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땅이었으면 좋겠다 - 농사의 기술
김형표 지음 / 글상걸상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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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페북을 통해 인연을 맺은 제주농부 김형표씨의 책을 받아들었다.
그의 농장인 '농장사람생각'을 통해 그가 직접지은 자부심 넘치는 귤이며 브로콜리, 당근, 월동무 등의 농산물을 직거래를 통해 구입해 먹으며 그의 말과 그의 농사짓는 솜씨가 예사롭지 않고 참되다는 것을 확인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김형표농부에게 매혹 된것은 그의 글이었다. 내가 가진 '농부는 가방끈이 짧고 문장과는 거리가 멀거다'라는 편견을 그는 단 한편의 글로 바사삭 깨버렸다. 난 그날 이후로 그의 팬이 되었고 그의 글이 올라오기만 기다렸다. 어찌보면 갖 수확한 농산물 주문 포스팅보다 그의 농사의 기술을 더 고대했었다.
일기같기도 하고 에세이 같기도 한 그의 글을 읽노라면 새벽부터 한기와 싸우며 일을 시작해야하는 아주머니들의 몸을 녹여주기 위해 피어놓은 화톳불을 쬐는것 같은 기분이 든다. 아련하고 따스하고 불내가 코끝을 스미는것 같다.

감질나게 올라오는 포스팅을 기다리던 내게 이 책은 소나기였다.
시장성있는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사기술이 아닌 이 시대에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서 농부로 살아가는 자만이 알수 있는 농업에 관한 서술이자 기술이다. 대체적으로 그의 글은 투박하고 소박한 정감으로 가득하지만 때론 예리하고 진지하다. 특히 관료적인 농업행정과 모순으로 가득찬 농산물 유통구조나 사이비 유기농에 대한 글을 쓸때는 그렇다. 그럴 땐 나도 같이 모래알을 씹고 땡감을 먹는 느낌이 든다.

농사라는 바쁜 일에 매몰돼 허우적거리지 않고 글을 통해 자신과 세상을 동시에 관조할 줄 아는 천연기념물 같은 농부 김형표씨의 글이 널리 읽혔으면 좋겠다. 그의 글의 주제는 넓고 깊다.
소비자들이 읽으면 먹거리에 대해 감사하게 될거고 좀더 현명한 식탁의 주인공이 될거 같다. 관련 공무원들이 읽고 농업행정과 유통구조를 개선하려는 노력을 해줬으면 좋겠다는 순박한 바램도 해본다.

특히 시골에 가서 농사나 지어볼까 하는 낭만을 지니신 분들은 반드시 읽어보시길 권한다. 적(농삿일)을 알고 나를 알 수 있는 기회가 될것이다.

밭과 과수원에서 정직한 농산물을 수확하는 김형표씨가 이번엔 책상위 또는 스마트폰으로 수확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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