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비인 - 성해나 기담집
성해나 지음 / 한겨레출판 / 202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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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로 40만 독자를 홀린 성해나 작가님의 신작 발매를 앞두고 먼저 만나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었다. <인비인>은 총 아홉편의 이야기를 담은 기담집이다. 정식 책으로 나오기 전의 출판물로 받아보았는데, 작품 전부는 아니고 성해나 작가가 직접 선택한 세 편의 이야기만 마주 할 수 있었다.

기담집이라고 해서 초월적인 존재가 나오는 것은 아니고, '인간과 비인간의 욕망이 만들어내는 기이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겠다. <인비인>, <윤회(당한)자들>,<아미고> 세편의 이야기는 욕망의 선이 어디까지인지 생각하게 해준다. 탐욕, 욕망 같은 감정은 삶을 살아가는 활력과 동기가 되기도 하지만, 선을 넘어버리면 소설처럼 괴이하고 파괴적인 결말로 치닫는다.



1. 인비인

주인공은 아버지의 장례식에서 만난 노인에게 자필로 쓴 원고지 마흔 묶음의 긴 편지를 받는다. 앉은 자리에서 전부 읽을 정도로 혼을 쏙 빼놓은 편지의 내용은 노인이 나이 스물에 하얼빈에서 겪은 어느 사건에 대한 회고기록이었다.

아시아 최고의 생화학자를 꿈꿀 정도로 '욕'이 넘치던 청년이었던 노인은 존경하던 교수를 '오야지'라 부르며 그 밑으로 들어가 연구생이 된다. 교수는 출장이 잦았는데, 당시 교수를 전폭적으로 지지하던 그는 하얼빈 출장에 함께 동행하게 된다. 가난한 유학생이었던 청년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 길에 오르고 그 후로부터 인생은 크게 뒤집어진다.


하얼빈에서 120일간 행했던 생체실험은 실로 처참했다. 그 과정에서 공포와 절망에 덩어리를 보게되고 그들이 낳은 죄의 결정체를 눈앞에서 목도한다.


고문 틀에 매달린 사람, 산 채로 해부되고 있는 사람, 포르말린 용액에 보존된 사람의 박제. 그곳엔 그런 통나무들이 즐비했습니다.

<인비인>




2. 윤회(당한)자들

15년 전엔 다큐멘터리계의 유망주라 불릴 정도로 찬사 받았던 주인공은 현재 소재거리가 없어서 아무 것도 찍지 못하고 있는 무늬만 감독인 자 였다. 그러던 중 지인에게 얻은 정보를 통해 전생을 아는 윤회자 모임에 참가하게 된다. 이 수상한 모임의 수장은 중학생이었다. 이 모임은 까야를 정해서 윤회를 돕는 것이 목적이었다.

헛웃음이 나오는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서도 주인공은 다큐를 찍기 위해 기를 쓰고 적응한다. 처음은 말도 안되는 일이라며 속으로 비웃었지만, 자신의 전생을 거짓말로 꾸며내어 그럴듯하게 연기해 내면서 어느 순간 그도 모임에 스며들게 된다. 과연 결말은 어떻게 될까? 세 편중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


까야는 '불완전한 몸'을 의미한다. 쉽게 말하면 버리고 싶은 몸이다. 네 명의 모임원들은 전생에서는 완전한 몸을 지니고 있었으나 윤회'당한' 뒤 까야가 되었다.

<윤회(당한)자들>




3. 아미고

인공지능 로봇이 스턴트맨 대신 액션을 선보이는 시대. 주인공이 바라보는 로봇은 흥미롭기보다는 괴상했다. 하지만 AI가 발전함에 따라 로봇은 촬영장을 점거하고, 동료들을 실직으로 내몬다. 그 많은 스턴트맨 중 오직 주인공만 남게 된다. 지금까지도 보험 정도로 생각하라지만, 언제든 대체될 수 있는 불안이 소설 기저에 깔려있다. 세 편의 이야기중 가장 현실적이었던 이야기.


서보모터로 몸을 움직이고, 효율적으로 동작하는 괴기한 기계. 내 동료들은 저것을 '아미고'라고 불렀다.

<아미고>



오히려 초월적인 존재가 나오지 않아서 몰입이 잘 됐다. 인간과 그 욕망에서 비롯된 경계선에 있는 형상에 대해 기괴하긴 하지만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을 법한 이야기였다. 문장들도 늘어지지 않고 필요한 정보와 꼭 들어가야할 흥미로운 장면들을 간결하지만 충분히 설명하며 독자들이 이야기 속에서 한눈 팔지 않도록 흡입력 있게 잘 이끌어간다.

적당한 욕망은 삶의 윤활류 역할을 하지만 지나친 욕망은 설명할 수 없는 기이하고 폭력적인 결말을 낳기도 한다. 하지만 작가와 독자의 입장에서는 넘쳐흘러 다른 형태로 뻗어나가는 욕망의 이야기는 언제가 흥미로운 소재일 것이다. 어떤 일이든 장면이든 경계선에서 바라보는 시각이 가장 재밌듯이 성해나 작가의 톤으로 본 이야기의 장면들 역시 개인적으로 인상 깊고 즐거웠다.



※ 출판사에서 제공한 특별 제작 출판물을 읽고 작성한 서평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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