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 - 유럽 근대의 뿌리가 된 공자와 동양사상
황태연.김종록 지음 / 김영사 / 2015년 5월
평점 :
품절


공자가 잠든 유럽을 깨운다?

공자와 동양사상이 유럽 근대의 뿌리가 되었다는 말에 솔깃하게 하는 책이다.

간략하게 요약하자면 공자가 자본주의, 민주주의, 산업 혁명 및 기타 유럽의 여러 가지 사건에 큰 영향을 주었다는 내용이다. 동양의 영향을 받은 서양 지식인들과 그 시대를 되짚어보면서 차례대로 설명해주고 있다. 책의 전체적인 흐름은 서양과 동양은 융합해서 발전해왔으며 그 시작에는 동양이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자를 중심으로 공자 사상에 영향을 받은 철학자 및 경제학자 등 지식인이 많다는 것을 강조한다.



 이 책은 전통 역사학자가 쓴 것은 아니지만 동서양 철학사에 정통한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황태연 교수와 소설가이자 저널리스트 김종록 작가가 함께 저술하였다.  <공자, 잠든 유럽을 깨우다>에는 공자와 동양사상이 유럽에 미친 영향과 이를 증명하는 사료들로 가득하다. 방대한 자료제시는 놀라울 정도이다. 하지만 관련 역사적 지식이 부족한 사람에게는 조금 버겁고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책이다. 여러 근거나 논의가 상당히 빨리 진행되는 것 같아 아쉽기도 했다. 워낙에 많은 자료를 바탕으로 한 권의 책에 많은 사건들을 다 이야기하기가 어려울 것을 감안할 때 저자가 책을 쓸 때 어려웠을 것이라 느껴진다. 실제로 황태연 교수의 강연을 바탕으로 제작된 다른 책들을 같이 읽어본다면 훨씬 쉽게 느껴질 수도 있을 듯하다.

 



오늘도 책 인증  고양이와 함께 !!!



jessica_special-1



 

 차례를 보면 꽤 익숙한 이름의 서양지식인들과 역사적인 주요 사건들이 나온다. 물론 그 사이에 공자와 동양사상이 핵심 역할을 했다는 것은 제목만 보아도 짐작이 가능하다.


 


  수학자이자 철학자인 라이프니츠도 공자철학에 크게 감명을 받고 유럽의 도덕성을 회복하기 위해 중국에서 유럽으로 선교사를 파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서양의 사상가들이 동양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자료도 같이 제시되어 있다.


 

 독일의 유명 철학자 볼프는 공자를 예찬하는 연설을 하여 조국에서 추방당하기도 했다. 공자의 경전들은 유럽에 충격을 주고 유럽의 계몽주의를 시작하게 한 시발점이 되었다고 한다. 이를 시점으로 독일 계몽주의가 시작되기도 한다.유교 경전 번역서를 쓴 쿠플레라는 선교사는 다음과 같이 칭송하기도 했다.

 

이 철학자의 도덕체계는 무한히 숭고하면서 동시에 간단하고 이해하기 쉽다. 자연적 이성의 가장 순수한 원천으로부터 도출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성이 신적 계시로부터 벗어난 상태에서 이토록 잘 전개되고 이토록 강력하게 나타난 적은 없었다.


케임브리지 대학의 신학자 컴벌랜드 주교는 기독교 용어인 사랑대신의 공자의 개념과 유사한 인애 benevolence’를 내세우고 이는 이후 영국의 도덕철학 발전에 결정적 역할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유럽의 공자라 불린 경제학의 창시자 케네는 중국을 모델로 삼아 아이디어를 냈고 이는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을 탄생시켰다. 그밖에도 무위無爲사상을 통해 유럽 최대 빈국에서 지상낙원으로 변모한 스위스 등 동양사상이 서구사회에 미친 흥미로운 사실들을 텍스트와 지면을 통해 증명해보이고 있다.


 다만 아쉬운 점은 동양에 무게중심을 두고 강한 어조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기 때문에 자칫 동양 우월주의에 빠질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다. 동양의 바람과 공자의 열풍이 불었다고 해서 바로 유럽의 발전으로 이어진다는 부분은 납득이 어렵기도 하다. 하지만 읽는 독자 스스로 동양사상에 자부심을 가지고 어느 정도의 영향력은 인정한다는 마음을 가지면 될 것 같다.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태도보다는 중용의 자세를 가지는 것이 언제나 중요하니깐. 지금껏 서구 사회 중심으로 서구 콤플렉스에 빠져 서구 지향적 삶을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신선하게 다가올 책이다.

   


brown_and_cony-3



 문명융합론 부분이 인상적이어서 적어본다. 패치워크 문명론이라고 불리우는데 책을 읽으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다. 역사속에서 융성한 모든 문명은 외래문명을 받아들일 때 자기 정체성에 따른 독특한 해석과 첨삭을 통해 알맞게 변형시키고 다듬어 토착문화와 짜깁기 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문명이 창조될 뿐 아니라 패치워크 문명은 자기비판적 개방성을 가진다고 한다. 선망하는 외부문물을 받아들여 내부의 토착문물과 짜깁기하여 자기정체성을 혁신하고 자기의 완전성과 창조력을 강화해 더 높은 단계로 발전한다는 것이다. 패치워크 문명은 외래요소들과의 절충을 넘어 창조적 자기완결체, 엔텔레키 entelechie’라고 한다. 물론 패치워크된 원적을 보존한다. 책에서 예로 든 김치는 조선의 딤채와 멕시코 원산의 고추가 패치워크 된 좋은 사례이다. 패치워크된 김치는 한국 고유의 완결체이지만, 딤채가 토착음식이고 고추의 원산지가 멕시코라는 것은 불변의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는 문명이나 동서양 문화간에도 나타난다.

 


 따라서 세계사와 문명의 중심이 서구라는 생각은 바람직하지 않다. 동서양 문명 모두 상호 영향 속에서 변화 발전해 왔으며 오직 자기 문명만의 독자적인 문명이란 존재하기 않는다. 이러한 문명간의 짜깁기(!) 를 통해 동아시아 문명을 서구화 속에서도 더욱 성장하고 재생산되어 왔으며 서구 문명도 이는 마찬가지일 것이다. 문화다양성과 존중이 떠오르는 부분이라 이 책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다. 아시아적 가치나 문화를 폄하하거나 부정할 필요도 없고 서구 콤플렉스나 서구 우월주의를 가질 필요도 없는 것이다. 각 문명 나름대로 의미와 가치를 지니고 있는 것이니까. 상호보완적인 연대정신으로 패치워크하는 동서양이 되기를 바라며.

 

 

 책 끝부분에는 <책 속의 책>이란 이름으로 공맹사상의 뿌리와 공자의 삶에 대해 자세히 적어놓았다. 공자의 삶과 이야기, 공맹 사상의 기본 정신에 대해 사례를 통해 구체적으로 풀어내고 있어 흥미있게 볼 수 있다. 공자를 다룬 책을 보니 공자의 저서를 다시 꼼꼼하게 읽어보아야겠다는 마음도 든다. 이번 책은 어려운 면이 없진 않았지만 새로운 시각을 가지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엿볼 수 있어 좋았다. 공자를 생각하며 집에 있는 논어책을 꺼내 다시 읽어보게 되는 계기도 되었으니.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