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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를 마시려 외출했는데 전혀 커피를 마실수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뭐랄까 ~ 어딘가 들어가서 앉아 있을 수 없는 날씨, 밖으로 뛰쳐나가고 싶은 날씨.

2016.05.17. 화
처음엔 오타루에서 가장 관광객이 많은 거리, 그 만큼 맛있는 먹거리들도 많은 사카이마치 거리로 갈 생각이었다. 그곳에서 롯카테이 버터샌드에 2층에서 주는 무료커피로 오타루의 여유를 만끽 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을 나선 순간 마주친 골목 골목의 꽃들과 마주치면서 나의 계획은 물거품처럼 사라졌다. 괜찮다. 계획은 깨지라고 있는거 아니겠어. 이번 여행 역시 계획성을 가지고 온 여행도 아니었기에 이렇게 갑작스럽게 찾아오는 무언가가 당황스럽다거나 두렵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반가운 편이라고 해야겠다.

숙소에서 나와 결국 나는 꽃을 따라갔다. 그들이 인도해주는 길이 오늘 나의 지도를 대신해줬다. 꽃은 꽃으로 이어져 길은 끝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지난 겨울 눈길 속에서 걷던 길과 마주했다. 그리고는 겨울에는 통행금지여서 가보지 못했던 그 길로 당연하다는듯 발길을 옮겼다. 그 길 끝에 결국 사카이마치거리가 있었지만 롯카테이는 그만두기로 했다. 어딘가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 좀 더 걷고 싶은 기분이 들었고 오타루 거리의 누군가와 무언가와 좀 더 많이 마주치고 싶었다.
짧은 반바지를 입은 인력거꾼과 마주쳤고, 카쿠란과 세이라복 같은 옛날스러운 교복을 입은 일본 학생들과 마주쳤다. 거리에서 그림을 그리는 노인분을 지나쳤고, 벤치에 앉아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는 연인을 스쳤다. 강아지와 산책하는 할머니를 만났고, 일을 하다 잠시 쉬는 인부들을 만났다. 바퀴가 커다란 자전거를 타고 왔던 여인과 인사를 나누고 북운하 끝에 앉아 바다를 바라봤다. 삭막한 옛날 건물과 작은 어선들이 늘어선, 관광객들은 발을 들이지 않는 거리에 걸터앉아 춥다고 느껴지는것도 모른채 멍하니 시선을 내주었다.

처음에 홋카이도에 올때 수 많은 여행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보고, 그 중에 몇 권은 사서, 가뜩이나 무거운 짐가방에 그 책들을 바리바리 싸서 왔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내 여행은 그렇게 메이저 하지 않았다. 무척 도움이 되었지만 결국엔 이렇게 지도 없이 걷게 되어버렸다. 봄의 오타루에 처음 왔더니 이렇게 꽃이 나의 길을 안나해주눈거다. 지도가 필요할리가 없다. 꽃이 나의 가이드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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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9 20:4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골목사진도 올려주셔야죠~~

2016-05-19 20: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저만 안보였었나 봅니다. 이제 보이네요^^글 잼있게 잘 읽었습니다~

dada 2016-05-19 21:02   좋아요 1 | URL
아니예요 쑥님 글보고 사진 찾아 금방 올린거예요;;; 사진이 너무 많아서 이틀전의 사진을 정리하기가;; 귀찮;;; 아 ㅆ ...
골목골목 꽃들이 저렇게 저를 인도했네요. 재밌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2016-05-19 21: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서 살고픈 곳이네요 골목골목 넘 예뻐요

하리 2016-06-02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홋가이도에, 오타루에 가고 싶네요!
 

나는 그 사람의 책을 읽으며 삿포로에 대한 로망을 키웠다.

라디오 작가라는 것 밖에 알지 못했던 그 사람과 우연히 스친 일이 있었는데 언제든 떠날 준비가 되어 있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면 떠났다가 이제 막 돌아온것 같은 사람. 뭐랄까 무척이나 바람냄새가 나는 사람 같았다고나 할까 -
떠남이란 여유있는 사람의 사치쯤으로 여기는 것이 떠나지 못함에 대한 핑계였던 나였다. 그렇다. 나는 떠난다거나 여행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고등학교때까지 기차란걸 타 본적도 없으니 더 무얼 말하랴 . 그런 사람이 지독히도 바람냄새 나는 사람을 만났으니 고깝게 보였을수도 있다. 사치스럽게 보일수도 있다. 그런데 그 순간 나에게는 질투랄까 부러움이랄까 혹은 동경이랄까 - 알수 없는 감정들이 동시에 복잡하게 엉켜들어왔다.
그리고 얼마 후 바람냄새 지독하던 그가 원래는 시인이며 여행산문집을 냈다는걸 알게됐다. 그렇게 처음 접한 그의 책이 끌림이었다.
그의 책을 읽으며 더 묘한 감정이 들기 시작했다. 우연히 스치던 그때의 그 사람과 너무도 닮아 있는 책속의 이야기들에 놀라며, 그에대해 아무것도 모른채 나는 왜 이 사람에게 바람냄새가 느껴졌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리고 그 책을 읽은 후의 나는 조금씩 변했다.
혼자 다니는걸 두려워하지 않게 되었고, 아니 오히려 더 편하게 생각되어져갔고, 기차를 타고, 버스를 타고, 때론 걷기 시작했다. 동네 산책도 여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했고, 여행도 동네산책이라는 생각을 가지니 모든게 새롭게 보이고, 모든게 편안해 졌다. 그리고 언젠가 눈이 엄청나게 많이 내리는 겨울에 삿포로에 간다면 그 사람을 삿포로 어느 골목이나 술집에서 만날수 있을까? 라는 막연한 그리움을 가슴속에 간직하게 되었다. 혹은 연착되는 비행기를 기다리다 그를 만나게될지도 -

