계는 때로는 서먹하고, 때로는 마음 아프고, 그래서 더 깊은 공감을 자아냅니다.
조은비 작가의 첫 장편 동화답게, 세심하고 진심 어린 시선이 인상적입니다. ‘할머니가 밉다고 쓰고 싶었는데, 점점 안 미워졌어요’라는 작가의 말처럼, 미움도 사랑도 결국은 이해에서 비롯된다는 걸 이 책은 조용히 일러줍니다. 독자들은 책장을 덮으며 문득 자신이 외면하거나 오해했던 누군가의 얼굴을 떠올릴지도 모릅니다. 왜냐하면 《우리 사이 햇빛》은 단지 가족 이야기만이 아니라, ‘관계’에 대한 보편적인 성장을 담고 있으니까요.
《우리 사이 햇빛》은 무더운 여름날, 마음을 식히는 바람 같은 책입니다. 어린이는 물론, 어른도 함께 읽으면 좋을 이야기.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조금 더 이해하고 싶을 때, 햇빛이 들 틈을 내주고 싶을 때 꺼내 읽고 싶은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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