그리고 결국 나는 재작년 겨울,
연착을 꿈꾸며 홋카이도에 발을 디뎠다.
3개월이라는 시간동안, 나는 그와 스치는 상상을 하며, 그가 지났을 골목이라 생각하며, 그가 술을 마셨을 술집이라 생각하며 ,삿포로를, 오타루를, 하코다테를, 후라노비에이를, 이름모를 작은 동네를.... 무섭게 쌓여가는 눈밭을 헤치며 누비고 다녔다.
끌림의 미니북을 들고 다니며 나는 그와 대화를 나누고 함께 걷고 술잔을 나누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곳곳에서 그는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나는 그에게 대답을 하기 위해 질문을 보냈다. `お元気ですか`(오겡끼데스까)라고 쓰인 러브레터를 흉내낸 러브레터를!
바람이분다 에서 였나?
`삿포로에 갈까요? 이 말은 당신을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이 문구는 많은 사람에게 회자되는 문구인데 여행이 끝날 때쯤 문득 그가 나에게 이렇게 대답같은 질문을 던져 준 것 같은 착각에빠졌다.
`삿포로에 갈까요?`
그리고 나는 그 책의 힘에 이끌려 그렇게 홋카이도로 향하게 된듯한 그런 기분이 들었다.
결국 혼자였지만 혼자가 아닌듯한. 쓸쓸하지만 아름다운 홋카이도의 겨울이었다.
운이 나쁘게도? 비행기가 연착되는 일은 없었지만 이병률이란 사람과 무척이나 가까워진듯한 착각에 빠졌다.

내가 눈속에 파묻혀 죽을때 끌림 이라는 책한권이 함께 놓여있다면 좋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무사히 일상으로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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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집을 하시겠습니까 - 가고 싶은 카페에는 좋은 커피가 있다
구대회 지음 / 달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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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다가 오타루에 왔다. 갑자기 결정하고 갑자기 오게 되었다. 그냥 마음이 휩쓸리다 보니 몸까지 휩쓸리게 되었다고나 할까 - 무튼 이곳까지 그렇게 오게 되었다. 그리고 바람이 많이 부는 오늘 오타루 숙소의 커다란 창 옆에서 한국에 두고 온 이 책이 생각난다. 이 창가에서 읽고 싶은걸까 - 어쩌면 진한 커피 한잔을 마시고 싶은걸까 -
인스턴트 커피를 대충 타 마시면서 괜히 두고 온 것들에 대한 아쉬움이 떠오른다. 짐을 챙기면서 이 책을 넣을까 말까? 한참을 고민했지만 결국 무게로 인해 포기했었다. 더구나 오타루에 이 계절에 와서 책을 읽을 시간이 있을까? 싶었다. 근데 커피 생각이 간절한 지금 이 책 생각이 난다. 아마 이번 여행 중 커피가 마시고 싶을때마다 이 책이 생각날 것 같다. 먹다만 케익 한 조각이 생각나듯 읽다만 이 책 한조각이 ...

오타루나 홋카이도의 커피집이 대한 내용은 없겠지만 가배무사이야기라던가 , 일본 커피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라는 막연한 기대에 홋카이도에 머무는 동안 , 커피가 마시고 싶을 때마다.
나는 그렇게 스무날동안, 이 책을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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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16 20: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다님 오타루에서 커피 마실 때 마다 커피 일기 써주셔요~ 그 곳의 카페와 커피 맛이 궁금해요:)

dada 2016-05-16 22:53   좋아요 1 | URL
노력해 보겠습니다. 커피맛은 잘 모르지만 그 분위기라도 괜찮다면 ...;

2016-05-16 22:54   좋아요 2 | URL
커피 좋아하는 사람들은 카페 사진이나 커피잔 사진만 봐도 좋지요. 올려주신다면 열심히 읽겠습니다:)

하리 2016-06-02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타루에서 커피마시며 이 책을 읽는다니, 생각만 해도 낭만적이에요!!!
 
마왕 신해철 - 신해철 유고집
신해철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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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할게요 마왕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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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옆에 있는 사람
이병률 지음 / 달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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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끌림을 두권 사서 언젠가 내 옆에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한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결국 그 책은 내 책장에 나란히 꽂혀 있지만 이 책 역시 두 권쯤 사서 언젠가 내 옆에 좋은 사람이 생기면 주고 싶은,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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